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사방치기·고무줄·그림자놀이…특별한 도구 없어도 즐겁게 놀 수 있죠

중앙일보

입력 2021.04.05 09:27

왼쪽부터 이재영(서울 대치초 6)·조윤서(서울 가곡초 4)·정송은(서울 도곡초 6) 학생기자가 체험 전시 '아해로 골목놀이'를 찾아 다양한 놀이를 배웠다.

왼쪽부터 이재영(서울 대치초 6)·조윤서(서울 가곡초 4)·정송은(서울 도곡초 6) 학생기자가 체험 전시 '아해로 골목놀이'를 찾아 다양한 놀이를 배웠다.

소중 친구들은 방과 후 친구들과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접 만나기보다는 모바일 메신저로 친구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늘었죠. 학교 교실 대신 방 안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날도 많았고요. 사실 PC와 초고속 인터넷이 전국에 보급된 지는 2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스마트폰도 2009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우리 일상에 들어왔죠.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골목 놀이의 변천사를 설명하는 이지은 (주)헤리티지프로젝트 대표.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골목 놀이의 변천사를 설명하는 이지은 (주)헤리티지프로젝트 대표.

그렇다면 스마트폰·PC가 없던 시절 여러분의 부모님은 친구들과 무엇을 하면서 놀았을까요. 바로 골목 놀이랍니다. 동네 곳곳을 연결하는 골목에 모여서 맨땅을 무대로 돌멩이나 고무줄 등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한 건데요.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재영·정송은·조윤서 학생기자가 서울시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있는 '아해로 골목 놀이'를 찾았어요. 문화유산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헤리티지프로젝트가 '어린이 골목 놀이'를 주제로 올해 말까지 운영하는 체험전시로 골목 놀이의 변천사를 배우고 놀이도 해볼 수 있죠. 이지은 대표와 이주현 부장, 김혜인 대리가 전시장 문을 활짝 열고 소중 학생기자단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해로 골목 놀이의 뜻은 무엇인가요?" 재영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아해란 아이의 옛말이에요. 관람객이 아이로 돌아가는 골목길이라는 뜻에서 아해로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요즘 여러분은 게임을 하며 놀죠. 예전에는 아이들이 땅에서 돌멩이나 풀을 수집해서 놀이기구를 직접 만들었답니다."(이 대표)

전시실 내부에 있는 골목 놀이 지도에 자신들이 알고 있는 놀이를 추가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전시실 내부에 있는 골목 놀이 지도에 자신들이 알고 있는 놀이를 추가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전시장 벽면에는 골목 놀이의 역사를 요약한 연대표가 시대별 설명과 함께 그려져 있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서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골목 놀이는 골목이 생겼을 때부터 발생해서 시작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신문 기사 등 관련 기록은 1800년대 후기부터 남아있죠. 이번 전시에서는 어느 정도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놀이를 준비했어요." 이 대표의 말처럼 두꺼비집 만들기·개뼈다귀·다방구·얼음땡 등 여러 골목 놀이 설명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관람객의 키를 잴 수 있는 기둥도 있었어요. "우리 집에서도 하던 거예요!" 송은 학생기자가 반가워했죠.

"골목 놀이는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개화기 이전에는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나뭇가지·돌멩이 등을 이용한 놀이가 많았죠. 비석치기·죽마놀이·제기차기·줄다리기·질경이 싸움 등이 여기에 해당해요.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운동장이라는 놀이 공간과 구슬치기 등 인공적인 놀이도구가 등장했어요. 또한 일본의 놀이가 우리 놀이로 변형 및 흡수되기도 했죠. 예를 들어 여러분이 손을 맞잡고 하는 '쎄쎄쎄'는 사실 '손뼉치기'의 일본식 표현이에요. 반공 이데올로기가 강했던 6·25 전쟁 이후에는 '삼팔선 놀이'가 유행했고, '무찌르자 공산당' 등과 같은 노래가 놀이 동요로 불렸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는 아파트의 보급으로 놀이 공간도 아파트 주차장으로 옮겨갔고, 외래어를 사용한 놀이가 유행했어요. 용수철이 달린 막대기를 타고 노는 '스카이 콩콩'이 대표적이죠."(이 대표)

땅따먹기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진 사방치기는 마당에 놀이판을 그려 놓고 돌을 던진 후, 그림의 첫 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다녀오는 놀이다.

땅따먹기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진 사방치기는 마당에 놀이판을 그려 놓고 돌을 던진 후, 그림의 첫 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다녀오는 놀이다.

골목 놀이에 이렇게 다양한 변천사가 있었다니 놀랍지 않나요. 설명을 들었으니 이제 직접 놀아볼 차례입니다. 첫 번째 골목놀이는 사방치기(땅따먹기·망줍기)예요. 땅에 여덟 개의 칸을 그린 뒤 1단부터 돌을 놓고, 2단·3단·6단은 한 발, 4단과 5단, 7단과 8단은 두 발로 밟으며 가다가 되돌아 나오며 돌을 줍는 놀이예요. 1단을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진행하죠. 아해로 골목 놀이 체험전시장 안에는 굵은 흰색 선으로 사방치기 놀이판이 그려져 있었어요.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할 거예요. 첫 주자가 구석에 있는 돌을 하나 골라서 1단에 던진 뒤 시작하면 됩니다. 1단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높인 뒤, 8단까지 먼저 간 친구가 이기는 거예요."(이 부장

첫 번째 주자는 가위바위보에서 승리를 거둔 재영 학생기자입니다. 1단에 돌을 던진 뒤 3단까지는 수월하게 올라갔는데요. 4단에서 돌을 선 밖으로 던져서 윤서 학생기자에게 다음 순서를 내줬어요. 신중하게 돌을 던지던 윤서 학생기자는 1단을 진행하던 중 7단과 8단에 양발을 디디다 넘어졌습니다. 세 번째 주자로 나선 송은 학생기자는 3단에서 7·8단에 서 있다가 선을 밟고 탈락했어요. "아, 아쉽다~" 사실 사방치기는 균형감각이 꽤 필요한 놀이랍니다. 돌을 그어진 선에 맞춰 던졌어도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다시 줍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서로 초면이라 어색해하던 학생기자단. 몸을 움직이면서 함께 놀다 보니 어느덧 많이 친근해졌습니다. 규칙을 반복하다 보니 요령도 생겼고요. 결국 사방치기는 송은 학생기자가 8단을 먼저 완성하면서 끝났죠.

그림자놀이는 상상력과 빛, 그리고 벽만 있다면 가능한 간단하지만 재미있는 놀이다.

그림자놀이는 상상력과 빛, 그리고 벽만 있다면 가능한 간단하지만 재미있는 놀이다.

한참 몸을 움직였으니 숨을 조금 고르면서 손을 이용한 놀이를 해봅시다. 이 부장이 전시실 한쪽에 마련된 암실로 학생기자단을 안내했어요. 문을 가린 까만 커튼을 올리니 불빛과 벽이 보였습니다. "여기는 그림자놀이방이에요. 그림자놀이는 사람들이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시작한 엄청 오래된 놀이예요. 의자에 앉아서 머리 위 조명을 향해 손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모양을 만들어 보세요. 그러면 원하는 모양의 그림자가 벽면에 반사돼 나타나요." 이 부장이 양 손바닥을 맞대고 엄지손가락 두 개를 비틀었어요. 순식간에 벽에 강아지 얼굴 모양의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새끼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강아지의 입 모양이 돼요." 이 부장의 시범을 따라 하는 소중 기자단의 손길이 바쁘네요.

"이제 도구를 사용해 볼까요?" 이 부장이 여러 단어를 철자 모양대로 마분지에 구멍 낸 팻말을 소중 기자단에게 나눠줬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의 줄임말인 '세젤예' 팻말은 윤서 학생기자, 모두와 잘 어울리는 인기인라는 뜻의 '인싸' 팻말은 송은 학생기자, 귀여운 하트 모양 팻말은 재영 기자가 손에 들었어요. 빛을 등지고 팻말을 흔드니 벽면에 '세젤예' '인싸' '♥'가 동시에 나타났어요. 상상력과 빛, 벽만 있으면 가능한, 간단하지만 재미있는 그림자놀이. 참 재미있죠?

고무줄만 있으면 가능한 고무줄놀이는 노래에 맞춰 다양한 동작을 하면서 뛰어놀 수 있는 골목 놀이다.

고무줄만 있으면 가능한 고무줄놀이는 노래에 맞춰 다양한 동작을 하면서 뛰어놀 수 있는 골목 놀이다.

실내에서 숨을 돌렸으니 이제 밖으로 나가볼까요. 아해로 골목 놀이 체험전시장 밖 마당에서 고무줄놀이를 배워볼 겁니다. 편을 나누어 가위바위보를 한 뒤, 진 편이 고무줄을 잡고 노래를 정해줘요. 이긴 편은 고무줄 안에 들어가 노래별로 정해진 동작을 취하면 돼요. 이긴 편이 동작을 틀리면 고무줄 안에 들어가는 쪽과 줄을 잡아주는 쪽을 바꾸면 됩니다. 만약 한 곡을 틀리지 않고 완곡하면 다음 단계에서는 고무줄을 더 높게 잡고, 좀 더 어려운 동작이 있는 노래로 바꿔요. 가장 높은 단계의 동작을 해내는 편이 이기는 놀이입니다. 이 부장이 놀이 시작에 앞서 '학교 종이 땡땡땡' 노래에 맞는 동작을 설명했어요. 사방치기보다 미리 외워야 할 것이 많기에 이 부장의 시범을 보는 학생기자단의 표정이 자못 심각합니다.

"재영·송은 학생기자가 키가 비슷하니까 먼저 고무줄을 양쪽 발목에 걸어주세요. 그리고 뒤로 물러서서 줄을 팽팽하게 당겨줍니다. 저와 윤서 학생기자가 고무줄 안에서 노래에 맞춰 뛸게요." 이 부장과 함께 두 발로 열심히 고무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윤서 학생기자. 한쪽 발로 줄을 밟고, 또 양쪽 발로 함께 밟아봅니다. 노래 구간에 따라 동작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머리로는 기억하는 동작이지만 발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자 다들 "까르르" 웃음이 터졌어요. 그래도 차근차근 하다 보니 어느새 한 곡을 완주했습니다. 제법 쌀쌀한 이른 봄 날씨에도 소중 기자단의 볼이 발갛게 상기됐어요. 왁자지껄한 소리로 골목을 가득 채우면서 아해로 골목 놀이 체험도 막을 내렸습니다.

전시실 한쪽에 있던 제기를 발견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제기차기에 도전했다.

전시실 한쪽에 있던 제기를 발견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제기차기에 도전했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되면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늘어났어요. 한창 뛰어놀아야 할 청소년도 스마트폰과 PC 모니터 화면만 들여다봐야 했죠.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일주일에 3번, 30분씩만 운동해도 학습능력과 집중력이 15%나 좋아진다고 해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봄,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집 앞 골목에서 다양한 놀이로 신나게 몸을 움직여 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마스크는 꼭 챙겨야겠죠.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이재영(서울 대치초6)·정송은(서울 도곡초6)·조윤서(서울 가곡초 4)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저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평소에 하던 놀이가 알고 보니 대부분 옛날 골목 놀이에서 진화한 것이더라고요. 매우 신기했어요. 취재에서 다른 학생기자들과 고무줄놀이를 한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한 번 하고 힘들어서 금방 지쳤죠. 그래서 바로 깨달았어요. "옛날 사람들은 정말 체력이 좋구나" 하고요.

이재영(서울 대치초 6) 학생기자

취재하면서 제가 어렸을 적에 자주 하던 '쎄쎄쎄'가 알고 보니 일제시대 때 유행한 놀이고, 우리말로는 '손뼉치기'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체험했던 놀이 중에선 고무줄놀이가 제게는 특히 어려웠죠. 첫 취재여서 매우 떨렸는데, 선생님들이 잘 알려주셔서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정송은(서울 도곡초 6) 학생기자

재작년에 고무줄을 문방구에서 사서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를 해 본 적 있어요. 놀이 방법을 정확히 아는 친구가 없어서 유튜브를 검색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취재를 통해 '학교 종이 땡땡땡'에 맞춰 고무줄놀이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친구들과 야외에서 고무줄놀이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조윤서(서울 가곡초 4) 학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