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이번엔 달라” 비트코인이 말해주는 투자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2021.04.02 14:00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92) 

얼마 전 진행하고 있는 방송에서 비트코인을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2017년 엄청난 상승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비트코인, 그리고 2018년 하락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상승하면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자산, 디지털 금이다."

한 비트코인 전문가는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초기에는 ‘비트코인이 어느 나라에서 실제로 사용이 되었다, 비트코인으로 물건 구매가 가능하다, 곧 비트코인이 화폐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는 표현이 비트코인 투자의 이유였습니다.

실제 사용하지 않는, 그리고 사용하지 않을 디지털 도구 비트코인이 7만 달러 넘어가고, 다양한 기관들이 투자를 시작했다. [사진 pixabay]

실제 사용하지 않는, 그리고 사용하지 않을 디지털 도구 비트코인이 7만 달러 넘어가고, 다양한 기관들이 투자를 시작했다. [사진 pixabay]

그런데 지금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장부 정리에 걸리는 시간, 한정된 코인 수량 등으로 화폐로 사용하기가 힘들다고 고백합니다. 이제는 화폐가 아니라 ‘자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한정된 디지털 자산이나 디지털, 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자산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비트코인도 잘 모르고, 암호화폐 전문가가 아니라 이런 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참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실제 사용하지 않는, 그리고 사용하지 않을 디지털 도구 비트코인이 6만 달러가 넘어가고, 다양한 기관들이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ETF가 출시되었고, 많은 금융기관이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어느 정도 포함하는 것이 자산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지에 관한 리포트가 나오기도 합니다. 과연 돈의 미래, 투자는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투자에서 제일 위험한 두 마디, ‘이번에는 달라’다.”

존 템플턴의 이 말은 투자에서의 역사성에 대해 알려줍니다. 사람은 늘 탐욕과 두려움 때문에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곤 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투자자의 투자 여부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과거 50여 년 동안 장기적으로 우상향해온 S&P500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투자라고 많은 사람은 생각합니다. 연 10% 내외의 수익률이라면 장기투자를 해도 된다며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투자 결정을 했습니다.

원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하는 자산배분 투자의 예상 수익도 우리는 과거를 적용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주식과 채권을 60%대 40%로 배분하는 전형적인 투자부터 주식, 채권, 금, 원자재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고, 이것은 과거 길게는 50년, 짧게는 20여년 정도 시간에 그대로 적용해 봅니다. 그 적용 시기에는 닷컴 버블도 있었고, 2008년 금융위기도 있었고, 유럽 재정위기, 영국의 브렉시트 등 다양한 사건과 위기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간 다양하게 백테스팅을 해 본 결과를 보면서 미래의 수익을 예측해 보고 안정성을 점검하면서 투자를 해 왔습니다.

역사가 가르쳐주는 지혜는 필요하지만, 변화는 지나치게 빠르고 광범위합니다. 빠르고 다양한 변화가 있고, 과거에서 배운 교훈을 적용하기 힘든 사례가 많이 나타납니다. 특히 우리나라 투자자에게는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통상 위기가 닥쳐오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등 자산 가격은 하락하고 달러는 치솟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IMF 금융위기 때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습니다. 2020년 코로나 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사람은 과거의 위기를 생각하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했고, 달러가치가 올라갈 것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동학개미’라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존재가 시장에 들어왔고, 주식시장 하락과 달러가치 상승은 예측과 전혀 달랐습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타난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온 세계 주가지수가 폭락하던 3월 코스피 1457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2021년 1월 6일 역사상 처음으로 3000을 돌파했습니다. 주가가 1400대까지 떨어지고 조금 상승하기 시작했을 때, 3000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전문가는 엄청 욕을 들었지만 지금은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분석은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의 수많은 위기와 기회가 어떻게 극복되었는지 살펴보면서 전문가들은 투자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장기 투자해야 한다’, ‘자산 배분 투자를 하면 된다’, ‘달러에 투자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다 맞는 말이고 투자할 때 유의해서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변화를 보면서, 지금 현재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변화를 보면서 과거에 대한 분석은 한계를 가지는 것임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상상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됩니다.

비트코인을 다루는 그 전문가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미국의 금융기관과 자산운용사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1%씩만 비트코인을 넣는다면, 테슬라처럼 기업이 보유자산 중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기로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021년 중에 비트코인 가격이 3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논리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암호화폐 이야기와 연결되기도 하는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요? 가상의 지구에서 이루어지는 부동산 투자, 제주도도 사고 강남 압구정동과 강남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이 오르면 팔 수 있고요.

과거의 분석에서 나온 지혜로만 돈의 미래를 상상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한계를 가지는 빠른 변화가 소용돌이치는 요즘이다. [사진 pixabay]

과거의 분석에서 나온 지혜로만 돈의 미래를 상상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한계를 가지는 빠른 변화가 소용돌이치는 요즘이다. [사진 pixabay]

암호화폐나 비트코인과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모토로 한 현재의 자본주의가 ESG로 명명되는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환경과 공동체성을 목표로 하는 또 다른 자본주의로 변화해 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투자를 하게 될까요? 그리고 지금, 코로나가 종식되고 난 다음 우리의 미래는 과거로의 복귀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도약일까요?

돈의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비트코인의 미래가 밝지 만은 않고 암호화폐는 너무 다양하고 어렵고, 메타버스는 이제 출발입니다. 그리고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주주 자본주의가 쉽게 지속가능한 경제로 변화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코로나는 우리의 기대대로 올 하반기면 극복되고 우리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단정하기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분석에서 나온 지혜로만 돈의 미래를 상상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한계를 가지는 빠른 변화의 시기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제 우리에게는 좀 더 상상력이 필요하고 우리를 둘러싼 변화에 좀 더 민감해져야 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지난주 지인이 제게 비트코인을 선물했습니다. 송금할 수 있는 최저 금액이 6만 원 정도라고 보내면서 이제 암호화폐가 이끄는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라고 합니다. 이 돈은 어떻게 될까요? 이런저런 상상을 해 봅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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