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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이의신청 '역대급'…문제 많은 공시가격 산정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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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전국 1위를 차지한 세종시 일대. 프리랜서 김성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전국 1위를 차지한 세종시 일대. 프리랜서 김성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이 이달 5일 끝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이의신청 건수가 역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집단으로 이의신청을 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에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서울 강북권에서는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등이 단체로 공시가격 하향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 청라,경기 성남 등에서도 단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가장 큰 폭(19%)으로 오르면서 당장 재산세 등 세금부담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고무줄 공시가격'사례가 속출하면서 신뢰가 무너진 원인이 더 크다.

전문가들은 현행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부작용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제주대 정수현 교수(감정평가학회장)는 "지금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문성·투명·공정이 없는 '3무' 공시가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문평가기관의 검증 없이 법률상 비감정평가기관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평가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셀프 산정, 셀프 검증' 구조에서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투명성 문제는 공시가격 인상의 근거가 되는 '시세'가 어떻게 산정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제기된다. 정부는 "인근 아파트 실거래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어디를,어떻게 참조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도 많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공시가격은 적정한 세금을 산출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며 “공시가격과 세율, 공정시장가액 비율 등을 종합해서 적정한 세금이 나오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공시가격이 주택 시세와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마다 재산세율과 과세표준 현실화율(한국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뉴욕은 재산세 명목세율은 19.99%로 높은 대신 과표 현실화율은 6%에 불과하다. 반면 워싱턴은 현실화율이 100%인 반면 명목세율은 0.85%에 그친다.

형평성도 문제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고가주택부터 올리겠다고 했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더불어민주당에 강력히 건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에 대한 제3자 검증절차를 받드시 도입해야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평가기준(IVS)이나 외국사례(USPAP)에서도 검증업무를 전문 감정평가기능으로 보고 있다. 정수현 교수는 각 지자체가 검증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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