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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물 있는지 섀도캠이 캔다…한국형 달 궤도선 ‘미션’ 공개

중앙일보

입력

내년 발사될 한국형 달 궤도선이 수행할 과학 임무의 윤곽이 잡혔다. 사진은 달궤도선 가상도. [사진 항우연]

내년 발사될 한국형 달 궤도선이 수행할 과학 임무의 윤곽이 잡혔다. 사진은 달궤도선 가상도. [사진 항우연]

우리나라가 쏘아 올릴 한국형 달 궤도선의 구체적인 임무가 밝혀졌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내년 8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 궤도선(KPLO, Korean Pathfinder Lunar Orbit)이 수행할 과학 임무 운영 계획을 공개했다. 달 궤도선은 6개의 탑재체(payload)를 싣고 우주로 떠나 달 지표면으로부터 100㎞ 상공에서 1년간 돌며 여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어떤 탑재체가 장착됐는지를 중심으로 달 궤도선이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 살펴본다.

한국형 달 궤도선의 주요 임무. 그래픽 김현서 기자

한국형 달 궤도선의 주요 임무. 그래픽 김현서 기자

①고해상도 카메라

한국형 달 궤도선에 실리는 고해상도 카메라는 달 표면을 정밀하게 촬영한다. [사진 과기부]

한국형 달 궤도선에 실리는 고해상도 카메라는 달 표면을 정밀하게 촬영한다. [사진 과기부]

고해상도 카메라(LUTI·LUnar Terrain Imager)는 달 표면 주요 지역을 촬영하는 카메라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하는 고해상도 카메라는 최대 해상도가 5m 이하로 정밀하게 달 표면을 관측한다. 실제 위치와 카메라가 촬영한 위치 사이의 최대 거리인 위치 오차는 225m 이하다.

이처럼 정밀하게 달 표면을 관찰하면서 달 궤도선은 오는 2030년까지 쏘아 올릴 예정인 달착륙선이 어디에 착륙하면 좋을지 착륙 후보지를 물색한다. 또 고해상도 카메라를 활용해 달에서 볼 수 있는 천체 영상도 촬영한다.

②광시야 편광 카메라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 편광카메라.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빛을 촬영한다. [사진 과기부]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 편광카메라.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빛을 촬영한다. [사진 과기부]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하는 광시야 편광 카메라(PolCam·Wide-Angle Polarimetric Camera)는 100m급 해상도로 달 표면을 촬영한다. 광시야 편광카메라는 일반 카메라가 촬영하지 못하는 편광(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빛)을 영상으로 촬영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작하는 달 표면 편광지도는 달 표면에서의 미소운석 충돌과 태양풍, 고에너지 우주선 등에 의한 우주풍화 연구에 기여할 전망이다.

티타늄 지도를 만드는 것도 광시야 편광 카메라의 역할이다. 티타늄 성분이 많이 포함된 광물질(일메나이트)은 특정 파장에서 좀 더 빛을 많이 반사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서, 광시야 편광 카메라는 달의 특정 지역에서 티타늄이 많은 지역을 찾아서 지도로 표시하는 작업을 한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 올린 달 정찰 인공위성(LRO·Lunar Reconnaissance Orbiter)이 300m급 해상도로 달의 티타늄 지도를 작성했다”며 “한국형 달 궤도선은 이보다 더 정밀한 100m급 해상도로 티타늄 지도를 만들어 달 표면 지질 연구와 자원 탐사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③자기장 측정기

달 주위의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자기장 측정기는 달 궤도선에 탑재돼 달의 자기 이상 지역을 연구하는데 쓰인다. [사진 과기부]

달 주위의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자기장 측정기는 달 궤도선에 탑재돼 달의 자기 이상 지역을 연구하는데 쓰인다. [사진 과기부]

경희대학교가 개발하는 자기장 측정기(KMAG·KPLO MAGnetometer)는 달 주위의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장비다. 달 형성 이후 점차 소멸하고 있는 달 주변의 미세한 자기장 세기를 측정해, 세계 최고 수준(±1000nT 범위)의 고정밀 3차원 자기장 지도를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자기장 측정기를 활용하면 달 표면에 국지적으로 자기장의 세기가 강한 자기 이상(magnetic anomaly) 지역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달 궤도선은 자기 이상 지역이 어떻게 형성됐고 진화했는지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과기부는 “달의 생성 과정과 진화 과정을 규명하거나 우주 환경을 조사하는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자기장 측정기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④감마선 분광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감마선 분광기는 달의 지질을 탐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사진 과기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감마선 분광기는 달의 지질을 탐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사진 과기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개발하는 감마선 분광기(KGRS·KPLO Gamma-Ray Spectrometer)는 달 표면의 감마선 측정 자료를 수집한다. 섬광검출기 기반 감마선 분광 시스템을 이용해 달 자원 탐사를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달에 어떤 원소가 있는지 조사해 ‘원소 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다.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헬륨-3와 생명에 필수 자원인 물·산소, 희토류나 광물이 달에 있는지 연구한다.

또 감마선 분광기는 달 기지 건설에 활용할 수 있는 물질을 탐색해 달 지질·자원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과기부는 “달 자원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감마선 분광기는 달 착륙지 선정을 위한 중요한 후보지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⑤우주 인터넷 검증기

우주 인터넷 검증기는 우주에서 인터넷 통신 기술을 검증할 예정이다. [사진 과기부]

우주 인터넷 검증기는 우주에서 인터넷 통신 기술을 검증할 예정이다. [사진 과기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하는 우주인터넷(DTN·Disruption Tolerant Network) 검증기는 지구와 달 궤도선 간 우주인터넷 통신기술을 검증한다. 메시지·파일 전송이나 실시간 동영상 전송 시험을 맡는다.

과기부에 따르면, 고해상도 카메라와 광시야 편광카메라, 자기장 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우주 인터넷 검증기는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5개의 탑재체는 모두 달 궤도선 주관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이미 입고된 상황이다.

⑥그림자 카메라

달의 어두운 그늘 지역을 탐사하기 위해 한국형 달 궤도선에 탑재하는 그림자카메라. [사진 과기부]

달의 어두운 그늘 지역을 탐사하기 위해 한국형 달 궤도선에 탑재하는 그림자카메라. [사진 과기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가 개발한 그림자 카메라(섀도캠·ShadowCam)는 달의 어두운 그늘 지역을 탐사하기 위해서 한국형 달 궤도선에 올라탄다. 현재 달 주위를 돌고 있는 미국 달 정찰 인공위성에 장착한 그림자 카메라보다 감도가 약 800배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달은 자전·공전 주기가 같아 지구에서는 늘 한쪽 면만 보인다. 그래서 달 일부 지역은 1년 내내 그림자가 드리워진 영구 음영지역이다. 이곳은 너무 어두워서 일반 카메라로 촬영이 불가능하다. 그림자 카메라는 이곳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다.

달의 영구 음영지역을 촬영하는 이유는 이곳에 물이나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달은 대기가 없어 물 분자가 햇빛을 받으면 즉시 증발한다. 반면 달 음영지역에선 극미량의 물 분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이 있는데, 그림자 카메라는 이 가설을 검증하는 데 활용된다. 그림자 카메라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통해 오는 6월 국내 반입 예정이다.

한국형 달 궤도선 개요. 그래픽 김은교 기자

한국형 달 궤도선 개요. 그래픽 김은교 기자

한편 과기부는 오는 2022년 8월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을 이용해 한국형 달 궤도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달 궤도선이 우주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내년 연말경 달 궤도에 안착하는 것이 목표다. 달 궤도 진입에도 성공하면 달 궤도선은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본격적으로 달을 연구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달 궤도선은 8월 1일 공식 발사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며 “아무리 늦어도 9월 9일 전에는 달 궤도선을 발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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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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