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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엄마는 딸을 낳고, 그 딸은 엄마의 새 삶을 낳았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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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딸의 간기증으로 새로 난 아내의 부탁으로 딸을 업은 윤병태씨 가족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딸의 간기증으로 새로 난 아내의 부탁으로 딸을 업은 윤병태씨 가족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 아내는 2020년 3월 5일 어린 막내 딸애의 간 공여를 받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딸애가 제 엄마를 살리겠다며
스물넷 어린 나이에 불구하고 선뜻 나선 겁니다.
저 홀로 어려운 결심을 하고 간염 접종과 검사과정을 겪었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앞섰을 텐데도 말입니다.

“나 살자고 어떻게 어린 딸애 가슴에 칼을 대느냐”며 울부짖는
아내의 절규와 통곡이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간세포암 수술 통증과 단장의 아픔을 겪는 엄마에게
그래도 웃음을 보이려고 애쓰는 딸애의 모습이 너무도 애잔했습니다.

제가 나이는 먹었지만,
제 간을 내어주고
1년이든 5년이든 잔명이나마 나누어 살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와 당뇨 탓에 기증 가망이 없다는 의사 판단에 절망했습니다.
결국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아내와 딸애의 모습만 지켜보는 저 자신이 너무도 괴로웠습니다.

수술하는 날 새벽,
30분 간격으로 딸애와 아내를 수술실로 들여보냈습니다.
손을 잡는 내게 아무 말 없이 눈물만 글썽이던 딸.
수술실 입구에서 멈칫하며 억지로 울음을 참던 아내.
피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피하고 싶었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결국 아내가 몸으로 딸을 낳았지만,
딸은 가슴으로 엄마의 새 삶을 낳았습니다.

그런 아픔의 순간들을 보내고 1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면역력 약화로 인해 대상포진까지 앓으며
신경 통증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만,
새로 난 아내 인생과 우리 가족 1주년을 가족사진으로 기념하고자 합니다.

윤병태 올림.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가

마침내 윤병태씨 가족을 시작으로 문을 엽니다.
가족이 해체되고, 인연이 끊어지는 언택트 시대,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위해 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온 윤병태씨의 아내가 말했습니다.
“딸 아이를 업어주고 싶어요. 제가 업을 순 없고 아빠가 업어주세요.”
윤병태씨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딸을 덥석 업었습니다.
아내와 같은 마음이었던 겁니다.
그 마음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윤병태씨의 아내와 딸 이름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권혁재·김경록 기자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2차 사연을 받습니다.

어떠한 사연도 좋습니다.
가족사진 한장 없는 가족,
오랜 우정을 쌓은 친구,
늘 동고동락하는 동료,
오래 간직하고픈 연인 등
기억하고 싶은 사연을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은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모시겠습니다.
기억해야 할 곳이 특별한 곳이면
중앙일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와 포토팀 사진기자들이 어디든 갑니다.

기록한 인생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photostory@joongang.co.kr
▶2차 마감: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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