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아바타끼리 연애하고 회사도 만든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가 내놓은 서비스 중 최단 기간에, 최대 규모로 글로벌 사용자를 사로잡은 서비스. 게다가 그들 대부분이 Z세대. 출시 3년차 '제페토(ZEPETO)'에 붙은 수식어들이다. 제페토는 증강현실(AR) 아바타로 즐기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다. 가입자 2억명 중 해외 비중이 90%, 165개국에 퍼져있다. 이용자의 80%는 10대다.

팩플레터 83호의 요약본 #김대욱 네이버제트 공동대표 인터뷰

제페토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란 현실에서처럼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이 가능한 가상공간이다. 온라인으로 친구를 만나고 게임을 하는 '포스트 코로나' 세대에겐 메타버스가 곧 일상이자 현실이다.

지난달 12일 경기도 판교 네이버제트 본사에서 제페토의 김대욱(33) 공동대표를 만났다. 제페토는 지난해 5월 스노우에서 분사했다. 네이버의 모바일 사업 다각화를 책임지는 스노우가 2세대 대표 자회사라면, 네이버제트는 '네이버 3세대'의 대표주자다. 인터뷰엔 이충민 사업총괄이 동석했다.

글로벌 AR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하는 김대욱 네이버제트 공동대표가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글로벌 AR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하는 김대욱 네이버제트 공동대표가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메타버스 플랫폼이 뜬다는데, 메타버스가 뭔가.
현실과 가상의 양방향 소통이다. 현실과 접점이 있는 가상공간에 나의 '부캐'가 생기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사용자가 현실에서처럼 직업을 갖고, 인간관계를 맺고, 하고 싶은 건 모두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메타버스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어느 한 사람이나 기업이 통제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제페토 초반부터 메타버스란 개념을 염두에 뒀나.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세상이란 개념은 구상 초기부터 나왔다. 이걸 요즘 말로 바꾸면 메타버스다. 사용자가 의상이나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능(제페토 스튜디오)과 '교실', '쇼핑몰'처럼 다른 사용자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테마별 가상공간(제페토 월드) 등 사용자 참여 기반 서비스가 계속 추가되는 이유다. 조금 먼 미래지만, 언젠간 제페토의 기능 자체도 사용자가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정말 제페토의 모든 것을 다 열어주려 한다.
K팝 아이돌 '블랙핑크'의 제페토. 사진 네이버제트

K팝 아이돌 '블랙핑크'의 제페토. 사진 네이버제트

제페토 사용자들의 참여가 활발한가 보다.
제페토에서 판매되는 아이템 80% 이상이 사용자가 직접 만든 것이다. 의상의 경우 하루에 7000~8000개씩 신제품이 올라온다. 우리도 다양한 실험을 하는 편인데, 사용자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실험하더라. 아바타 목 아래를 다 지워버려서 투명인간처럼 보이는 옷이라든가, 강아지가 따라오는 신발이라든가(웃음).
구찌·크리스찬 루부탱 등 명품 브랜드와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이 제페토를 찾는 이유가 뭘까.
소비자에게 기존 미디어나 SNS 마케팅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고, 젊은 소비자와 쌍방소통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인 것 같다. 코로나19 영향도 크다. 대면 행사를 못하니까 가상 팬사인회(블랙핑크), 패션쇼(루부탱)를 제페토에서 연다.
제페토에는 구찌 IP를 활용한 의상과 액세서리 60여종,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3D 월드맵 '구찌 빌라'가 있다. 사진 네이버제트

제페토에는 구찌 IP를 활용한 의상과 액세서리 60여종,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3D 월드맵 '구찌 빌라'가 있다. 사진 네이버제트

YG·빅히트가 총 120억원을, JYP가 50억원을 제페토에 투자했다. 엔터가 제페토의 킬러 콘텐츠인가.
엔터는 메타버스를 이루는 여러 축 가운데 하나다. 스포츠, 게임, 패션, 만화, 그리고 나중엔 교육까지 메타버스가 포괄하는 영역은 넓고 깊다.
제페토를 어디까지 확장할 생각인가.
우리가 확장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 여기서 돈을 번다. 제페토 스튜디오는 출시 한달 만에 매출 8억원을 올렸다. 누적 창작자 숫자만 6만명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제페토 의상 디자이너가 된 사람, 아바타들이 놀 수 있는 맵(map)을 만들어 유통하는 가상 건축가도 생겼다. 이중엔 월 300만원 이상 순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그 정도라면 제페토를 무대로 사업하는 기업도 나오겠다.
맞다. 지금은 우리가 제휴사들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그들이 원하는 가상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지만, 나중엔 제페토의 건축가들이 전 세계 기업들 대상으로 맵을 제작해주고 수익을 내게 될 것이다. 그밖에도 여러 직업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아, 제페토 안에서 연애도 한다.
아바타끼리 연애를?
제페토 안에서 결혼식도 올리고 작은 캐릭터를 '우리 아기'라며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웃음). Z세대들은 아바타가 반드시 현실의 나와 동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선 평범한 고등학생이더라도, 제페토 안에서는 배우나 아이돌, 엔터 기획사 사장이 되는 일종의 '역할놀이'를 한다. 드라마 감독이 되어 제페토 드라마를 만들기도 한다.
크리에이터 '띠미'가 제페토에서 연애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린 유튜브 영상. 사진 네이버제트

크리에이터 '띠미'가 제페토에서 연애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린 유튜브 영상. 사진 네이버제트

이들은 제페토의 무엇에 반응하는 건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플랫폼 인플루언서의 활동에 익숙한 세대다. 그들은 대부분 예쁘고 잘생겼거나 본인만의 특기와 매력을 가진 실존 인물이다. 하지만 제페토에선 매력자본 없이도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 저연령층 사용자 중에선 인스타그램·페이스북보다 제페토를 먼저 시작한 경우도 많다. 특정 연령층에겐 제페토가 '첫 SNS'다.
네이버제트는 수익을 어디서 어떻게 내나.
지금은 우리가 만든 아이템 판매분이 전체 수익의 75% 정도다. 앞으론 크리에이터가 만든 아이템이 판매될 때마다 결제 수수료(30%)를 받는 플랫폼형 수익구조가 더 강화될 것이다. 구찌·노스페이스 등 브랜드와의 제휴 마케팅 매출도 늘고 있다.
제페토의 경쟁사는 어디인가.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각자 개성은 다르지만 창작자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페토는 이들보다 아바타 개성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코스모폴리탄 2020년 9월호 표지. 코스모폴리탄의 제페토 '핫티'가 표지모델이다. 중앙포토

코스모폴리탄 2020년 9월호 표지. 코스모폴리탄의 제페토 '핫티'가 표지모델이다. 중앙포토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 안에서 네이버보다 더 큰 회사가 나오는 것이 가장 큰 성공(2019년 6월)"이라 한 적 있다. 제페토가 그런 성공일까.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사용자 규모만 본다면 이제껏 네이버가 해온 사업 중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은 사람을 모았다. 회사도 지원을 잘해준다.
미국 증시 등 해외 상장 계획은.
아예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서비스 키우기에 더 집중하려 한다. 성장하다 보면 알아서 기회가 생길 거라 본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요즘 뜨는 기업 궁금하세요?

이 기사는 4월 1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메타버스의 미래는 ○○○○○다'의 요약 버전입니다. 어느덧 구력 20년이 된 네이버가 어떻게 혁신을 준비해왔는지, 네이버에서 가장 젊은 조직이자 서비스인 '제페토'를 운영하는 김대욱 공동대표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왜 지금 메타버스가 주목받는지, Z세대의 싸이월드라는 제페토가 메타버스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팩플 뉴스레터 전문을 보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구독신청https://url.kr/factpl

QR코드를 찍으면 팩플 구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팩플 구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