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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양파와 인생 그리고 중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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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중국을 어떻게 읽을 건가. 이 물음을 대할 때면 늘 “인생은 양파와 같다”고 한 미 시인 칼 샌드버그의 말이 생각난다. 한 꺼풀씩 벗기다 보면 그 매운맛에 눈물이 나는 게 어디 양파와 인생뿐이겠나. 천의 얼굴을 한 중국도 매한가지다. 그래도 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최근 중국의 속내를 엿볼 꿀팁 하나가 있다. 바로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 대부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야심과 맥이 닿아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의 끝자락 날이다. 중국 신화사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과 국무위원 등 중국 최고 지도부 인사 52명이 시진핑에게 업무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홍콩에선 내년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에게 ‘충성 맹세’를 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1인자가 됐고 2017년 연임에 이어 2022년의 3연임을 위한 포석이란 이야기다. 또 지난달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선 33년 만에 ‘전인대 조직법’이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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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자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총리나 중앙군사위 주석의 건의 없이 부총리나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을 임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전인대는 ‘만나서 악수하고 손들어 표결하며 박수로 통과시킨다(見面握手 表決擧手 通過拍手)’는 비아냥을 듣는 곳이다.

일각에선 전인대에 실질적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역시 시진핑의 권력 강화로 이어진다. 시진핑이 파벌이 다른 총리 리커창(李克强)을 제쳐놓고 측근인 전인대 상무위원장 리잔수(栗戰書)를 통해 수시로 당의 중요 인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은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임의로 인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마윈(馬云) 혼내기도 다르지 않다. 당을 욕보인 괘씸죄도 있지만, 빅데이터 구축과 언론사 소유 등 시진핑 장기 집권의 가장 강력한 토대인 ‘당의 지배’에 위협이 된 게 진짜 문제다.

미국과 맞짱 뜨는 중국의 거친 외교도 시진핑의 강한 리더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기에 유행이다. 중국 당국은 또 최근 중국인의 머리를 장악하려는 ‘사정(思政)’ 부문 교육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사회주의 인민으로서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 등 삼관(三觀)을 갖추게 한다는 이름 아래 ‘시진핑 사상’ 학습이 한창이다. 시진핑 집권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게 우리에게 주는 시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중국의 모든 행태 저간엔 그게 시진핑의 장기 집권에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의 손익을 따지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다루기에 나서는 이들이 우선 고려해야 할 포인트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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