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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은 결백 안다"…구미 미스터리 못 푼채 친모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세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유전자(DNA)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지난달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세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유전자(DNA)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지난달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숨진 아이의 친모로 지목된 A씨(48)를 구속 기소했다. 검·경은 사건 발생 후 55일간에 걸친 수사에도 사라진 아이의 행방이나 숨진 아이의 친부 등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5일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이 출산한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달 17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후 20일 만이다.

검·경 안팎에선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여러 의문들을 결국 재판에서 풀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수사당국이 A씨를 기소한 상황에서도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직접적인 혐의를 밝히지는 못한 상황이어서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된 직후부터 일관되게 아이 바꿔치기는 물론 자신의 출산 사실까지도 부인하고 있다. 검·경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유전자(DNA) 검사를 실시해 A씨가 숨진 아이와 모녀 관계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A씨가 숨진 아이를 유기하려다 포기한 혐의에 대해선 자백을 통해 범행을 입증했다.

A씨가 혐의를 부인하면서 바꿔치기된 또 다른 여아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사라진 여아의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숨진 아이의 친부도 찾아내지 못했다. 수사당국은 이 과정에서 구미 등 인근 지자체 산부인과 10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A씨와 임신·출산 기간 전후 연락을 주고받은 남성 상당수를 상대로 DNA 검사를 실시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DNA 검사 결과 외에 숨진 아이의 혈액형이 딸 B씨(22)와 B씨 전 남편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결과라는 점, B씨가 아이를 낳은 직후 신생아 인식표가 아이의 몸에서 분리돼 있었다는 점, 출산 직후의 몸무게와 산부인과 퇴원 당시 몸무게가 크게 차이 난다는 점, 출산이 임박한 시점 ‘혼자 아이 낳는 방법’을 검색한 기록 등이 단서로 확보됐다. 하지만 이는 직접 증거가 아니어서 혐의 입증에는 무리가 있다.

반면 A씨 측은 “경찰이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혀 왔다. 최근 가족들과 만난 면회 자리에서도 A씨는 자신의 혐의와 출산 사실을 부인했다. A씨의 큰딸을 비롯한 가족은 지난달 30일 오전 대구지검 김천지청에서 10분간 A씨를 면회했다. 가족에 따르면 A씨는 당시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울러 A씨는 “DNA 검사든, 혈액형 검사든, 거짓말탐지기든 어떠한 검사를 다 받아도 좋다”며 “(내가) 임신과 아이 바꿔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몇 번이든 다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A씨는 앞선 면회에선 남편에게 쓴 편지를 통해 결백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편지에서 A씨는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진짜로 결백해. 결단코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라고 적었다.

A씨는 재판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는 9일 첫 공판이 예정된 딸 B씨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따라 A씨의 재판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B씨는 지난달 10일 살인과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판 중에 숨진 아이의 친부나 사라진 아이의 행방 등 명백한 증거가 등장하면 결백을 주장했던 A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모든 혐의를 자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미=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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