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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윤의 퍼스펙티브

4차 대유행 앞두고 변이 바이러스 반격 대비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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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역습

김윤의 퍼스펙티브 그래픽=신용호

김윤의 퍼스펙티브 그래픽=신용호

우리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내년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할 것 같다. 최근 세계적인 감염병 역학자 7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3명 중 2명은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1년 이내에 변이 바이러스에 의해 무력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전파력 높은 변이 바이러스로 미국·유럽에서 확진자 급증 #한국도 올여름 이전 4차 대유행 시기에 감염 확산 비상 #확보 백신이 최대한 약속한 시기에 도입되도록 노력하고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 있는 백신 확보 전략 서둘러 세워야

변이 바이러스 관련해 여러 연구가 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존 백신은 영국 변이에는 여전히 효과적이었으나 남아공 변이나 브라질 변이에는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남아공 변이에 대한 효과가 10% 불과했으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중화항체의 양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후에 생겨나는 중화항체의 양이 줄어들면 백신 접종 직후에는 면역력이 있더라도 오랫동안 유지되기 어렵다. 최근에는 화이자 백신이 남아공 변이에 대해 90% 이상 면역력을 나타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지만, 아직 검증 단계가 남아있다.

기존 백신이 이제까지 출현한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더라도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앞으로 나타날 변이 바이러스는 최초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점점 더 많이 다른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인도에서는 영국 변이와 남아공 변이의 특징을 모두 가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도 나타났다.

현행 거리두기, 집단감염에 대응 못 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아서 위험하다. 영국 변이는 전파력이 1.5배, 치명률은 1.3배가량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남아공 변이와 브라질 변이도 영국 변이와 비슷하게 높은 전파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기존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훨씬 더 오랫동안 해야 하고 변이 바이러스에 백신이 효과적이라고 해도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

변이 바이러스의 높은 전파력은 미국과 유럽에서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전 국민 3명 중 1명이 백신 접종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영국 변이를 비롯한 주요 변이 바이러스가 차지할 정도로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확진자 수가 크게 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전체 확진자의 4명 중 3명이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월부터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퍼지고 있다. 아직은 변이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있지는 않았지만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 변이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지난 3차례의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이 3~6개월 간격으로 발생한 것으로 고려하면 올여름 이전에 4차 대유행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이 전 국민의 5명 중 1명밖에 접종하지 못한 6월 말 이전에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 변이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지난겨울 시작된 변이 바이러스 지역사회 감염이 대유행 시기와 맞물리면서 대다수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바뀌는 데 서너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4차 대유행으로 미국이나 유럽처럼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다수를 차지하면 대유행이 안정되기까지 기간은 길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는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머지않아 닥쳐올 4차 대유행과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앞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수명을 다한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가능한 한 빨리 개편해서 4차 대유행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최근 늘어나는 사업장과 기숙사에서의 집단 감염과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다중이용시설과 종교시설 등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효과 입증되면 러시아·중국 백신도 고려

정부는 방역지침을 만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국민이 지침을 지킬 수 있도록 한편으로 철저히 감독하고 다른 한편으로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감염에 취약한 사업장과 기숙사, 다중이용시설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 이후에도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과감하게 처벌해서 방역지침을 지키는 선량한 다수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조속히 개편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의 거리두기 피로감과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단체 기합 방식’이라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리두기 개편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최대한 높여 4차 대유행이 오더라도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기존에 확보한 백신들이 최대한 약속한 시기에 도입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효과와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러시아 백신이나 중국 백신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백신을 추가 접종하거나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새로운 백신을 새로 맞아야 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백신을 늦게 확보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랫동안 계속해야 하는 현재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새로운 백신 확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 동향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신속하게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장기전 될 듯

코로나바이러스는 약 3만 개의 RNA 유전자로 이뤄져 있다. 감염된 숙주의 세포에 침입해 RNA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을 통해 증식한다. 숙주의 세포 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면서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난다. 두 개의 나선이 맞물려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DNA 바이러스에 비해 한 개의 나선으로만 이뤄진 불안정한 구조를 가진 RNA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훨씬 더 잘 일어난다.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하면 11일마다 새로운 변이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제까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코로나19 변이가 출현했지만, 대부분의 변이 바이러스는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살아남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전파력이나 감염된 환자에서 치명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변이, 남아공 변이, 브라질 변이처럼 전파력과 치명률을 높일 수 있는 변이가 출현하면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코로나19 환자가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감염 기간이 길어지면 변이가 발생하기 쉽다. 감염된 숙주 면역 체계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이러스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영국·남아공·브라질 같이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한 지역에서 변이가 발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수의 선진국이 대부분의 백신을 독점해 개발도상국에서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개발도상국에서 오랜 기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많아지면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백신에 저항력이 있거나 전파력이 높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해 선진국에 유입되면 코로나19 종식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코로나19가 변이를 거치면서 전파력은 점점 더 높아지고 치명률은 점점 낮아져 인플루엔자 독감 바이러스처럼 계속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독감 백신처럼 코로나19 백신을 정기적으로 맞아야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로 인해 출현하는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