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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테슬라' 아닌 사기? 니콜라 창업자, 주식 553억 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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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수소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553억원 상당의 니콜라 지분을 매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소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553억원 상당의 니콜라 지분을 매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기 의혹에 휩싸인 수소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40)이 4900만 달러(553억원) 상당의 니콜라 지분을 매각했다. ‘제2의 테슬라’로 각광받던 니콜라는 제품·기술이 모두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밀턴이 일부 지분을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선 배경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밀턴이 니콜라 주식 350만주를 주당 13.89달러(약 1만5600원)에 팔았다는 사실이 지난주 금요일 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주식을 처분한 건 지난주 수요일이지만, 매각 사실이 공개된 건 그로부터 이틀 뒤 SEC 홈페이지를 통해서였다. FT는 미 증시가 부활절을 앞두고 휴장한 성(聖) 금요일에 발표한 것에 대해 “매각 사실이 알려지는 걸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는 지난해 9월 '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사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는 지난해 9월 '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사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밀턴이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챙긴 것으로 알려진 니콜라 주식은 9100만주 상당이었다. 이번 매각은 그중 일부를 판 것으로, 그는 여전히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밀턴이 보유한 니콜라 주식은 전체의 21%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물량이 쏟아져나올 경우, 사기 의혹 이후 불안정했던 주가가 또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매각한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93.99달러(약 10만6000원)에 비해서는 낮지만, 니콜라의 52주 최저치 10.51달러(약 1만1800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2014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설립된 니콜라는 지난해 6월 ‘우회 상장’을 통해 미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미 상장돼 있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수소트럭 전문업체를 표방한 니콜라는 공장도 매출도 없었지만, 사업 아이디어만으로 주가가 치솟았다. 상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니콜라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주목 받았다. 니콜라는 세르비아계 미국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온 것인데, 일론 머스크 역시 같은 인물의 성을 따서 회사를 세웠다. 로이터=연합뉴스

니콜라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주목 받았다. 니콜라는 세르비아계 미국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온 것인데, 일론 머스크 역시 같은 인물의 성을 따서 회사를 세웠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9월 제너럴모터스(GM)가 니콜라와 손을 잡고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레버 밀턴은 미래 자동차산업을 이끌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주목을 받았다. 니콜라는 토머스 에디슨의 라이벌로 꼽히던 미국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온 점도 주목받았는데, 일론 머스크(50)가 설립한 전기차 업체 테슬라 역시 같은 인물의 성을 따와 회사 이름을 만들었다.

2020년 니콜라가 공개한 전기트럭 '니콜라 리퓨즈'의 모습. AFP=연합뉴스

2020년 니콜라가 공개한 전기트럭 '니콜라 리퓨즈'의 모습. AFP=연합뉴스

하지만 ‘힌덴버그 보고서’가 세상에 나오면서 그의 운명은 바뀌었다. 가치가 부풀려진 회사의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공매도 회사이자 연구업체인 힌덴버그는 “니콜라는 기술도 특허도 없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공개된 수소트럭 ‘니콜라 원’은 수소연료 전지조차 없었고, 약 2년 뒤 니콜라가 배포한 주행 영상도 언덕에서 굴러 내려가는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 당시 니콜라는 “트럭이 자체 추진력으로 움직인다고 말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배터리 개발, 수소 생산 등 니콜라가 주장한 기술 대부분이 가짜라는 주장이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밀턴은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밀턴은 2009년 경보기 등 보안 기계를 만드는 업체를 세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디젤 엔진을 압축천연가스(CNG) 엔진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자동차 분야에 뛰어들었고, 이후 니콜라를 창립했다. 하지만 힌덴버그 보고서는 “밀턴이 이전 회사들도 사업 실적을 부풀린 뒤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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