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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근, 과거사위 손배소…檢·공수처 싸움에 법원도 헷갈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수처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데 이첩됐으면 (자료를) 보내줄지도 의문이라…”

2일 오전 11시10분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유착 의혹을 제기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관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허명산)가 보인 반응이다.

윤 전 고검장 측이 수사기관의 기록을 받아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하자 재판부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사이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이첩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민사 소송 진행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해서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출석하는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출석하는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뉴시스

이날 재판부는 윤 전 고검장이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정한중 과거사위원장 대행, 과거사위 주심위원이었던 김용민 의원, 조사를 맡은 이규원 검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만에 열린 재판이다.

'윤중천 의혹' 허위 사실…5억원 손배소

윤 전 고검장은 2019년 6월 과거사위와 조사단 관계자들이 객관적 증거 없이 의혹이 사실인 양 발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총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사위는 같은 해 5월 29일 “윤 전 고검장이 윤중천 씨와 만나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함께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윤 전 고검장 측은 이날 재판부에 해당 내용이 담긴 영상 자료를 제출하며 “(이외로)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사실 확정에 있어 재판부에 도움 되는 자료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보여 어제 인증등본송부촉탁(민사재판 관련 형사사건 기록 제출)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조사 과정에서 조사단의 위법 여부가 있었는지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만큼 기록을 받아 새로운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는 취지다.

공수처-검찰 이첩 논란에…헷갈린 재판부

이에 재판부는 “언론 검색을 해보니 공수처에 이첩했다는 말도 있다”며 “(수사 완료가) 언제 될지 몰라 우려된다”고 했다. 재판부가 이같은 반응을 보인 건 관련 사건에 대한 이첩 여부를 두고 공수처와 검찰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윤 전 고검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이규원 검사를 고소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다만 검찰은 기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선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양측 수사기관이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기소권 다툼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2019년 4월 윤중천씨가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뉴스1

2019년 4월 윤중천씨가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뉴스1

피고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번 증인 신문할 때 윤중천씨가 나와서 (관련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윤씨) 면담에 참여한 다른 검사의 수사, 윤씨 해병대 후배라는 검찰 수사관의 진술, 녹취록 등이 제출됐다고 한다”며 “소송을 빨리 종결했으면 하는 입장이었지만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면 확인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양측이 재판부에 추가 변론을 갖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재판부는 5월 28일에 추가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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