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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용호의 시시각각

김종인 "윤석열 처신 잘한다…마크롱 성공, 그도 할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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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거여역사거리에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거여역사거리에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떠난다. 7일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끝나면 짐을 싼다. 지난해 4월 말 위원장직을 맡았으니 1년 만이다. 떠난다는데 정작 그가 사라질 거라 여기는 이는 없다. "정치에서 기대와 실망은 동전의 양면"이라 했던 그의 말처럼 요즘 분위기가 달라져 더 그렇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여당의 기세는 이제 수그러들었다. 폭주와 오만, 부동산으로 자초한 측면이 크지만 김 위원장의 역할도 그냥 지나칠 순 없다. 단일화 과정에서 판을 흔들고 안철수(국민의당 대표)를 공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승리로 기호 2번을 지켰다. 당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김종인의 매직"이라 했다.

재·보선 후 약속대로 짐 싼다 #윤석열에 거침없고 후한 평가 #"그런 자세 공직자 최근 처음 봐". #

당명도 바꿨다. 기본소득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공론화해 보수에 낯설었던 분야의 지평을 넓혔다. 광주에서 무릎을 꿇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도 사과했다. 김 위원장이 아니면 야당에선 할 사람이 안 보이는 일들이다. 정작 국민의힘은 그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손을 벌리기보다 대선은 스스로의 힘으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서다. 거기에다 선거 후 상승세를 탄다면 자강론이 강해지며 대권·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김종인 비토론'도 커질 게 뻔하다.

떠나는 그는 도대체 어디로 향할까.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그를 만나 물어봤다. 그는 선거 후 거취에 대해 "(떠난다고) 결심한 것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해서 "그럼 탈당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탈당은 안 한다.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그때 가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당을 떠나는 건 맞고, 국민의힘과의 관계에서 여지는 남겼다. 대화는 자연스레 윤석열(전 검찰총장)로 옮아갔다.

-윤 전 총장을 만나겠다.
"그렇다. 대화를 나눠보면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되지 않겠나."
-얼마 전 CBS에서 "정무감각이 있다"며 호평을 했던데.

"검찰총장으로 편한 인생을 살 수도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세우는 공정과 정의가 파괴되니 권력에 대해 저항한 거 아니냐. 그걸 수용 못 하니 나온 거고.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그 정도의 자세를 갖춘 사람은 최근 처음 봤다. 처신을 매우 잘하는 것 같다."
-윤 전 총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 같나.

"그는 공정이란 시대정신을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다. 공정을 실행하기 위해, 또 국민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겠나. 우리 정당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프랑스 마크롱이 성공한 예가 뭐냐. 국민이 양당에 짜증을 낸 거다. 마크롱의 등장으로 두 지배 정당이 망가졌다. 윤 전 총장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건 두 가지다. 거침없는 평가가 인상적이었다. 호평의 수위가 짐작보다 훨씬 높았다. 그 정도면 김 위원장의 마음속 대선 후보는 윤 전 총장이 아닐까 싶었다. 더 흥미로운 건 마크롱 얘기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 온 공화·사회당이 아닌 신생 정당 후보로 2017년 당선됐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낳은 결과였다. 좌우에 지친 프랑스가 제3의 길을 택한 거다. 마크롱의 정당 '앙 마르슈(전진)'는 보수·진보가 아닌 실용적 중도를 표방했다. 마크롱을 언급한 것은 곧 국민의힘을 향한 메시지나 다름없다. 그에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 물었을 때도 "선거 후 다시 한번 변화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 아직 내적으로 완전히 변했다고 국민이 생각 안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으면 윤 전 총장도 그리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반문재인 연대를 고리로 한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란 뜻으로 읽혔다.

김 위원장은 당분간 외곽에 머물며 전체 판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선을 1년 남기고 혼자 길을 떠나는 거다. 저서『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그는 자신을 '대통령들의 지략가'라 했다. 여든 야든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그를 찾았고, 도움을 청한 두 명의 대통령은 꿈을 이뤘다. 다시 그 길에서 생각이 많다. 잠시 사라졌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정치에디터

신용호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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