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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만든 분들 오래 기억될 것” 윤희숙 예언, 현실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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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축조 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지난해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5분 자유발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개정안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해 임대차 보장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계약 갱신 때 5% 이상 증액을 막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였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며 내놓은 이른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핵심이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한 당시 윤 의원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졸속 심사로 통과된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을 뿐 아니라 4·15 총선 뒤 침체기에 빠져 있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오랜만에 맞이하는 단비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당 의원뿐 아니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속시원하다”거나 “전율을 느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국민의힘 윤희숙(왼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오른쪽) 의원. 중앙포토

국민의힘 윤희숙(왼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오른쪽) 의원. 중앙포토

8개월 흐른 현재 ‘임대차 3법’ 주역 여론 뭇매 

그런데 “오래도록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는 윤 의원의 말이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른 현재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임대차 3법’의 주역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어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홍보디지털본부장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날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에게는 “자성을 촉구한다”는 공개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대표발의자였던 박 의원이 ‘임대차 3법’ 통과 한 달여 전인 지난해 7월 임대계약을 새로 체결한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이던 계약 내용을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으로 바꿨는데 결과적으로 인상률이 26.6%에 달했다. 박 의원을 향해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앞서 지난달 29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경질됐다. 김 전 실장 역시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7월 29일 본인 소유의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보증금을 14.1% 올렸다는 게 알려져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점에서 여론은 싸늘했다.

당시 민주당 ‘투톱’ 이낙연·김태년도 연쇄 사과 

두 사람뿐 아니라 ‘임대차 3법’ 처리 당시 민주당의 투톱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도 곤경에 빠진 상황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주먹을 불끈 쥐고 오른손을 들어올리기까지 했지만 당내에선 “그때 왜 그렇게 법을 통과시켰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윗줄 오른쪽)가 손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윗줄 오른쪽)가 손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전 대표와 대표 직무대행인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각각 부동산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윤희숙 의원이 8개월 전에 발언했던 것처럼 ‘임대차 3법’의 주역들이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윤희숙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김상조 전 실장이나 박주민 의원을 향한 질타는 단지 그 사람됨에 대한 실망이 아니다”며 “법과 정책으로 국민들의 삶을 좌지우지할 힘을 가진 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휘둘렀느냐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썼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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