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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曰] 독주(獨走)는 독주(毒酒)를 부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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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호 30면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단독 과반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결과” “꿈의 숫자”라고 환호했다.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헌법 개정을 제외한 모든 입법을 할 수 있게 됐다. 당시만 해도 여당의 단독 무소불위 입법권을 두고 ‘성배(聖杯)냐, 독배(毒杯)냐’ 논란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1년 전 총선 압승한 여권 독주 릴레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다면 오만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그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한국갤럽의 3월 30일~4월 1일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는 32%에 그쳤다. 2017년 5월 취임 후 최저치다. 선거 결과야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거대 여당의 독주(獨走)가 결정적 요인이 아닐까 싶다. 여권은 내 편은 철저히 감싸고 네 편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악마화했다. 비정상적인 것을 일상화하기 일쑤였다. 총선 이후 지난 1년은 사실상 견제받지 않는 ‘독재’나 다름없었다.

21대 국회에서 여당은 독주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 임대차 3법 폭주였다. 이 법안들이 전·월세 대란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야당은 “국회를 통법부(通法府)로 전락시켰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임대차 3법 기획자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월세 인상률 5% 상한제가 통과되기 바로 전날인 7월 29일 자신의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셋값을 14.1%나 올리는 후안무치의 본보기를 확실히 과시했다.

이는 그야말로 독주의 서막 중 서막에 불과했다. 그 후론 매사에 독불장군이었다.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차라리 하지 않았더라면 덜 위선적이었을 것이다.

검찰을 개혁한답시고 온갖 무리수를 다 동원했다. 야당의 거부권을 줬다 빼앗아 버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은 독단적으로 통과시켰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시키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속 시원하게’ 마무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는 데는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여당이 단일대오로 똘똘 뭉쳐 결국에는 ‘개가’를 올렸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마저 아군들로 대거 포진시켜 접수하다시피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판사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위안부 기금 유용 의혹을 받는 윤미향 의원과 악덕 기업주로 비난받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 등 우리 편은 행여나 다칠세라 감싸 안기에 급급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복역까지 한 한명숙 전 총리의 명예를 회복한다며 추미애, 박범계 법무부 장관들은 릴레이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악착같음을 과시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하나 마나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동의 없이 또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흠집 많은 공직후보자는 31명이나 된다.

이 밖에도 LH 사태를 부동산 적폐라고 둘러대고 공시가격을 살인적으로 인상해 세금폭탄을 퍼붓는 등 독주의 사례들은 일일이 다 언급하기조차 힘들다. 여권은 얼토당토않은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며 재집권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집요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라면 착오도 이만저만 큰 오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 정치 상황에서 정의와 상생, 합주(合奏)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글러 먹은 일인가. 독주(獨走)는 독주(毒酒)를 부른다. 나만 선이고 남은 모두 악이라는 독선은 탈선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경환 총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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