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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클러스터 투기’ 공무원 영장 신청한 경찰의 삼중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청 전 간부 공무원 A씨가 경기 용인시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예정지 투기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청 전 간부 공무원 A씨가 경기 용인시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예정지 투기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기각되면 안 되니까…”
지난 2일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경기도청 전 투자진흥 담당 공무원 A씨를 수사한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이 공무원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 근처 땅을 가족 회사 명의로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그의 신병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자 영장 신청을 전후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영장 신청에 삼중고 겪은 경찰 

A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매입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일대 대지와 건물의 모습. 뉴스1

A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매입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일대 대지와 건물의 모습. 뉴스1

경기남부경찰청은 A씨에게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법원에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검찰이 검토해 법원에 청구된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A씨는 구속된다.

늘 벌어지는 강제수사 절차지만, 최근 경찰은 다른 어느 때보다 긴장하는 분위기다. 검찰과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 여론, 선거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신청을 잘 못 했다가 수사권 독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과 수사 결과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땅 투기에 대한 국민적 공분, 오는 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등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에서 보완 수사 요청을 하면 수사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번 수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 역량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영장 반려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얘기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의 영장 신청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수사팀이) 압박을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영장 기각되면 검찰도 책임”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모습. 뉴시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모습. 뉴시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수사기 때문에 검사와 경찰이 소통하면서 (영장을) 보완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혐의 유무를 결정했는데 검찰에서 뒤집어지면 경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연장 선상에서 검·경 협의가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내부 정보를 이용한 혐의가 있으니 영장을 신청했다”며 “부패방지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몰수보전까지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도 투자진흥과 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10월 아내가 대표로 있는 B사를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 인근 땅을 사들여 내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성 매매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검경 수장 만나 협력 논의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왼쪽)과 문홍성 수원지검장.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왼쪽)과 문홍성 수원지검장.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과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2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 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실제 수사를 맡은 도 단위 수사기관 수장들이 만나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검은 본청과 성남지청 등 관내 5개 지청에 부장검사·검사·수사관 등 94명 규모의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 수사팀을 편성했다. 개정 형사법에 따라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한 범죄를 찾으면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핫라인을 구축해 경찰과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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