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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오쯔양 유가족에 사저 퇴거 명령…'천안문 시위' 흔적 지운다

중앙일보

입력

사저에서 연금 생활하던 당시의 자오쯔양. [가오위 트위터 캡처]

사저에서 연금 생활하던 당시의 자오쯔양. [가오위 트위터 캡처]

퇴거 준비에 들어간 자오쯔양 사저 모습. [가오위 트위터 캡처]

퇴거 준비에 들어간 자오쯔양 사저 모습. [가오위 트위터 캡처]

지난 2018년 1월 17일 자오쯔양 기일에 프리랜서 기자 가오위(왼쪽 두번째)가 자오쯔양의 딸 왕옌난(王雁南, 오른쪽 두번째)과 남편 왕즈화(王志華, 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가오위 트위터 캡처]

지난 2018년 1월 17일 자오쯔양 기일에 프리랜서 기자 가오위(왼쪽 두번째)가 자오쯔양의 딸 왕옌난(王雁南, 오른쪽 두번째)과 남편 왕즈화(王志華, 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가오위 트위터 캡처]

“베이징 푸창후퉁(富強胡同·부강골목) 6호, 크지 않은 사합원. 1989년 하반기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한 중국 지도자의 사저다. 2018년 1월 17일 자오쯔양(趙紫陽, 1919.10.17~2005.1.17) 선생의 기일에 마지막 제사로 그를 추모했다. 이듬해부터 기일·청명·생일·매장일 모두 사합원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늘(4일)은 청명이다. 쯔양 일가가 32년간 사용했던 집의 세간을 모두 포장했다. 마지막 청명절의 풍경이다.”

1989년 中 천안문 시위 당시 총서기 #무력 진압 반대하다 덩샤오핑에 실각 #2005년 숨질 때까지 사저에서 연금 #시위 기념일, 기일마다 추모객 찾아 #공산당 100주년 끝나면 사저 회수할 듯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기자 가오위(高瑜·77)가 4일 트위터를 통해 전한 소식이다. 전 중국 공산당 총시기 자오쯔양의 유가족이 사저에서 퇴거를 통보받고 짐을 쌌다는 것이다. 가오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 자오쯔양의 생전 사진과 2018년 그의 기일에 찍은 사진, 사합원 정문과 유족이 싼 이삿짐까지 총 네 장의 사진을 올렸다.

자오쯔양 전 총서기는 지난 1989년 6·4 천안문 민주화 운동 당시 학생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을 반대하다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실각당한 ‘비운의 지도자’다. 이후 2005년 숨질 때까지 사저에서 연금당했다. 해외에서 출판된 자오의 회고록 제목처럼 '국가의 수인(國家的囚徒)'이었던 것이다.

작고한 뒤에도 자오쯔양의 유골은 사저를 떠나지 못했다. 그의 묘지가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체제 세력의 성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2015년 당국은 자오의 매장을 허락했으나 베이징과 멀리 떨어진 허난성 고향을 요구하는 당국과 이에 반대하는 유가족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결국 지난 2019년 10월 18일 부인 량보치(梁伯琪, 1918~2013)와 베이징 도심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창핑(昌平)의 민간 묘지 천수원(天壽園)에 합장됐다. 매장 의식은 철통 같은 보안 속에 비밀리에 치러졌다.

사저인 푸창후퉁 6호는 자오쯔양의 기일인 1월 17일, 청명절, 6·4 천안문 민주화운동 기념일, 생일인 10월 17일마다 매년 수많은 추모객이 몰리면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은 역사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퇴거로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진 다시 볼 수 없는 장면이 됐다. 홍콩 명보는 “‘자오쯔양의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7년 1월 17일 자오쯔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사저인 베이징 푸창후퉁 6호에 그의 기일을 맞아 추모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지난 2017년 1월 17일 자오쯔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사저인 베이징 푸창후퉁 6호에 그의 기일을 맞아 추모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푸창후퉁 6호는 중국 공산당이 1949년 집권한 후 중공 소유의 관저였다. 1987년까지 중공 총서기를 역임했던 개혁파 지도자 후야오방(胡耀邦, 1915~1989.4.15)도 한때 이곳에 머물렀다. 중공은 사망한 국가 지도자 주택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자오쯔양의 딸인 왕옌난(王雁南)과 남편 왕즈화(王志華)가 머물던 푸창후퉁 6호 사저를 중공 중앙판공실이 회수할 예정이다. 다만 유가족이 이사를 하는 건 오는 7월 1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파 잡지였던 『염황춘추(炎黃春秋)』의 왕옌쥔(王彦君) 부총편은 “중공 창당 100년 기념일 전까지 자오 가족은 이사할 수 없다”고 RFA에 밝혔다.

지난 2016년 11월 30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당과 국가 지도자 예우와 관련된 규범을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무실·사저·관용차·교통편·비서 규모·휴가 격식 등 당과 국가 지도자에 대한 대우 수준을 규정하고 당과 국가 지도자가 퇴임한 뒤 적시에 사무용 관저에서 퇴거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왕옌난 가족에 퇴거 명령은 지난 2020년 정식 공문이 아닌 구두로 이뤄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보도했다.

자오쯔양의 전임자인 후야오방의 후손 역시 후야오방이 생전에 머물던 베이징시 시청(西城)구후이지쓰후퉁(會計司胡同·회계사골목) 25호 사합원에서 퇴거했다고 홍콩 명보가 지난 2019년 5월 20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내 대표적 개혁파였던 후야오방은 1989년 4월 15일 사망했는데, 그 추모 물결이 6·4 천안문 사건으로 이어졌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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