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세입자가 전세 계약 갱신하면 집 산 사람 입주 못해

중앙일보

입력 2021.04.05 13:00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31)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국민 주거 생활의 안정이라는 입법 취지로 1981년 제정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됐는데, 임차인 지위 강화가 큰 흐름이었습니다. 2020년에도 임대차 갱신을 주요 내용하는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와 소개해드립니다. 아울러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임차인의 채권자라도 임차인을 대위하여 주택 인도를 요구 못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주목할 만한 판결입니다.

사례1
1) A는 주택을 임차인 X에게 임대차보증금 3억 500만 원, 기간 2019년 2월 22일부터 2021년 2월 21일까지로 정하여 임대하였다. A는 2020년 8월 11일 주택을 B에게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2) 임차인 X는 매매계약 체결 후인 9월 20일 집주인 A에게 ‘알아보니 전세 계약 갱신 청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전세 계약 연장했으면 한다'라는 문자를 보내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했다.

3) 한편 매수인 B는 10월 23일과 11월 13일 두 차례 임차인 X에게 ‘임대차 기간 만기가 되면 이사할 것이라는 의사를 통지하고, 실제 거주할 것이므로 X의 계약 갱신 청구를 거절한다'라는 취지로 X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뒤 주택을 인도하라는 건물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B는 2020년 11월 12일 주택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4) 매수인 B는 실제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수하였는데, 임차인 X로부터 건물을 인도받아 거주할 수 있을까요?

거주할 목적을 가지고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매수하고자 한다면 임대차 계약의 갱신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낭패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거주할 목적을 가지고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매수하고자 한다면 임대차 계약의 갱신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낭패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내용은 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이내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고, ➁ 임대인(직계존비속 포함)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갱신을 거절할 수 있고, ➂ 임대차 계약이 갱신되는 경우 존속기간은 2년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사례에서 임대인을 누구로 보아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A가 임대인이라면 갱신되지만, B인 경우 그렇지 않게 됩니다. 법원은 갱신거절 가능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을 기준으로 한다고 보았습니다. 임차인 X는 매수인 B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이전에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하였고, 당시 임대인인 A에게 갱신을 거절할 사유가 없었으므로 임대차 계약은 갱신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매수인 B는 갱신된 임대차 계약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것이 되어 인도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매수인으로서는 매매계약 체결 당시 기존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 유무 및 그 행사 기간을 사전에 확인해 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임차인이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한 이후 임차목적물이 양도되어 그 양수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경우에는 주거권 강화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 사유가 퇴색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주할 목적을 가지고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매수하고자 한다면 임대차 계약의 갱신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낭패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사례2
1) 임차인 D는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임대차 기간 2013년 12월 23일부터 2016일 1월 31일까지로 하여 아파트를 임차하여 거주하다가, 2016년 2월 임대차 기간을 2년간 갱신했다.

2) D는 2015년 11월 Y 카드사로부터 2년간 전세자금 7000여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임대차보증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근질권 설정 계약을 맺었다. D는 2017년 11월 대출약정 만기일 이후에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였다. 이에 Y는 2018년 3월 변제를 요구했지만 불응하자, 채권자대위권을 주장하며 D에게 아파트를 주택공사에 인도하고 대출금을 변제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3)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8년 1월 임대차 기간이 끝나자 계약을 갱신하기 위해 증액 보증금 지급과 계약 체결을 D에게 요청했고, D는 재판 도중 변론종결일(2019년 4월 1일) 이전에 미납된 증액 보증금과 관리비 등을 납부하고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대법원은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임차인의 채권자라도 임차인을 대위하여 주택 인도를 요구 못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 pixabay]

대법원은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임차인의 채권자라도 임차인을 대위하여 주택 인도를 요구 못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 pixabay]

채권자 대위권이란, 채무자의 변제능력이 부족한 경우 채무자가 제3자에게 가지는 권리를 채권자가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사례에서 Y는 D가 주택 공사에 가지고 있는 보증금 반환채권을 대위 행사한 것입니다.

하급심 법원은 D의 임대차 계약이 2018년 1월 종료되었으므로 D는 아파트를 주택공사에 인도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D는 변론종결일인 2019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주택공사에 미납한 돈이 없고,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으므로 계약기간은 2020년 1월까지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D와 Y의 임대차 계약이 존속 중이므로 Y가 주택공사를 대위해 D에게 아파트를 인도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다만 대출금 변제 청구와 관련해서는 대법원과 하급심 모두 대출금과 그 이자를 모두 갚을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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