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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의 펜톡] 박영선·오세훈의 ‘외계어’

중앙일보

입력

                           박영선 오세훈

박영선 오세훈

“통역을 이제 번역해서 올리면 그 번역한 거 중에 AI가 제일 흐름에 맞다고 생각하는 걸 채택을 해 갖고 올리니까 번역 속도가 무지하게 빠른 거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동시통역가 지망생을 만나 한 말. 3월 26일)

“안 갔습니다. 그러나 기억 앞에서는 참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내곡동 처가 땅 토지측량 현장에 갔었느냐는 질문에 답하며.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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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영화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이 한 말이다. 그의 실제 모델은 이극로 선생이다. 일제강점기에 맞춤법통일안과 ‘조선말 큰사전’을 만드는데 중심 역할을 한 분이다. 이 선생이 한글반포 500돌을 맞아 학생신문 제13호(1946년 10월9일)에 기고한 아래 글에 대사가 들어있다.

“…민족이 있을진댄 말이 있을 것이요. 말이 있을진대 반드시 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정신과 생명이 있을진댄 그 민족은 영원불멸할 것이니, 또한 행복은 필연적일 것입니다. 우리 민족에게 생명을 주신 성군 세종대왕께서 반포하신 이 한글은 말소리를 잘 적을 수 있는 과학적으로 된 세계적으로 우수한 글이요, 조선 민족의 가장 큰 보배이었으나, 모진 비바람을 만났음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선거판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장관’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 수준이다. 명료하지 않고 온기도 없다. 모국어가 길거리에서 모진 비바람 만나 고생이 많다.

영국 52대 총리 마거릿 대처(1925~2013)의 아버지가 딸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그림·글=안충기 오피니언 비주얼에디터·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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