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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른 미국 경제 회복, 한국엔 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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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경제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모습. [중앙포토]

미국 경제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모습. [중앙포토]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조가 국내 기업의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금융시장에는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엔 도움, 금융시장엔 부담 #경기 살자 시장금리·물가 상승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치솟아 #신흥국 자본이탈 부추길 우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 대한 수출액(62억400만 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역대 최고 실적이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6.5%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는 7%로 전망했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는 걸 예의주시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접종이 마무리하면 ‘보상 소비’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물가 상승률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물가 상승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장기 시장금리)는 최근 연 1.7%대까지 치솟았다. 경기 회복과 함께 시장금리와 물가가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안전자산인 국채 금리의 상승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신흥국 주식 등 위험자산의 투자 비중을 축소하도록 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Fed는 상당 기간 하루짜리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연 0~0.25%)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장기 시장금리는 Fed의 기준금리와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해외로 나갔던 달러가 미국 금융시장으로 되돌아가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달러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가 나타나면서 신흥국에선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경제 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신흥국의 자본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개발도상국에서 자본 유출 규모는 5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 회복은 전반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회복 속도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라며 “미국 경기 과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이 오히려 국내 소비와 투자를 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금융시장을 통해 실물시장에까지 파급될 수 있다. 백신 보급 등 호재에도 경기 회복이 지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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