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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재미만 쫓는(?) 드라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드라마가 최근 조기 종영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제대로 된 역사 의식 없이 재미만 쫓는 작품을 보고 싶지 않다” “역사를 왜곡하고 자극만 쫓는 드라마는 폐지돼야 한다” 등과 같은 비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경우 ‘쫓다’ ‘좇다’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린다. ‘쫓다’는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였다”처럼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해 뒤를 급히 따르는 경우에 쓰인다. “새를 쫓았다”와 같이 어떤 자리에서 떠나도록 몰아낸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팔뚝을 꼬집기도 하면서 잠을 쫓았다”처럼 밀려드는 졸음이나 잡념 등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좇다’는 “명예를 좇는 젊은이”처럼 목표·이상·행복 등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부모님의 의견을 좇기로 했다”에서와 같이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른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런 관례를 좇고 있을 계제가 못 된다”처럼 규칙이나 관습 등을 지켜 그대로 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스승의 학설을 좇았다”와 같이 남의 이론 등을 따른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서편 하늘로 멀어지는 까마귀 떼를 좇고 있었다”와 같이 눈여겨보거나 눈길을 보낸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서두의 예문들도 모두 재미나 자극 등 무엇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므로 ‘쫓는’을 ‘좇는’으로 고쳐야 한다.

둘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이동 유무를 살피면 된다. 몸을 직접 움직여 하는 행동에는 ‘쫓다’, 심리적 지향이나 추구 등을 나타낼 땐 ‘좇다’를 쓰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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