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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난로 팔던' 종합상사…'상사'떼고 신사업 찾아 무한변신

중앙일보

입력

LG상사의 인도네시아 팜트리 농장 전경. LG상사는 팜오일로 지난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 사진 LG상사

LG상사의 인도네시아 팜트리 농장 전경. LG상사는 팜오일로 지난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 사진 LG상사

# '사막에 난로를 팔고 북극에 냉장고도 판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미생은 이런 뚝심으로 한국 무역의 주축이 된 상사맨을 그렸다. 실제로 1970년대 삼성물산의 상사맨들은 열사의 나라 리비아에 난로를 팔았다. 리비아 정부의 난로 지원 사업을 따내 한국산 난로를 대한항공 화물기로 실어날랐다. 이쑤시개와 이태리타월에서 시작해 한약재까지 수출한 상사맨 신화는 자랑스런 한국 경제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고 있다.

상사 타이들 버리고 사명 바꿔 

그랬던 종합상사가 최근 또다시 변신에 나서도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상사’ 타이틀 버리기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현대코퍼레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LG와 계열 분리한 LG상사 역시 LX글로벌(예정)로 이름을 바꾼다. 2010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대우는 포스코대우(2016년)로 사명을 바꿨다가, 다시 포스코인터내셔널(2019년)로 이름을 변경했다.

'상사'를 떼어낸 이들 회사는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 사업 구조의 핵심이던 트레이딩(무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상사가 대표적이다. LG상사는 올해 초부터 의료 진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경력직 채용이 한창이다. 지난달 주총에선 의료 검사 분석 및 진단 서비스업, 전자상거래 등 7가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LG상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의료 진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0년대 상사맨의 돌파력 재무장 

또 70~80년대 상사맨의 돌파력도 새롭게 무장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월부터 캄보디아산 생망고를 국내로 들여오기위해 기존에 없던 농림축산검역본부고시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생과일은 다른 상품과 달리 수입 통관 절차가 까다롭다”며 “기존에 없던 상품은 개별 고시를 받아 수입해야 하는데 캄보디아산 생망고 수입 고시가 없어 현지 검사를 통해 새롭게 받아냈다”고 말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생망고를 수입하면서 캄보디아산 생망고 수입 고시를 새롭게 만들었다. 자료 농축산검역본부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생망고를 수입하면서 캄보디아산 생망고 수입 고시를 새롭게 만들었다. 자료 농축산검역본부

2018년 인도네시아 팜 트리 농장을 인수하면서 팜오일 사업 뛰어든 LG상사는 지난해 코로나 위기를 팜오일 실적 호조로 극복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팜오일 가격 강세 흐름이 이어졌다”며 “최근까지 유의미한 상승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LG상사는 올해 2분기에도 긍정적인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합상사, 친환경 산업에 주목 

종합상사는 친환경 산업 개척에 적극적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회사인 포스코SPS를 통해 전기차용 구동 모터 코어를 양산차 기업에 공급하는 중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모터 코어는구동 모터의 심장 같은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과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등으로 식량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2018년 준공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풍력단지 모습.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이 2018년 준공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풍력단지 모습.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도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에너지, 소재 등 기존 주력사업에 더해 친환경 및 디지털 분야에서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 석탄 관련 신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캐나다 온타리오에 풍력 및 태양광 발전단지를 완공한 데 이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넓혀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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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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