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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몸속 유해 산소 없애는 로즈메리, 혈압 떨어뜨리는 라벤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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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에이드 음료에 얹은 애플민트, 연어구이에 곁들인 로즈메리….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허브(herb)다. 약초를 뜻하는 라틴어 ‘헤르바(herba)’가 어원인 허브는 세계적으로 수천 년 전부터 약과 향신료 등으로 널리 쓰였다. 국내에서도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서 허브를 키우거나 음식에 활용하는 등 허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허브를 단순히 음식의 장식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허브의 다양한 건강 기능 효과와 허브를 건강하게 즐기는 법을 알아본다.

허브의 건강학

 허브의 건강 효과는 단연 강력한 항산화력이다. 허브는 해충·자외선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영양소를 몸에 저장하거나 향으로 내뿜는다. 허브를 식품에 넣으면 항산화력이 우수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국식품영양학회지(2020)에 따르면 김천대 식품영양학과 이재우 교수팀은 간장 20mL에 레몬밤·로즈메리·스피어민트·페퍼민트 등 허브 4종을 넣어 60도에서 우려내고, 허브를 넣지 않은 일반 간장과 폴리페놀 함량을 비교했다. 폴리페놀은 몸속 유해 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 물질 중 하나다. 실험 결과, 허브 간장 4종 모두 일반 간장보다 폴리페놀 성분이 많이 검출됐다. 특히 레몬밤이 든 허브 간장의 총 폴리페놀 함량은 180~220㎎/mL로, 일반 간장(73.2㎎/mL)의 두 배 이상이었다. 허브에 풍부한 로즈마린산·카페인산 등 폴리페놀이 간장에 용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스트레스·통증 완화하는 허브 향

허브의 건강 효과는 향에도 숨어 있다. 허브에서 추출한 휘발성 오일인 아로마 에센셜오일에 허브의 향이 진하게 녹아 있다. 이 오일을 통해 허브 향의 화학 성분이 호흡으로 체내에 유입되면 도파민·아드레날린·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스트레스·통증 등의 완화에 도움을 준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허브 향을 흡입하면 향 일부가 후각신경을 통해 뇌의 변연계로 들어오는데, 감정을 만드는 기관인 변연계는 허브의 상쾌한 향을 맡고 ‘기쁨’의 감정을 만들어낸다”며 “또 뇌의 시상하부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자율신경계를 조절해 혈압, 맥박 수를 안정화하고 스트레스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대한스트레스학회지(2017)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을지대·우송정보대 간호대학 공동연구팀은 평소 고강도의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대학병원 간호사 6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31명)은 물(18㏄)에서 족욕만 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31명)은 같은 양의 물에 허브 중 라벤더·레몬·티트리를 6:3:1의 비율로 블렌딩해 만든 아로마 에센셜오일(0.5㏄)을 떨어뜨리고 족욕을 하게 했다. 족욕한 지 30분 후 객관적 스트레스를 파악하기 위해 자율신경계 활성도를 정량화해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한 결과 아로마 족욕 그룹은 3.65에서 2.94로 0.71 감소했는데, 족욕만 한 그룹은 3.32에서 3.74로 0.42포인트 증가했다.

허브에서 추출한 아로마 에센셜오일이 아닌 인공 향을 맡아도 결과가 같을까. 가톨릭대 간호대학 차정희 외래교수와 서울성모병원 간호부 공동연구팀은 본태성 고혈압 환자 42명 중 실험군(22명)에 레몬·라벤더·일랑일랑을 2:2:1의 비율로 섞은 아로마 에센셜오일(2mL)을 갈색 차광병에 담아 제공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하루 두 번씩 총 3주간 아로마 에센셜오일을 한 방울(0.04㏄)씩 거즈에 떨어뜨려 코에서 5㎝ 떨어진 거리에서 눈을 감고 2분가량 흡입하고

3회 심호흡을 하도록 했다. 대조군(20명)에는 인공 향을 같은 방법으로 흡입하게 했다. 그 결과 실험군의 평균 수축기 혈압은 124.9㎜Hg에서 118.2㎜Hg로 6.7㎜Hg 감소했지만 인공 향을 사용한 대조군은 122.9㎜Hg에서 123.5㎜Hg로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심전도 파형(EKG) 기록기기를 이용한 교감신경계 활성도 조사에서 실험군의 교감신경계 활성도는 10.69%에서 6.57%로 4.12%포인트 감소했지만, 대조군은 9.58%에서 9.57%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인공 향엔 없고 아로마 에센셜오일에만 있는 화학구조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도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질, 토마토 요리와 찰떡궁합

일상에서 허브의 건강 기능 효과를 보고 싶다면 우선 식용 허브를 섭취해 보자. 로즈메리·바질·애플민트·딜·파슬리·레몬그라스·스피어민트·레몬밤 등이 대표적인 식용 허브다. 시중엔 생(生) 허브, 말린 허브로 나와 있다.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생허브는 일반 채소보다 빨리 시들기 쉬워 사자마자 섭취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 억제 효과 성분(로즈마린산)이 풍부한 로즈메리는 전체 부위에서 상큼한 소나무 향을 풍겨 육류의 잡내를 잡을 때 많이 쓰인다. 로즈메리를 올리브유에 섞은 뒤 생선에 펴 바르고 굽거나 삼겹살을 재우는 방법이 있다. 마르게리타 피자의 토핑으로 잘 알려진 바질은 향 성분인 리나로올이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준다. 바질 잎은 뜯거나 씹을 때 달콤하면서 짙은 향을 낸다. 바질은 토마토 요리와 궁합이 좋으며 드레싱·샐러드·수프 등에도 바로 넣어 먹으면 된다. 김 겸임교수는 “허브 잎을 말려 차로 끓여 마시면 허브의 유효 성분을 간단히 섭취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찻주전자를 따뜻하게 데운 후 허브(1인분 1 찻숟갈)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생허브는 4~5분, 말린 허브는 3분가량 우려낸다. 여러 허브를 배합한 티백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허브의 향을 맡거나 허브 성분을 피부에 흡수시키려면 아로마 에센셜오일을 활용해 보자. 아로마 에센셜오일 원액은 피부에 직접 바르지 말고 캐리어오일(에센셜오일을 희석하는 데 사용하는 식물성 오일)에 희석하는 게 원칙이다. 단, 라벤더·티트리의 경우 아로마 에센셜오일 원액을 소량 면봉에 묻혀 몸에 바르거나, 욕조에 몇 방울 떨어뜨려 반신욕을 즐겨도 피부에 부담이 없다. 통증 부위에는 라벤더·로즈메리·페퍼민트·유칼립투스·티트리 등의 아로마 에센셜오일을 물과 섞어 희석하고 여기에 탄력 붕대를 적셔 통증 부위에 감으면 빠른 통증 완화를 돕는다. 잠들기 전 20~30분 동안 라벤더 에센셜오일을 몇 방울 도자기 향로에 떨어뜨려 향을 내면 숙면을 부를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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