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리더와 보스의 차이

중앙선데이

입력 2021.04.03 00:26

업데이트 2021.04.03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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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호 31면

박신홍 정치에디터

박신홍 정치에디터

멘토는 멘티의 손을 잡아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멘티가 먼저 손을 내밀면 그와 보조를 맞추며 ‘함께’ 나아가는 자다.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안내자가 먼저 그의 손이나 팔을 잡아 이끌면 금세 넘어지기 십상이다. 나름 배려하는 마음에 이 정도면 보폭과 속도가 적당하겠지 싶어도 그의 예상치와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을 안전하게 인도하려면 안내자가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 그가 안내자의 팔을 잡고 곁에서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발걸음을 맞출 수 있고 발에 걸리는 게 있어도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꼰대형 보스는 ‘하라’ 리더는 ‘하자’
시대에 맞게 선택 기준도 바뀌어야

리더와 보스의 차이를 아는가. “보스는 ‘하라’고 하고 리더는 ‘하자’고 한다.” 지난해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주장 김현수가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는 주변 평가에 대해 류중일 당시 감독은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했다. 여태껏 코치와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하라”고 지시하는 걸 당연시해 왔는데 이젠 시대가 바뀌었더라, 젊은 선수들에게 그런 명령투 화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더라, 오히려 고참이 먼저 솔선수범하며 “같이하자”고 권유할 때 후배들도 흔쾌히 따라오더라면서다. 한 글자 차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보스는 이미 주위에 충분히 차고 넘치지 않는가. 내가 잘났고, 내가 곧 선이며, 내 선택이 무조건 다 옳으니 나만 따르라며 소영웅주의에 빠진 자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지 않은가. 문제는 현재 사회 지도층을 구성하고 있는 기성세대가 군사 문화와 유교 문화에 젖어 있다 보니 수평적 리더십은 영 낯설어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공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의사 결정 또한 여전히 독점하면서 젊은 세대로부터 꼰대 세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웨이터의 법칙’은 빌 스완스가 정리한 33가지 비즈니스 규칙 중 전 세계 CEO들에게 가장 널리 회자되는 법칙이다. 식당 종업원을 함부로 대하는 자는 절대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지 말라는 경구다. 스완스는 이 법칙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려는 어리석은 자들이 적잖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자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면 내 인격도 같이 내려가기 마련이다. 나와 연결된 모든 사람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 그게 내가 존중받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방법이다.

한국 정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세 때만 큰절하고 선거만 끝나면 꼰대가 웨이터 대하듯 유권자를 하대하는 정치인이 어디 한둘인가. 꼰대 문화는 보수·진보와 여야를 불문한다. 20세기 보스의 시대는 가고 21세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새로운 리더의 시대가 왔음에도 리더와 보스의 차이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 세상은 이미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철 지난 제왕적 정치인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기고 있는 불편한 진실. 그 모순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오늘의 한국 정치다.

4·7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택의 기준을 바로 세우는 거다. 살아온 궤적으로 볼 때 실력은 없으면서 보스로 떠받들어지는 데만 익숙한 자인지, 아니면 민주적 리더십과 미래 비전을 함께 갖춘 자인지 가려내 보는 거다. 한번 뽑으면 그 후과는 오롯이 유권자들이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절박한 선택이다. 다가올 선거에서 새 시대 리더를 뽑을 것인가, 꼰대형 보스를 뽑을 것인가. 선택은 우리들 자신에게 달려 있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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