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강수의 직격인터뷰

“정부의 가혹한 과세에 저항하는 건 시민의 기본권”

중앙일보

입력 2021.04.02 00:34

업데이트 2021.04.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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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조강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임대차 3법 위헌소송 주도 이석연 변호사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전년 대비 전국 평균 19% 넘게 인상된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15일)의 후폭풍이 거세다. 세금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을 우려한 주택 소유자들의 이의 신청이 급증하며 조세 저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기·대전·부산은 평균 이상 상승했고, 세종시는 무려 70% 이상이 올랐으니 그럴만도 하다. 시장에선 “정부가 25번째 대책까지 내놨음에도 ‘부정완패(부동산 정책 완전 실패)’로 집값이 치솟자 이번엔 오른 집값을 공시가격 인상 카드를 빼들어 징세에 나섰다. 국가 폭력에 다름 아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렴주구는 국력 쇠퇴의 지름길로 통했다.

25번 부동산정책 실패 ‘부정완패’
이득 환수 위해 공시가격 인상
유신 때도 이렇게 처리 안 해
정의 독점 영웅주의서 벗어나야

시민들의 조세 반발을 법적 항거의 범주로 견인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66·변호사)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의 위헌성과 시민의 조세 저항권의 의미를 짚어봤다. 헌법 전문가인 그는 “정부가 편법으로 강행한 과도한 세금 부과는 사실상의 증세 조치로 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하루 전 전격 경질된 청와대 정책실장 사태부터 물었다.

이석연 변호사는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죽하면 청와대 정책실장마저 임대차 3법 시행전에 전셋값을 올려받았겠느냐”고 되물었다. 임현동 기자

이석연 변호사는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죽하면 청와대 정책실장마저 임대차 3법 시행전에 전셋값을 올려받았겠느냐”고 되물었다. 임현동 기자

김상조 전 실장이 전·월세 인상폭을 5%로 제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틀 전 전셋값을 14% 올린 것으로 드러나 경질됐다. 이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동안 진보·개혁 세력을 자처해온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뿐만 아니라 그 계열의 시민단체 출신들도 자신들만이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천박하고 편협한 ‘정의 독점 영웅주의’에 빠져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자기들이 가는 길이 옳다며 헌법이 정한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논란이 많은 여러 정책들을 마구 밀어붙이지 않았나. 잘못되면 가진 자들, 보수 언론 탓하고. 문재인 대통령부터 천박한 영웅주의, 무오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 전 실장의 행위는 특히 모순적이다. 법 시행 전에 꼼수를 쓴 것 자체가 그 법이 현실 생활을 규제하는 데 맞지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그도 끝이 안 좋다. 위선의 상징으로 추락했다. 방식은 달랐지만 같은 시기 시민운동을 이끌었던 동료 입장에서 가슴 아프다.” (※이 변호사는 경실련 사무총장 때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과 시민운동 방법론을 두고 대척점에 섰다.)
이런 일이 발생한 근원적 배경은.
“내가 2000년대 초 시민운동의 권력화, 초법화, 관료화, 포퓰리즘(센세이셔널리즘), 무오류의 환상 등 5가지 폐해를 지적했다. 나부터 잘못을 사과했다. 그들은 생각이 달랐다. 예를 들어 공직선거법에서 총선 낙선 운동 금지한 건 악법이라서 안 지켜도 된다고 했다. 시민운동이 초법화해 판관 역할까지 하겠다고 나선 격이다. 그때 내 지적이 맞았다. 한국 시민운동의 뿌리라고 했던 분들이 자기 스스로 권력화돼서 더 부패하고 더 이기적이 됐다. 성범죄도 부패 범죄의 일종 아닌가. 부동산 꼼수는 이기적이다.”
일련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문 대통령이 반부패 정책회의(29일)에서 ‘부동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부동산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책이 실패하면 원인을 찾아서 고쳐야 하는데 실패는 인정 않고 더 센 극약처방을 해 온 게 패착이다. 그렇게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다가 주택 가격이 오르니 세금으로 환수한다는 게 말이 되나. 집권 세력의 뇌 속에 ‘돈은 찍어내면 되고 세금은 거두면 된다’는 인식이 꽉 차 있다.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에 따른 나눠주기에만 골몰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세금 부과의 원칙은.
“세금의 본질은 뭘 잘못해서 내는 벌금과 달리 징벌적 성격이 아니고 국민의 의무라는 점이다. 헌법상 조세의 종목·세율은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응능부담(應能負擔·ability to pay)의 원칙이다. 행정서비스를 받는 이익의 양과는 무관하게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이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가혹하면 누구나 저항하게 돼 있다. 그 다음이 국가의 재정권 행사와 국민의 재산권 보장이 적절히 조화돼야 한다는 조세 공평주의다. 그러나 오는 6월 1일 정해질 재산세는 과세표준을 자의적으로 인상하는 편법으로 매겨진다. 세율을 인상한 것이나 똑같은 효과가 난다. 종부세는 미실현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것인데다 누진 과세라서 공평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부동산 과표는 법제처 심의를 받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보다 더 하위의 행정규칙(훈령·예규)이라서 법제처 심의도 받지 않고 국토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진다. 이번 공시가격 발표에도 어디는 70%(세종시)고 어디는 1.7%(제주도)였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다르게 나온다. 도떼기 시장도 이렇게 안 한다. 재산세 고지서 받아보면 ‘억’ 소리가 절로 날 것이다.”
정부가 위헌적 부동산 대책을 계속 내놓는 이유는.
“국민 편가르기를 통한 지지층 확보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있는 자와 없는 자, 비싼 집 가진 자와 싼 집 가진 자, 서울에 집 가진 자와 지방에 집 가진 자를 갈라쳐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의도다. 이런 경제의 정치화는 위험하다. 기준도 없고 예측 가능성도 없는 공시가격 산정은 ‘내 멋대로 증세’와 다르지 않다.”
정부는 국회가 제정한 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른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없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은 토론없이 군사작전하듯 통과시켰다. 적법절차를 무시했다. 내용도 소급 적용에 의한 재산권 침해다. 유신 시절에도 민생 법안에 대해선 이렇게 처리 안 했다. 임대차 3법 통과 후 박수치는 정치인들 모습을 보며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도박장에서 브리지게임 이겼다고 환호하는 장면이 연상됐다.”
조세 반발을 넘어 조세 저항 움직임도 있다.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인간은 아버지 원수보다도 재산상의 손실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썼다. ‘과도한 조세 부담은 공화국을 망하게 할 수 있다’고도 적었다. 부의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지금 국민들은 부동산 불공정 문제로 분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당장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을 취소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헌법적 상식에 맞게 부동산 공시가격도 재조정해야 한다. 법치주의의 핵심인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조세 저항 움직임의 함의는 뭘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시민의 저항권이 확립됐다. 대통령, 대법원, 국회, 헌재 어디든 국가기관이 헌법적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면 국민이 헌법 테두리 내에서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판례로 확립돼 있다. 독일은 저항권이 헌법에 명시돼 있다. 정부가 세금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으니 헌법적 상식을 지키기 위해 주권자인 국민이 나설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라고 촛불을 들었는데 4년동안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니 기가 막힌다.”
진보 색깔이 더 짙어진 헌재가 부동산 관련법 위헌 소송을 인용하겠나.
“헌법적 양식이란 게 있다. 법을 안다는 분들이 그걸 저버리고 정부 손을 들어주겠나. 그렇게 하면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대개 성실하게 정책에 순응했던 사람들이다. 헌법정신, 법치주의와 국민의 건전한 법 감정인 상식은 같은 말이다. 진보·보수 진영을 떠나 재판관들의 헌법적 양식을 믿는다.”
정부 정책의 위헌 사례가 차고 넘친다는데 동의하나.
“문 대통령 취임 후부터 최근까지 헌법 위반 사례를 정리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 결정문 내용과 현 정부의 실정을 비교하면 위헌적 행태가 더 많다. 부동산 정책은 약과다. 대북 안보는 다 무너졌다. 십수 년 전 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소송 때도 살해 협박 많이 받았다. 굴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 국민에 공개할 것이다.”
◆이석연 변호사
행시 23회·사시 27회 합격. 1호 헌법연구관이며 시민운동 1세대다.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 법제처장 등을 지냈고 현재 법무법인 서울 대표 변호사다. 2004년 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을 비롯해 총 30여건의 위헌 결정을 받아내는 데 앞장섰다. 임대차 3법 위헌 소송, 종부세 조세심판 등을 이끌고 있다. 최근 『헌법은 상식이다』(와이즈베리 출판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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