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일본엔 있는데…한국은 왜 100마일 투수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1.04.02 08:00

[더,오래] 김병곤의 MBL컨디셔닝스토리(8)

야구의 승패는 투수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는 빠른 볼을 가지고 있는 투수는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 스카우트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미국 프로야구에는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도 100(160㎞)마일을 던지는 투수가 많다. 일본 야구에도 100마일을 던지는 선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야구 선수 중에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야구 인프라가 적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해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빠른 구속을 가진 투수가 적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투수의 볼 스피드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투수의 볼 스피드가 빨라질수록 상대적으로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는 것을 많은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부상이 많아지기 때문에 투수의 볼 스피드를 증가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 역시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는 것과 같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투수가 구속을 증가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대신 체력을 향상하고 좋은 투구 동작을 만들어 부상을 예방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속을 높인다. 신체적, 투구메커니즘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 구속을 높이면 부상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 보스턴 레드삭스 마이크 레이놀드는 6주간의 구속 증가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웨이트 봉을 사용한 투수는 평균 2마일 이상의 속도를 높였지만 실질적으로 팔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투수의 볼 스피드 증가를 위한 트레이닝은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사례다.

선수의 체력에도 건강체력과 운동체력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게 운동을 해야 트레이닝의 효과가 좋아진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하는 트레이닝이기 때문에, 또는 한국의 유명한 프로선수가 트레이닝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나에게도 맞겠지 생각하고 무조건 따라 하면 안 된다. 선수의 나이와 현재의 체력 수준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해 트레이닝을 해야 체력이 좋아질 수 있다. 현재 프로선수지만 체력적으로는 고등학교 수준일 수 있고, 현재 고등학교 선수지만 체력적 완성도가 프로선수 정도의 레벨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미국야구나 일본 야구를 직접 가서 볼 기회가 적지만 한국 프로야구팀이 전지훈련을 가거나 마무리 캠프를 미국으로 가면 코치진과 프런트, 선수들이 일관되게 하는 말이 있다. 미국은 기본기 훈련만 한다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가장 야구가 발달한 나라에서 기본기만 훈련을 한다는 것이 얼핏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고수는 기본기에 충실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1년간 미국 메이저리그를 경험해 보면서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너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기본기는 트레이너가 만들어 주고 응용된 트레이닝은 선수 각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기본기는 재미가 없고, 응용된 트레이닝은 재미있어 하기 때문에 선수가 알아서 훈련한다는 것이다. 체력 트레이닝은 야구 선수가 공통으로 힘들어 하고 가장 하기 싫어하는 훈련이다. 왜냐하면 재미가 없고 힘들기 때문이다. 트레이너와 스텝이 해야 할 일은 선수가 가장 하기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키움 히어로즈 단장특별보좌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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