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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봄철 나른한 몸에 활력 주고, 뇌 손상 예방 돕는 귀한 약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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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되면 부쩍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같은 일을 해도 힘이 부치고 기력이 달린다. 이 같은 증상은 계절적 변화에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더욱 가중된다. 침향은 천연 약재 중 기력 회복에 효과가 뛰어난 재료다. 최근에는 뇌 건강을 증진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침향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오랜 세월의 자연이 빚어낸 ‘천연 보약’의 힘이다. 실제로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천천히 굳어야 그 가치를 지닌다. 나무가 수지를 분비해 감염을 예방하고 회복하는 것처럼 침향의 기운이 신체 회복을 돕는다.

침향의 건강 효과

 체내 기운 잘 다스리는 성질 지녀

침향의 건강 효과는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여러 고서(古書)에 다양한 용도와 효과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불교 경전 『중아함경』에는 “향 중에서 오로지 침향이 제일”이라고 기록돼 있고,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했다.

 중국에서도 침향을 귀하게 여겼다.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침향이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기록돼 있다. 또 중국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서는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설명한다.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은 침향의 심신 안정 효과를 조명하고 있다.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설명돼 있다. 특히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효능은 체내의 기운을 잘 다스리는 성질 때문이다. 서초아이누리한의원 황만기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침향을 ‘이기약(理氣藥)’으로 분류한다”며 “침향은 뭉친 기운을 잘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병의 기운을 내리고 잘 배출되지 않는 것을 개선하는 성질이 있다.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복부 팽만, 변비나 소변이 약한 증상에 효과가 있는 이유다.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침향의 성질을 이루는 핵심 성분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핵심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증상 호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식욕 부진과 복통, 부종 같은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성분은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아가로스피롤은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천연 신경안정제’로도 불린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불면증 극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 퇴행성 변화 억제 가능성 시사

최근에는 침향의 성분이 뇌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침향이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 및 뇌의 퇴행성 변화를 막는다는 점을 시사한 연구다.

지난해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가 실렸다. 이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쥐에게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 분석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 결과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는데,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줄어들면서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쥐의 뇌 활성산소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지속하면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등 뇌의 산화적 손상이 발생하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즉 침향이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손창규 교수는 “추가 연구를 통해 침향의 약리 활성 성분이 밝혀지면 현대인에게 만연한 스트레스성·퇴행성 뇌 질환 치료에 유효한 약물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침향도 약재인 만큼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과용하면 두통·복통·설사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침향을 섭취할 땐 가급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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