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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 내려온다…궁궐 주변 어슬렁, 한국표범 50년 만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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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에서 포착된 멸종위기 아무르 표범 가족. 표범의땅 국립공원

러시아 연해주에서 포착된 멸종위기 아무르 표범 가족. 표범의땅 국립공원

눈 덮인 산 위에서 무언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어미 표범. 주위에서 놀던 세 마리의 새끼 표범들도 어미의 모습에 긴장한 듯 주변을 살피는데요.

[애니띵] 멸종위기종의 날

50년 전 국내에서 멸종된 아무르 표범이 최근 러시아 연해주에서 포착됐습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도 살았던 호랑이·표범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서식 중인 멸종위기 아무르 표범. 표범의땅 국립공원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서식 중인 멸종위기 아무르 표범. 표범의땅 국립공원

1일은 올해 처음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의 날’입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이날을 맞아 멸종위기 동물에 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국내에서 사라진 동물 중에 어떤 동물을 가장 복원했으면 하는지 물었는데, 1위는 압도적으로 호랑이(16.7%)가 차지했고요. 반달가슴곰(11.2%), 장수하늘소(7.3%), 수달(5.3%)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표범을 되살리고 싶다는 답변(2%)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범 복원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건데요.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호랑이, 표범의 서식 분포. 오른쪽 서울 지도를 보면 경복궁 등 궁궐 인근에 범 출몰 기록이 집중돼 있다. 국립생태원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호랑이, 표범의 서식 분포. 오른쪽 서울 지도를 보면 경복궁 등 궁궐 인근에 범 출몰 기록이 집중돼 있다. 국립생태원

실제로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한반도 전역에 호랑이와 표범이 살았을 만큼 한반도는 범의 땅이었습니다. 국립생태원 연구팀이 조선왕조실록을 분석했더니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350건, 표범은 51건이나 발견될 정도였죠.

특히, 경복궁을 비롯한 궁궐 인근에서 범이 출몰했다는 기록이 집중됐을 정도로 서울에도 호랑이와 표범이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50년 전 사라진 아무르 표범, 지구상 120마리 남아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서식 중인 멸종위기 아무르 표범. 표범의땅 국립공원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서식 중인 멸종위기 아무르 표범. 표범의땅 국립공원

하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 해수구제(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을 제거하는 일)를 명분으로 범을 집중적으로 사냥하기 시작하면서 호랑이는 약 100년 전, 표범은 50년 전을 마지막으로 남한에서 자취를 감췄죠.

특히, 한국 표범인 아무르 표범은 지구상에 극소수만 살아남았을 정도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꼽히는데요. 과거에는 한반도 전역과 중국, 러시아에 서식했지만, 이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국경 지대에 120마리 정도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다고 합니다.

아무르 표범 분포 (주황색은 과거, 파란색은 현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아무르 표범 분포 (주황색은 과거, 파란색은 현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최근에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4마리의 아무르 표범 가족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영상을 보면 어미 표범이 한동안 사냥감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뚫어지게 주시하는데요. 이내 어미 표범은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남은 3마리의 새끼 표범들도 긴장한 모습으로 어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이 영상을 촬영한 표범의 땅 국립공원 측은 “표범이 사슴을 사냥하러 갔거나 새끼들에게 사냥하는 기술을 보여주러 갔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아무르 표범 한 쌍 국내 도입 추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팀이 러시아 연해주에서 아무르 표범의 흔적을 조사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팀이 러시아 연해주에서 아무르 표범의 흔적을 조사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이렇게 일부 지역에서 극소수만 살아남은 아무르 표범을 다시 한국에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요.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러시아에서 아무르 표범 한 쌍을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임정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포유류팀장은 “아무르 표범 사육 개체 한 쌍을 도입한 뒤에 자연적응 훈련장에 부모 개체를 두고 거기서 나오는 새끼를 완전히 사람과 격리해 훈련해서 러시아의 표범 서식지에 돌려보내는 작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르 표범은 실제로 지리산에서 자연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보다도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다만, 동물을 사냥하는 식육목인 만큼 국내에 자연 방사하는 건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합니다.

50년 전 사라진 한국의 범. 언젠가 우리 땅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영상=왕준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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