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미국 경제…한국 경제에 '이득'만 있진 않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04 16:59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과속’이 금융시장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WSJ "신흥국서 자본이탈 우려"

올해 미국 경기가 사상 최대 반등을 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기저기서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6.5%로 상향했다. 원래 예측은 4.2%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6.5%→7.0%로, 골드만삭스는 6.9%→7.0%로 올렸다. 미국 경제 회복 배경에는 빠른 백신 보급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부양책 등이 꼽힌다.

한국은 4월부터 '백신 보릿고개'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24시간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대조적이다. 사진은 미국 LA 주의 백신 접종 현장. [AP 연합뉴스]

한국은 4월부터 '백신 보릿고개'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24시간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대조적이다. 사진은 미국 LA 주의 백신 접종 현장. [AP 연합뉴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최대 수출국인 미국 경기 회복은 분명 긍정적 신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3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수출액(62억400만 달러)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2% 상승하며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3월 전체 수출액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걱정은 금융시장이다. 미국 경제 부활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금리와 물가 상승이다. 미국의 물가는 원자재 가격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백신 보급이 끝난 후 ‘보복 소비’가 본격화하면 “경험해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올거란 우려까지 나온다.

중앙은행에서는 가파른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올 초만 해도 연 1% 미만이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최근 1.7%까지 크게 치솟은 건 이런 우려 때문이다.

경기 회복과 함께 금리와 물가가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경기 회복 속도가 미국 발(發) 금리ㆍ물가 '급발진'을 못 쫓아갈 수 있다는 게 금융시장에서 나오는 우려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 회복으로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 국내 장기금리도 상승 압박을 받는다. 코로나19로 경기 방어를 위해 유지했던 저금리 기조를 더 이어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금리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한국 10년 국고채 금리도 덩달아 지난달 2%대를 넘어섰다.

또 미국 경기 회복으로 강(强) 달러 기조가 나타나면 외국인투자 등 해외자본 유출을 불러와 주식 같은 자산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신흥국 자본 이탈 촉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개발도상국의 자본유출 규모는 51억6000만 달러(약 5조8000억 원)를 기록했는데, 자본유출이 나타난 것은 지난 10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경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을 늘려 투자를 위축시키고, 한계기업들과 가계는 자금 상환 압박이 커진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다시 위축되고, 경기 회복이 늦춰질 수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 회복은 전반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면서 “다만 문제는 최근처럼 회복 속도에서 차이가 날 경우 미국 경기 과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이 오히려 국내 소비와 투자를 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미 장기금리 상승이 금융시장을 통해 실물시장에까지 파급되면 백신 보급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꾸물거리고 있는 경기 회복이 더욱 지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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