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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방 대학, 지역 문제 해결의 구심점 돼야

중앙일보

입력 2021.04.0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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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쓰나미가 몰려왔다. 정원을 못 채우고, 새 학기를 맞은 지방 대학 얘기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충격적일 줄 몰랐다. 정말 문 닫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한다. 왜 이리 속절없이 당했을까. 시계를 돌려 1단계 대학 구조 개혁이 시작된 2013년으로 돌아가 보자. 입학 자원 감소와 대학 위기를 전망하는 기사들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전문가들은 뼈를 깎는 혁신과 특성화로 미충원 쇼크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수도권 대학까지 정원 감축을 압박했다.

대학은 지역과 공동운명체 되고
공유 대학으로 최고의 강의 제공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계심이 느슨해졌다. 눈앞에 닥친 평가와 정부 사업 수주에 몰두하고, 단기 성과에 집중했다. 갈등을 수반하는 혁신과 변화는 뒤로 미뤘다. 정책도 변화했다. 적극적 개입보다 시간에 운명을 맡기는 전략적 인내로 돌아섰다. 그사이에 우려는 현실이 됐고, 지방 대학부터 희생양이 되었다.

대학 위기는 진행형이다. 2040년이면 학령인구가 28만 명까지 떨어진다. 올해 대입 정원이 55만 명이니, 그냥 놔두면 고등교육 생태계는 붕괴할 것이다. 지방대가 무너지면, 수도권 대학이나 연구 중심 대학도 위태롭다. 비관적 결정론에 빠져 환경만 탓해서는 답이 없다. 대학이 먼저 변해야 한다. 새 판을 짜는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키워드는 ‘무대의 확대’와 ‘전략의 전환’이다.

먼저 손흥민 선수처럼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 지원과 학생 등록금에 의존했다. 정부 예산은 규제를 수반하고, 등록금 동결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안은 활동 무대를 넓히는 것이다. 우선 지역과 더 밀착해야 한다. 미네르바 대학을 만든 벤 넬슨은 대학이 지적 고상함에 취해 현실 세계에서 멀어졌다고 경고했다. 대학은 외딴 섬이 아니다. 빈 건물에 창업보육센터를 유치하고 체육관도 들여와 캠퍼스에 사람이 넘치게 하자. 지역 특산품의 비즈니스 혁신을 돕고, 중소기업의 문제 해결에도 뛰어들어야 한다. 그럴 때 대학과 지역은 공동 운명체가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 존폐는 지역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음 무대는 지역 주민의 평생학습과 재직자 교육이다. 혁신의 아이콘 애리조나주립대는 대학 교육을 평생학습의 출발점으로 규정한다. 직장인 재교육에 대학 역량을 풀가동한다. 기술 변화와 고령화로 평생학습과 재교육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국의 대학이 나서면 성인 재교육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장이다. 특히, 아세안 국가는 지리적·정서적으로 한국 대학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온라인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혁신의 척도이다.

거대한 몸집으로 고비용 교육을 하는 지금 모델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개방과 협력의 정신이 필요하다. 학생을 대학 울타리에 묶어 두고, 학습 경험의 폭을 좁히는 것은 낡은 패러다임이다. 그런 면에서 공유 대학은 바람직하다. 온라인 학습을 포함하는 디지털 학습 플랫폼이 대표적 모델이다. 누구나, 편한 시간에, 어디에서든지 학습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여러 분야 최고의 강의를 올리고, 흥미와 진로에 따라 선택해서 듣는 ‘맞춤형 학습’ 시대도 앞당길 수 있다. 미국 edX 플랫폼을 보자. 160개가 넘는 대학이 참여하고, 하루 44만 명이 접속해 3000개 이상의 강의를 듣는다.

정부도 화답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날로그 시대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고등교육법을 새로 쓴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모든 대학을 한 잣대로 평가하는 제도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작고 강한 대학이 많이 생긴다. 지금 위기는 고등교육의 새 판을 짜라는 신호다. 주저하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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