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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비결' 파헤친 참고서까지···세계 1위 만화앱 픽코마 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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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웹툰·웹소설 등 오리지널 스토리 지식재산(IP)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네이버는 지난 1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600억원에 사들였으며 카카오는 4000억원에 경쟁사 래디쉬(Radish) 인수를 추진 중이다. 비싼 가격에도 인수하는 건 웹툰·웹소설이 가진 확장 가능성 때문. 웹툰·웹소설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수퍼 IP’는 영화 드라마 등으로 변주되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플랫폼이 앞다퉈 IP 확보에 나서는 이유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인터뷰

만화 앱 픽코마로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을 견인해 온 카카오재팬도 최근 IP 개발 및 확보에 나섰다. 지난 2월 대원미디어와 함께 창작자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조인트벤처 ‘셰르파 스튜디오’(Sherpa Studio)를 설립하면서다. 지난달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재용(45) 카카오재팬 대표는 “본격적으로 IP 개발 및 투자에 나선다”며 “IP 창작자를 돕는 짐꾼이자 안내인인 ‘셰르파’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도쿄에 체류 중인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지난 3월 9일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가 일본 도쿄 카카오재팬 본사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재팬]

지난 3월 9일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가 일본 도쿄 카카오재팬 본사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재팬]

왜 창작자 지원인가.
2016년 4월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픽코마는 지난해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만화앱 매출 1위에 올랐다. 630억원(2018년)이었던 거래액은 지난해 4146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궤도에 오른 만큼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다양한 IP가 필요하다. 플랫폼이 콘텐트 유통만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넷플릭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자체 IP에 투자하는 단계로 넘어가겠다.
카카오재팬에 셰르파 스튜디오는 어떤 역할을 하나.
셰르파는 히말라야 산맥을 등반할 때 등산가를 도와주는 조력자, 안내인이다. 우리는 일본 현지 웹툰 창작자와 함께 웹툰을 만들려 한다. 현재 일본에는 웹툰 창작자가 드물다. 대부분 출판만화를 그린다. 웹툰은 일본 만화시장에서 비중이 10% 안팎으로 작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재능 있는 제작진을 조합해 글로벌에서 통할 웹툰 및 웹소설의 오리지널 IP를 본격적으로 만들 생각이다.
픽코마 거래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픽코마 거래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하나.
우리 회사에 비즈니스 전략실이 있다. 만화 만드는 PD 출신이 담당하는 조직인데 일본 시장에서 어떤 작품이 잘되고 안되는지 정량·정성적으로 분석한다. 콘텐트 앞부분에서 임팩트가 어느 정도까지 이어져야 사용자가 끝까지 그 콘텐트를 보는지 등 스토리텔링 기법의 추세도 연구한다. 잘 되는 작품을 따라 하라는 게 아니라 픽코마 내 소비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참고서’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픽코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한 달에 3억엔(30억원) 이상 벌고 있다. 반면 100만엔(1000만원)을 벌지 못하는 작품도 64.2%에 달한다. 우리 생각은 잘 되는 작품에서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해주면 이 작품들도 충분히 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많아야 경제가 튼튼해지는 것처럼 탄탄한 작품이 많아야 플랫폼도 힘을 받는다.
국내 만화 출판사인 대원미디어와 협업하는 이유는.
닌텐도 같은 전통 게임사는 스마트폰 게임 개발을 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출발이 늦었어도 일단 게임을 만들면 정말 잘 만들어서 출시한다. 본업인 게임에 확고한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대원미디어도 국내 출판 만화 강자다. 물론 웹툰 등 새로운 분야 문법에 익숙지 않겠지만, 본업의 경쟁력을 웹툰에서 잘 구현할 수 있게 협업할 여지가 더 크다고 봤다.
언제 작품이 나오나.
작품 선정은 지난해 연말부터 같이하고 있다. 지금까진 한국에서 잘 된 작품을 들여왔다면 앞으론 시장 규모가 훨씬 큰 글로벌을 겨냥해 자체 IP를 만든다.
픽코마 인기 웹툰 중 하나인 외과의사 엘리제. [사진 카카오재팬]

픽코마 인기 웹툰 중 하나인 외과의사 엘리제. [사진 카카오재팬]

한국 회사와 일본에서 협업하는 의미는.
국경은 큰 의미가 없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세상에 정말 많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정말 그림 잘 그리는 사람 많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이런 재주 있는 사람을 조합해 공동으로 콘텐트를 제작하는 형태다. 스토리 잘 쓰는 사람이 일본에 있고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한국에 있으면 우리 플랫폼과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공동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웹툰이 혼자만의 창작이었다가 글작가, 그림작가 등으로 분업화되고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 우리 생태계 안에서 창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경쟁사에서도 유사한 창작자 양성 시스템이 있다.
우리는 입구를 더 넓혔다고 보면 된다. 하나의 재능만 가지고 있는 사람도 창작 비즈니스에 끌어들이는 게 우리의 미래 비즈니스다. 잘하는 사람은 우리가 없어도 잘한다. 잘 안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피드백을 줘 성장하게 할 생각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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