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기업윤리 대학강의에 "국민의짐 XXX, 박형준 사기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천대의 한 교수가 수업 중에 여러 차례 정치적 발언과 욕설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4·7 재보궐 선거에 나선 특정 후보와 정당에 대한 원색적인 발언도 해 선거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영학부 수업에서 "윤석열 구속 꼭 보고싶다"

가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교수 수업에 대한 학생 반응. 인터넷 캡처

가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교수 수업에 대한 학생 반응. 인터넷 캡처

1일 중앙일보가 확보한 강의 영상에 따르면 가천대 A교수는 지난달 8일 강의에서 “‘국민의짐’은 보수 정권이 아니라 완전히 미친, 도둑놈 정권”이라며 “정권도 아니고 XXX 집단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윤리를 비판하는 강의 내용이 국민의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 것이다.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해당 수업은 기업 윤리를 다루는 경영학부의 전공 강의다. 현재 강의는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A교수는 집단 이기주의 사례로 검찰을 언급하다가 갑자기 “윤석열이가 구속되는 걸 꼭 보고 싶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박근혜는 현직(대통령)인데도 구속이 됐는데, 검찰총장 따위가 뭐라고 구속이 불가능하냐”며 “그 부인과 장모가 한 짓거리를 보면 100번은 더 구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발언도 이어졌다. A교수는 “6.25 전쟁 때 민간인이 많이 죽었는데, 북한군한테 죽은 사람도 있고 국군한테 죽은 사람도 많다”며 “근데 안타깝게도 통계자료를 보게 되면 국군한테 처형당한 사람들 숫자가 월등히 더 많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사기꾼” 발언 선거법 위반 가능성…학생들 불만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2일 강의에서 A교수는 시민운동의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다가 4대강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를 언급하며 “해운대에 엘시티(LCT)라는 초호화 아파트를 만들어 놨는데, 아래 위층으로 분양받았다”며 “MB 똘마니, 사기꾼, 도둑놈 XX”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교수는 “윤석열 전 총장, '춘장'이라고 하는 XX가 검찰총장에 있었으면 당장 압수수색 했다”며 “짜장면 시켜 X먹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심히 압수수색을 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4·7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둔 3월 31일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4·7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둔 3월 31일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현행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발언 맥락과 내용을 따져봐야겠지만 수업 중 발언도 금지된 선거운동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강생 B(25)씨는 “기업 윤리 수업에서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는 “교수가 수업 중에 '국민의짐'을 지지하는 사람은 불편할 테니 다른 수업을 들으라고 했다”며 “정치 성향에 따라 전공 수업을 선택하지 말라는 건 학습권 침해”라고 했다.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기업 윤리 수업인데, 매일 '토착왜구'니 '국민의짐'이니 정치 이야기밖에 안 한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학생은 “수업을 하는 건지 만담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강의, 만담 주제는 8할 이상이 정치 얘기”라는 강의평가를 남겼다.

가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교수 수업에 대한 학생 반응. 인터넷 캡처

가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교수 수업에 대한 학생 반응. 인터넷 캡처

A교수 “부산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

A교수는 해당 발언들이 강의와 관련이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A교수는 “기업 윤리를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정치적 문제에 관해 이야기도 한 것”이라며 “수업 중에 한 얘기를 가지고 일일이 다 평가를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A교수는 “여기(가천대)는 경기도라서 투표하는 학생들도 없는데, 무슨 문제가 되냐”며 “부산에서 한 발언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학생이 있을 순 있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가천대 관계자는 “해당 수업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이 있었는지 알아보겠다”며 “문제가 될 부분을 확인하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곽민재 인턴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