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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만에 클럽 잡은 ‘만만디’ 펑샨샨 LPGA 메이저 2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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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샨샨. [USA TODAY=연합뉴스]

펑샨샨. [USA TODAY=연합뉴스]

골프에는 썩은 바나나의 전설이 있다. 1984년 시즌 마지막 대회를 마친 후 “겨우 내 연습을 하나도 안 할 것”이라는 PGA 투어 선수 브루스 리츠케의 말을 믿지 못한 캐디가 드라이버 헤드커버에 바나나를 넣어두었는데 이듬해 첫 경기에서 썩은 채 발견됐다는 얘기다.

리츠케는 PGA 투어에서 13승, 시니어 투어 7승을 거뒀다. 연습을 안 해도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의 대표적 일화다. 연습을 열심히 하고도 성적이 잘 나지 않는 선수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억울해한다.

펑샨샨(중국)은 그 보다 더 한 선수일지도 모른다. 펑샨샨이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이나쇼 코스에서 벌어진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6언더파 선두 파티 타바타나킷(태국)에 한 타 차 2위다.

펑샨샨은 2019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16 개월 만에 대회에 참가했다. 펑샨샨은 “작년은 다들 힘든 해였다. 나는 중국으로 돌아가서 친구 및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펑샨샨이 “투어에서 떠나 있는 동안 클럽을 잡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고 썼다. 믿기지 않는 얘기다.

그러나 연습을 하나도 안 했다는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헤드커버에 바나나를 넣어두지 않았으므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한 선수는 “경기 후 펑샨샨이 연습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경기 전에도 30분 남짓 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LPGA 관계자들에 따르면 펑샨샨은 대회가 없는 주에는 거의 연습을 안 하고 대회를 앞두고 레인지에서 잠깐 샷을 점검한다.

임경빈 JTBC골프 해설위원은 “펑샨샨은 낙천적이다. 여유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다.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됐을 때 펑샨샨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클럽하우스에서 편하게 잔다. 비행기에서도 아주 잘 자면서 쉽게 피로를 푸는 선수”라고 했다.

경기는 깔끔했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70야드였고 아이언과 퍼트도 좋았다.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잡았다. 운도 따랐다. 17번 홀에서 잘 못 친 칩샷이 홀에 들어가 버디를 잡았다. 펑은 “어제 밤에 좀 긴장했지만 나이 많은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펑샨샨은 또 2011년부터 함께 한 캐디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펑샨샨은 2017년 잠시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고 LPGA 투어 통산 10승을 했다.

이번 대회에서 펑샨샨이 리드를 지켜 우승할지는 미지수다. 펑샨샨은 체력훈련을 거의 하지 않아 4라운드에 약한 경향이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성적이 더 좋지 않다. 2017년 여름 열린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최혜진 등과 겨루다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로 역전패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교포 미셸 위 웨스트는 2언더파를 쳤다. 부상과 출산으로 19개월 투어를 떠났던 위 웨스트는 지난 주 기아 클래식에서 복귀전을 치렀다가 81-74타를 쳐 컷탈락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이 좋지 않았지만 퍼트가 좋았다. 그는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우승자 이미림과 고진영이 3언더파 공동 6위, 박인비와 양희영이 2언더파 공동 16위, 이정은6, 박성현, 허미정이 1언더파 공동 30위다. 김세영과 지은희, 김효주, 유소연은 이븐파를 쳤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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