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줄었는데 임원연봉 왜" 발칙한 MZ, 기성세대엔 도발

중앙일보

입력 2021.04.05 00:02

업데이트 2021.04.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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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30 그들은 누구 

MZ세대(밀레니얼·Z세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회사의 인사평가를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성과급의 기준이 뭔지, 매출이 줄었는데 왜 임원 연봉은 올랐는지 밝히라고 요구한다. 20~30대 젊은 직장인의 불만은 과거 샐러리맨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성세대가 모르는 MZ세대 특성
상처 잘 받는 만큼 예민하고 솔직
불공정·불합리한 일에 크게 반응

“왜 100% 최선 다해야 합니까”
일·성공보다 가족, 워라밸 중시

같은 팀원 아니면 인사 잘 안 해
선배든 후배든 에티켓은 철저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가치관과 사고 체계를 지닌 이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기성세대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중요한 건 누가 옳고 그른가가 아니라 사회의 가장 역동적인 구성원이자 미래의 주인공에 대한 이해다.『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의 저자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인구학 전문가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리더십 교육가인 강완섭 PSI컨설팅 연구소장의 분석을 토대로 MZ세대의 주요 특성과 배경을 짚어봤다.

1 그들은 ‘유리 멘털’

윗세대는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이었던 만큼 죽느냐 사느냐 정도가 아니면 웬만한 것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굵직한 잣대’를 가졌다. 반면에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MZ세대는 매우 섬세하고 민감한 저울을 지녔다. 불공정과 불합리, 환경오염 등에 크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랄한 지적이나 비판에도 익숙하지 않다. 핵가족화 시대에 부모의 지원이 집중된 데다 사회적으로도 체벌이 금기시되고 개인의 성향이 존중되면서 ‘잘한다’ ‘멋진 생각이다’란 칭찬과 독려를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강완섭 소장은 “MZ세대는 자존심이 센 만큼 사회에 나갔을 때 성과 위주의 조직에서 지적을 받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 100%는 정상이 아니다

물질적 빈곤 속에서 부단한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기성세대는 ‘노력하면 된다’ ‘왜 최선을 다해 100% 역량을 발휘하지 않느냐’고 채찍질한다. 하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들에게 100%의 노력은 예외적인 상황이다.

이은형 교수는 “모든 걸 포기하면서 부·권력·명예를 이루는 것보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행복감을 느끼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느끼고, 작은 성취에도 큰 의미를 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성세대가 최선을 다해야 했던 시대에 태어난 것처럼 MZ세대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태어난 것”이라며 “과거의 잣대로 젊은 세대를 게으르다, 나약하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3 상세한 설명 필수 ‘내비 세대’

베이비붐 세대가 ‘눈치껏’ 일하는 데 익숙하다면 MZ세대는 ‘명확한’ 지시나 설명을 요구한다. 주요 발언을 보고서로 올리라고 하면 기준은 무엇인지, 분량은 어느 정도로 할지, 언제까지 제출할지 질문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2030세대를 ‘내비게이션 세대’라고 규정하며, 다소 두루뭉술하더라도 직접 부닥쳐가며 업무를 체득한 ‘맵(지도)세대’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성세대는 가정과 학교에서 ‘왜’라고 묻기보다 묵묵히 맡은 바를 해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지만, 맞춤형 사교육에 익숙한 MZ세대는 마치 강의·과외처럼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체적인 지침과 설명을 필수라고 여긴다.

4 의전은 싫고, 에티켓은 OK

MZ세대에게 회사는 일하는 곳이다. 회식이나 야유회 등에 소극적인 것도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윗세대는 회사를 끈끈한 운명 공동체로 생각했기 때문에 인사하고 심기 경호를 할 범위를 넓게 봤다면, MZ세대는 그 범위를 함께 일하는 ‘같은 팀’ 정도로 좁게 본다”고 했다.

한 대기업이 진행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는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만 하는 것’은 의전, ‘조직 성과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선배든 후배든 모두에게 똑같이 해줄 의향이 있는 것’은 에티켓으로 봤다. 일례로 상사의 식사 장소를 알아보는 건 의전, 상사에게 협력사와의 미팅 일시를 상기시키는 건 에티켓이다.

5 ‘노동 소득’에 배신당한 세대

MZ세대의 조직 충성도가 낮다는 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조영태 교수는 “과거엔 대학을 나온 사람이 30%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80%가 넘는다”며 “경제는 침체됐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며 직장 일만으론 미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됐고, 열심히 일해도 직장에서 위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 커져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주 4일제 등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요구하거나 회사를 멀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직장근로 외에 자기계발, 주식 공부 등에 투자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경제적 풍요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돈을 많이 벌어 쓰는 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6 대화보다 문자·채팅 선호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사생활을 지나치게 감추고 솔직한 대화를 꺼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와 관련해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는 사람과의 대면을 부담스러워하고 온라인을 통한 ‘넓고 얕은 관계’를 편하게 여긴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은형 교수는 “한국 조직에선 여전히 상사와 얘기할 때 이런 말은 하면 안 된다, 눈은 왜 거기를 보고 있느냐 등 내용보다 그 외의 주관적인 요인들로 지적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배정원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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