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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종목 문자 조심…40대 주린이, 한달 만에 1000만원 날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불법리딩방 주의 6계명

불법리딩방 주의 6계명

피부관리사인 김모(40)씨는 지난해 1월 5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주린이’(주식+어린이)였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수익률은 200%가 넘기도 했다. 수소 테마주에 투자해 돈을 벌면서 투자금액은 5000만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진 않았다. 수익률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직장까지 그만둔 터라 마음은 더 급해졌다. 김씨는 “주식 관련 정보를 찾다 유튜브 방송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직후 그는 고급 정보 등을 앞세운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운영하는 주식리딩방에 가입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주식리딩방에 가입한 뒤 한 달 만에 본 손실액만 1000만원이 넘는다. 또 가입비(500만원)의 절반을 위약금으로 뜯겼다. 주식 리딩방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사례로 본 ‘주식리딩방’ 주의점 #유사투자자문업자 유튜브 유혹 #포토샵으로 수익률 과장하기도 #금감원 등록업체란 말에 가입 #해지하려니 가입비 절반 위약금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주식리딩방 피해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905건이던 주식리딩방 피해는 지난해 1744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 22일까지 접수된 건수만 573건에 달한다. 김씨는 어떻게 주식 리딩방의 먹잇감이 됐을까. 그 과정을 재구성했다.

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씨가 주식리딩방을 처음 접한 건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다. 진행자는 “아래 번호로 문자를 보내주시면 더 자세한 매수 시점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김씨는 한 달 뒤인 올해 1월 해당 번호로 ‘관심’이라고 적힌 문자를 보냈다. 김씨는 이후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6시 두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오후 6시에는 종목 추천 문자가, 오전 10시에는 추천한 종목이 상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달간 문자를 받은 뒤 가입을 결심했다. 김씨는 “추천 종목 상당수가 오른 것을 보고 개인투자자는 알 수 없는 고급 정보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전날 장 마감 후 시간 외 매매 때 상승한 종목을 추려서 알려주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포토샵을 사용해 다른 회원의 수익률을 과장해 보여주기도 한다.

유사투자자문업 민원 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사투자자문업 민원 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익률에 현혹돼 일단 넘어온 사람들을 공략하는 두 번째 카드는 금융감독원이다. ‘특가’라며 제시한 가입비 500만원이 부담스러워 망설이는 김씨에게 금감원에 정식 등록한 업체라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까지 보냈다. 김씨는 “사기를 의심했지만 조회를 해보니 실제 해당 업체가 나와 믿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별다른 자격 조건 없이도 신고가 가능하다. 법정 자본금이나 전문인력 확보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는다. 피해가 발생해도 금감원의 분쟁조정 등도 받을 수 없다.

가입 상담은 전화로 이뤄졌다. 카카오톡으로 환불 규정이 담긴 약관과 계약서도 받았다.  그런데 정작 계약기간이 전화상의 설명(계약기간 1년)과 달랐다. 계약서에는 ‘정식 기간 3개월+서비스 기간 9개월’로 적혀 있었다. 업체 측은 “할인가로 계약해 3개월 가격으로 1년을 하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 기간을 길게 잡는 건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이다. 영상 강의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자료 비용을 공제하는 방법도 투자자가 자주 당하는 수법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 등록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사투자자문업자 등록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본격적인 주식 리딩은 장 개장 전후 카카오톡 일대일 대화를 통해 이뤄졌다. 사전 정보를 입수했다며 해당 업체는 김씨에게 장기 투자 2종목, 단기 투자 4종목을 추천했다. 하지만 단기 투자 종목은 카카오톡을 분 단위로 들여다보고 바로 사고팔지 않으면 수익을 얻기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업체 측은 “다음부터는 시초가에 진입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력 종목으로 추천받은 종목도 사자마자 하락했다. 김씨는 2000만원 어치를 샀는데 10일 만에 손실액이 700만원이 넘어갔다. 정민규 변호사는 “리딩방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종목을 추천해 큰 손실을 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손실액이 늘어나자 김씨는 가입 10일 만에 탈퇴를 결심했다. 탈퇴 의사를 밝히자 170여만원을 제한 환불금액을 알려왔다. 위약금(50만원)과 사용금액(60만원), 종목비용(60만원) 등이 포함됐다. 60일 이내에 해지할 경우 정보유출 위험으로 인해 별도의 종목 비용을 받는다고 했다. 업체 측은 “맹목적인 해지 요구는 업무 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고, 추후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그나마 김씨가 금감원과 소비자원 등에 각종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하자 업체는 환불에 응했다. 카드로 할부 결제를 했던 터라 환불 절차는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장맹원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현금거래나 일시불 거래는 업체 측이 합의하지 않으면 소송 등을 거쳐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 결제 취소 등으로 돈을 받더라도 리딩방 측에서 서비스 이용료 미납을 이유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리딩방은 지금도 유튜브 등에서 회원을 모집하며 성업 중이다. 김씨는 “지금도 환불 못 받은 회원들이 많은 데 버젓이 영업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며 “피해가 속출하는 만큼 정부가 더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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