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39화. 신비로운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2021.04.05 09:00

용과 정령과 요정이 사는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부터 한국의 단군 신화까지 세상에는 신화와 전설이 가득하다. SF 같은 다양한 작품에 영감을 준 신화와 전설은 모두 인간이 가진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부터 한국의 단군 신화까지 세상에는 신화와 전설이 가득하다. SF 같은 다양한 작품에 영감을 준 신화와 전설은 모두 인간이 가진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

판타지에는 매우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거대한 용이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고, 고대의 마법사가 놀라운 마법으로 세상을 바꾸어 놓기도 하죠. 요정과 정령이 하늘을 날며 빛을 내는가 하면, 흡혈귀나 좀비가 마을을 위협하고, 영웅과 용사들이 마왕에 맞서 사람들을 구해내고요. 공주와 마술사가 등장하는 왕국부터 마법 탐정과 마녀가 활약하는 도시에 이르기까지 판타지 세계는 온갖 신비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신비로운 이야기들은 모두 신화와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죠.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부터 북유럽 신화나 켈트 신화, 수메르, 이집트, 그리고 한국의 단군 신화에 이르기까지…. 세상에는 신화와 전설이 가득합니다. 그 자체로서도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판타지나 SF 같은 다양한 작품에 영감을 준 신화와 전설…. 이들은 모두 우리 인간이 가진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은 호기심이 많습니다. 모든 것을 궁금하게 여기고 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처음 두 다리로 땅에 섰을 때부터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사람들은 세상을 돌아보며 호기심을 늘려나갔습니다. 하늘과 땅, 별‧태양‧달을 보면서, 그리고 바다와 강을 보면서 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고민했죠. 이 세상이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 무엇보다도 우리 사람들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를 고민했습니다. ‘태양은 왜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질까?’ ‘강은 왜 바다로 흐를까?’ ‘비는 왜 내릴까?’ 세상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제각기 그에 대한 답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답을 알지 못했죠. 결국, 사람들은 ‘이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상상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죠.

누군가 말했습니다. ‘비는 비의 정령이 내려주는 은총이다.’ 단지 상상에서 비롯한 그 말에는 어떤 근거도 없었지만, 뭔가 그럴듯하게 들렸습니다. 이로써 사람들은 ‘비의 정령이 있다’는 상상을 받아들이며, 비가 왜 내리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었죠. 사람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비의 정령’이라는 상상을 받아들이면서, 비의 정령 그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죠. ‘비의 정령은 어떻게 생겼지?’ ‘비의 정령은 왜 은총을 내리지?’ ‘비의 정령은 어디에서 살지?’ ‘비의 정령’이라는 상상의 존재에 대한 무수한 질문은, 그에 대한 상상의 나래에 힘을 더해줍니다. 사람들은 끝없이 상상을 거듭하고 비의 정령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비의 정령이나 마음, 그가 살아가는 세상…. 이렇게 전설이 시작되고, 신화가 만들어집니다.

호기심과 상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비의 정령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니 구름의 정령이나 태양의 정령, 강과 바다, 물의 정령 또한 탄생하게 되는 거죠. 겨울이 되면 눈의 정령으로 변신하는 비의 정령이 다양한 자연의 정령과 함께 ‘정령계’라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상상으로까지 발전합니다. 이러한 상상은 ‘비의 정령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는 바람과 연결되어 신앙과 종교를 낳고, 동시에 세상을 구하는 영웅과 탁월한 현자 그리고 세상을 위협하는 악당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온갖 위협에 맞서 신의 힘을 가진 영웅이 활약하는 이야기를 바랐기 때문이죠.

정령과 신들도 계속 태어납니다.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고 문명이 발달하며, 다채로운 직업과 생활이 생겨나면서 호기심과 상상이 넘쳐났기 때문이죠. 비나 바람, 태양 같은 자연의 현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탄생한 정령과 신은 어느새 대장장이나 농부 같은 인간의 직업을 수호하는 존재로 거듭났습니다. 도둑이나 사기꾼 같은 범죄자들조차 수호신을 갖기에 이르렀죠. 화덕이나 물병처럼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가족에게 소중한 물건을 지켜주는 존재도, 결혼이나 이혼 같은 사람들의 규칙에 대한 신도 생겨납니다.

신들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이야기가 늘어나고, 인간의 바람이 영웅과 용사를 만들어내면서 신화라는 상상의 세계는 더욱 풍족해졌습니다. 그리고 신화의 상상은 창작자들의 마음을 자극하여,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죠. ‘판타지’가 탄생한 것입니다. 판타지는 신비한 이야기입니다. 신비란 ‘이성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을 만큼 신기하고 묘한 것’을 가리키죠. 이렇게 생각할 때 판타지는 허황하고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화와 전설이 인간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어 다채롭게 발전하며 문화를 이끌었듯이, 신화로부터 영감을 얻은 판타지 역시 우리에게 풍부한 상상과 즐거움을 전해주며 마음을 풍족하게 해 줄 것입니다. 호기심과 상상, 그리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마음은 우리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특성이니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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