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면 새 잎 나온다…기후 변화에 식목일 3월로 옮기나

중앙일보

입력 2021.04.05 05:00

4일 경남 함양군 백전면 오십리 벚꽃길을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전국의 3월 평균 기온이 높게 나타나면서, 올해 벚꽃은 역대 가장 빠르게 개화했다. 뉴스1

4일 경남 함양군 백전면 오십리 벚꽃길을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전국의 3월 평균 기온이 높게 나타나면서, 올해 벚꽃은 역대 가장 빠르게 개화했다. 뉴스1

올해 벚꽃은 역대 가장 일찍 핀 벚꽃으로 기록됐다. 기후 변화로 3월 평균 기온이 빠르게 오른 탓이다.

따뜻해진 봄날, 일찍 찾아오는 건 활짝 핀 꽃만이 아니다. 나무 생장 시간표도 갈수록 당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4월 5일인 식목일을 3월로 옮기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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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 녹고, 잎눈 트기 전이 나무 심는 적기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유아교육진흥원에서 식목일을 맞아 어린이들이 나무 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유아교육진흥원에서 식목일을 맞아 어린이들이 나무 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무 심는 날을 앞당기자는 이유는 뭘까. 과학적으로 나무 심기 가장 적당한 시기는 언 땅이 풀리고, 잎눈이 트기 전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잎과 꽃이 핀 뒤에 나무를 심으면 뿌리가 단단히 자라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한다. 잎과 꽃에 양분·수분을 뺏기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은 나무가 자라는 초기엔 충분한 물이 공급돼야 한다. 강수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나무가 고사하기 때문에 나무를 심기엔 적절하지 않다.

그런데 봄이 시작되는 3월 평균 기온이 심상치 않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940년대에 비해 2010년대 3월 평균 기온은 약 2.3도 상승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10년마다 0.5도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기온 상승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기온 상승 추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3월 기온 상승 추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4월 초면 이미 새 잎 텄다

눈에 띄게 따뜻해진 3월, 일찍 피는 잎은 전국에서 관찰된다. 국립수목원이 전국 44곳에서 낙엽 활엽수의 잎 피는 시기를 확인한 결과, 2018년 기준 4월 4일±10일이었다. 1월 환경부가 펴낸 '2020 이상기후보고서'도 지난 10년간 식물의 개엽 시기는 13.4일, 개화 시기는 9.4일 빨라진 것으로 분석했다.

4월 5일 즈음엔 언 땅이 녹은 지 오래고, 새잎도 이미 튼 상황. 과학적으로 나무를 심는 최적의 시기가 아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기온 상승에 따라 개엽 시기가 확연히 당겨졌기 때문에, 식목 시기 조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수목원이 전국의 낙엽활엽수의 잎 피는 시기를 관찰한 결과, 4월 초면 대부분 새 잎이 나는 것으로 관찰됐다. 서울 홍릉의 시험림에서 관찰한 봄꽃 개화 시기도 3월 기온이 높아지면서 뚜렷하게 빨라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은 3~4월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홍릉의 봄꽃 개화 시기가 약 4.2일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료 국립수목원,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이 전국의 낙엽활엽수의 잎 피는 시기를 관찰한 결과, 4월 초면 대부분 새 잎이 나는 것으로 관찰됐다. 서울 홍릉의 시험림에서 관찰한 봄꽃 개화 시기도 3월 기온이 높아지면서 뚜렷하게 빨라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은 3~4월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홍릉의 봄꽃 개화 시기가 약 4.2일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료 국립수목원, 국립산림과학원

'3월 식목일' 논의 시작? 

지금의 식목일은 조선시대 나무를 심은 기록에 기반해 1946년 지정된 뒤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변경 논의가 이뤄진 적 있다. 하지만 그때는 3월 기온 상승이나 기후 변화의 영향이 뚜렷하지 않아 4월 5일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식목일이 가진 상징적 의미도 정부가 고민하는 지점이다. '4월 5일=식목일'이라는 인식이 확고한 상황에서 국민이 날짜 변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온이 오르고 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달라지는 건 맞지만, 일반 국민이 동의해야 날짜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후 변화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정부도 다시 한번 공론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민들 역시 '식목일 변경'에 좀 더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산림청이 설문조사를 진행했더니 성인 1006명 중 56%가 찬성표를 던졌다.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해서', '3월에 심는 것이 나무 성장에 더 적합해서' 등의 이유였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청주 복대초등학교에서 열린 제76회 식목일 기념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식목일은 4월 5일이지만, 개별 기관에서 진행하는 '나무심기 행사'는 3월에 열리는 곳도 많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청주 복대초등학교에서 열린 제76회 식목일 기념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식목일은 4월 5일이지만, 개별 기관에서 진행하는 '나무심기 행사'는 3월에 열리는 곳도 많다. 뉴스1

박종호 산림청장은 지난달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식목일을 지금의 4월 5일보다 2~3주 정도 당기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략 3월 14~21일에 해당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 식목일을 바꾸는 데 대해 국민들이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차차 실무 논의를 내부적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3월 식목일'을 뒷받침할 구체적 자료 중 강수량 부분은 다소 미흡한 상황이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3월 평균 기온 상승이 뚜렷하지만, 봄철 건조 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면서 이 시기 강수량은 큰 변화가 없다"며 "기온만 놓고 보면 식목일을 3월로 당기기엔 충분하지만, 강수량까지 포함한 식목 시기 조정에 대한 복합적인 분석은 앞으로 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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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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