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무대 사라져…콩쿠르 긴장감도 즐거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05 00:03

업데이트 2021.04.0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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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동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2021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에 7개 부문의 수상자와 시상자들이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바이올린 1·2·3위 김지영·조인해·장사무엘, 첼로 1·2위 이유빈·김재은, 플루트 공동 2위 김예성·이현주, 3위 편다인, 작곡 2·3위 정현우·김태호, 성악 여자 2·3위 김지원·문지현, 후원사인 KT&G 홍보실장 윤종빈, 중앙일보 대표이사 박장희, 성악 부문 심사위원장인 이원준 한양대학교 음대 교수. 뒷줄 왼쪽부터 피아노 1·2·3위 문성우·김정진·류준현, 성악 남자 1·2위 오영광·김태한과 공동 3위 박지훈·이종환. [사진 이대광 작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동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2021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에 7개 부문의 수상자와 시상자들이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바이올린 1·2·3위 김지영·조인해·장사무엘, 첼로 1·2위 이유빈·김재은, 플루트 공동 2위 김예성·이현주, 3위 편다인, 작곡 2·3위 정현우·김태호, 성악 여자 2·3위 김지원·문지현, 후원사인 KT&G 홍보실장 윤종빈, 중앙일보 대표이사 박장희, 성악 부문 심사위원장인 이원준 한양대학교 음대 교수. 뒷줄 왼쪽부터 피아노 1·2·3위 문성우·김정진·류준현, 성악 남자 1·2위 오영광·김태한과 공동 3위 박지훈·이종환. [사진 이대광 작가]

제47회 중앙음악콩쿠르가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1975년 중앙일보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이래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김대진, 테너 김우경을 배출한 대회다. 올해는 총 7개 부문에 577명이 참가했고 본선에 27명이 올라 20명이 수상했다. 1위 입상자들의 소감, 심사평을 전한다.

제47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연습할 때보다 무대 연주가 더 편해”

문성우

문성우

피아노 1위 문성우
문성우(21·서울대 3학년·사진)는 주위에서 ‘강심장’으로 통한다. “스승인 주희성 교수님도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무대에서 편하게 연주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연습할 때보다 무대에서 올라 오히려 더 편하게 연주하고, 약간의 기분 좋은 떨림 말고는 크게 긴장해본 적이 없다.”

중앙음악콩쿠르 결선인 지난달 30일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환상곡(K.397), 슈만 교향적 연습곡,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작곡가 김새암(34)의 ‘Danse de Lumiere’(빛의 춤)를 연주했다. “모차르트를 마치고 슈만을 시작하기 직전 모든 무대와 객석이 조용한 정적이 있었고 내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 약한 긴장감이 좋았다.”

중앙음악콩쿠르 1위를 계기로 앞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콩쿠르에 나가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고 싶단다. “연습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피아노가 힘들 때도 많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결국에는 피아노 앞에 앉아 뭐라도 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내가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 맞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슈만이나 브람스처럼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라흐마니노프의 격정적 러시아 음악에도 마음이 간다는 문성우는 “노력을 하고 또 해 좋은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먹고 잘 때 빼고는 음악 속에서 살아”

김지영

김지영

바이올린 1위 김지영
바이올린 부문에서 1위를 한 김지영(24·한예종 석사과정·사진)은 “태어나서 이렇게 음악에 빠져 지낸 적은 없었다”고 했다. 중앙음악콩쿠르를 앞두고 오로지 음악만 듣고 보고 생각하며 지냈다고 한다. “결선 연주곡인 베토벤 협주곡과 관련된 영상만 보고,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들어보며 연습했다.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음악 속에서만 살았다.”

그동안 국내외 콩쿠르에 다섯 차례 도전했지만 그때마다 탈락했다. 노력 부족 때문이었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음악이 좋았지만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다. 도전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 콩쿠르에 출전했지만 대부분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는 “이번에는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콩쿠르를 준비했고, 무대에서 연주할 때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못했던 점도 그를 열심히 준비하도록 했다. “콩쿠르는 긴장되는 경험이지만,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격스러워 최선을 다했다.” 6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김지영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연주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듣는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연주가 꿈”

이유빈

이유빈

첼로 1위 이유빈
이유빈(21·한예종 4학년·사진)은 첼로 부문 1위를 했지만 “첼로보다는 음악 자체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첼로, 아버지는 호른 연주자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함께 자란 이유빈은 “첼로로 음악을 시작하긴 했지만 모든 음악을 사랑한다. 지난해까지는 피아노에 빠져있었고 올해는 바이올린이 정말 좋다”고 했다. 첼로보다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고, 음색이 화려한 점을 바이올린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래서 이유빈은 독주만큼이나 다른 악기들과 함께 연주하는 실내악 활동을 많이 한다. “피아노·바이올린을 하는 친구들과 3중주 팀을 만들어 진지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로 다른 소리가 섞이면서 울리는 그 순간이 진짜 행복하다.”

그는 지난해 중앙음악콩쿠르에서도 3위에 올랐다. “지난해엔 2차 예선 끝나고 결선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결국 몇 마디를 까먹어 건너 뛰어버렸다”며 “이번에는 철저히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독주와 합주를 가리지 않고 하는 연주자를 꿈꾼다. “사람의 목소리처럼 매력 있는 첼로로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 듣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음악을 만드는 연주자가 되려 한다.”

“혼란 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어 감사”

오영광

오영광

남자 성악 1위 오영광
“원래 콩쿠르에선 연기 하지 않고 노래만 불러도 되지만, 표현을 해야 노래가 더 잘 되더라고요.” 성악 부문 1위 오영광(26·한예종 졸업·사진)은 “경연 대회 대신 연주 무대라 생각하고 노래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콩쿠르 무대에서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베이스의 아리아 ‘험담은 미풍처럼’을 불렀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지난해 교내 오페라에서 불렀을 노래”라고 했다. 오페라 공연은 취소됐고 이 노래를 부를 일도 사라졌지만 올해 콩쿠르 참가곡으로 일부러 골랐다. “코로나로 사라진 무대가 아쉬워 이 노래를 선택했고, 마치 오페라에서 공연하는 것처럼 연기하면서 노래했다.” 오페라 무대처럼 드라마를 더해 노래해 “노래를 살아있도록 만드는 무대 장악력을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에 성악을 시작했고 올해 대학을 졸업했다. “독일로 유학을 갈 생각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당장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노래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했다”고 말했다.

제 47회 중앙콩쿠르 수상자명단

제 47회 중앙콩쿠르 수상자명단

개성 돋보인 참가자들, 꾸준히 연구하길 

2021 중앙음악콩쿠르 본선 심사평

◆피아노= 피아노 부문 본선은 3명이 경합을 벌였다. 각자 나름의 우수한 연주력 가지고 있었으며 성장 가능성이 보였다. 모두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포함한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연주를 했는데 청중과 교감을 나누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 있게 펼쳐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앞으로 좀 더 좋은 소리를 향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소리의 기본적 퀄리티, 또는 다양한 앙상블에서의 소리의 질감, 명암, 양감 등의 조절 능력에 대한 숙고가 중요하다. 심사위원장 정완규

◆플루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까지 올라온 4명의 연주자가 대표적 낭만주의 협주곡인 라이네케의 곡을 각자 개성에 맞게 잘 연주해주었다. 각 악장마다 아름답고 섬세한 선율과 테크닉, 그리고 각자 다른 음악적 이해와 분석이 돋보였다.

연주에 따른 약간의 실수나 음정 불안 등이 있었으나, 완벽한 연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훌륭했으며, 두차례의 예선과 본선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기를 바란다. 젊은 연주자들의 앞으로에 큰 기대를 가지며 응원을 보내본다. 심사위원장 김미숙

◆작곡= 작곡가가 열정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낸 작품은 연주자의 애정과 수고를 통해서 살아있는 예술로서의 진가를 발휘한다. 올해 본선 연주에서는 연주자가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거나, 작곡자의 요구가 실제 연주에서 그리 효과적으로 나타내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었다. 악기나 성악가들의 음역, 그리고 특정 음역에서의 강세의 차이, 각 악기 간의 소리 밸런스 등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것이 연주를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젊은 작곡가에게 오늘의 경험은 성장해가는 데 귀한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악보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작품들인 만큼 각 곡들이 나름대로 우수함과 아쉬움이 있으리라는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열과 성을 다해 연주를 한 모든 연주자들이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장 백영은

◆바이올린= 본선 과제곡인 베토벤 협주곡은 역시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가장 부담스럽고 까다로운 곡이다. 베토벤 협주곡에 걸맞은 음색을 표현하기가 가장 힘들고 어려워 보였다. 또한 템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흐름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 보였다.

1위 수상자 김지영은 시종일관 흔들림 없는 안정되고, 각 악장의 특징을 한껏 살린 훌륭한 연주를 했다. 3악장의 화려한 연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2위 조인해는 화려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파워 넘치는 연주를 했지만 2악장 따뜻한 음색 표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보였다. 3위 수상자 장사무엘은 섬세하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소극적인 연주와 단조로운 표현력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심사위원장 정준수

◆첼로= 첼로 본선 진출자 3명 모두 개성 있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첫번째 연주자 김재은은 시원하고 직선적인 연주를 했고 백승연은 둥굴고 유연하게 우아한 연주를 보여줬다. 두 사람의 소리에 약간의 거친 느낌 또는 답답함이 아쉬움으로 남았다면 이유빈은 소리의 조절, 화성적 스토리텔링, 정확하고 경쾌한 느낌의 리듬 등 전반적으로 잘 다듬어진 연주를 보여주었다. 특히 성악적인 소리를 구사하여 디테일이 뚜렷했던 2악장과, 리듬과 화성적인 면에서 즉흥성까지 보여준 3악장 카덴차 등을 칭찬하고 싶다.  심사위원장 박경옥

◆성악(남녀 종합)= 성악인의 끊임없는 자기계발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소리의 균형을 이루어가는 본선 진출자들이었다.

노래하고 있는 소리와 곡의 내용을 일치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서 해나가기 바라며, 항상 스스로에게 내 소리가 무엇인지 질문을 하기를 바란다. 콩쿠르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젊은 연주자가 걷는 배움의 길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끊임없이 개발하고 성장하는 연주자가 되길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에도 끝까지 안전하게 진행해 준 중앙일보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심사위원장 이원준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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