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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심한 잠꼬대·변비, 둔한 행동·후각은 단순 노화 아닌 뇌 이상 신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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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파킨슨병 조기 발견법 발병하면 스스로 걷기 힘들고 우울·불안·인지장애가 찾아와 일상을 뒤흔든다. 대표적인 노인성 뇌 질환이지만 치매·뇌졸중과 비교하면 질환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바로 ‘파킨슨병’ 얘기다. 파킨슨병은 완치법이 없어 평생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치병이 아닌 희망적인 병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파킨슨병의 날(4월 11일)을 맞아 파킨슨병을 의심할 만한 징후와 치료 방법을 알아본다.

주부 이모(67)씨는 10년 전 식사를 준비하는데 팔에 힘이 빠지고 칼질이 평소처럼 잘 안 됐다. 요리하는 데 냄새를 잘 구별하지 못해 난감했다. 처음에는 “피곤해 몸에 무리가 왔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저 일시적인 노화 현상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다 몇 달 뒤 장을 보러 걸어가는 데 친구들이 “왜 발을 끄냐”고 물었고 이씨는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몇 걸음 뒤 발이 끌리는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이상하다고 느껴 병원에 가서 검사한 결과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주요 증상은 뇌 퇴화 10년 뒤 두드러져

뇌의 신경세포는 몸을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특히 뇌 기저부에 있는 흑질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운동과 정신 활동, 음식물 섭취와 위장관 운동 조절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한다. 파킨슨병은 운동을 관장하는 부위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50% 이상 줄어들 때 증상이 나타난다.

 한국에서 파킨슨병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2019년 기준 11만 명 이상이 파킨슨병으로 병원을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는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50대 이하 중년에게서도 발병률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발병 원인을 모른다. 파킨슨병 하면 대다수가 손 떨림을 떠올린다. 글씨를 쓰거나 수저질할 땐 괜찮다가 편하게 앉아 TV를 볼 때처럼 안정 시 떨리는 게 특징이다. 행동이 느리고 둔해져도 의심해볼 수 있다. 예전보다 단추를 잠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요리할 때 재료 손질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식이다. 또 파킨슨병 환자는 걸을 때 한쪽 다리만 끄는 경향이 있다. 팔다리 움직임이 줄고 발걸음이 자꾸 꼬인다. 표정이 점차 없어지고 말소리가 작아지는 것도 파킨슨병 증상 중 하나다.

 문제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흑질)는 이런 증상이 생기기 10년 전부터 서서히 퇴화한다는 점이다. 곳곳에서 징후가 나타나므로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된다. 심한 잠꼬대가 대표적이다. 꿈을 현실화하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한다. 뇌에서 인식·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후각신경이 손상돼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한다. 자율신경계 기능에 이상이 생겨 변비에 시달리는 일도 흔하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성영희 교수는 “통증은 파킨슨병의 매우 흔한 비운동 증상인데, 어깨·허리 통증이 있다고 정형외과·신경외과 등을 1~2년 다니다가 나중에 진단을 받는 사례가 왕왕 있다”며 “수면장애나 우울증, 불안증을 경험하거나 얼굴이 무표정해져서 정신적인 문제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도파민 보충 약 먹고 운동 꾸준히

파킨슨병으로 진단되면 뇌에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다른 약도 있어 환자 나이와 증상에 맞게 처방이 이뤄진다. 다행히 다른 뇌 질환과 비교하면 효과가 뛰어나다. 그러나 치료 약을 장기간 먹으면 이상 운동 증상과 약효가 오래가지 않는 소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땐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한다. 기계를 피하조직에 장착하고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자극을 줘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다.

 운동은 증상을 호전시키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유산소·근력 운동, 스트레칭 체조를 골고루 꾸준하게 하는 게 최선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피곤하고 기운이 없어 영양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뇌에 좋은 비타민 C·E가 풍부한 사과·딸기·귤·키위 등의 과일과 양배추, 브로콜리, 녹색 채소가 권장된다. 견과류와 닭가슴살·소고기 등 양질의 단백질도 고루 먹는다. 다만 단백질은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어 약 복용 시간과 최소 1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먹길 권한다. 성 교수는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인 약물·운동 치료를 병행하면서 주치의와 상담하고 전인적인 관리를 해나간다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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