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후임에 천대엽…文정부의 대법원·헌재 "검찰 전멸"

중앙일보

입력 2021.04.01 16:19

업데이트 2021.04.06 15:03

오는 5월 퇴임하는 박상옥 대법관 후임 후보로 천대엽(57·사법연수원 21기)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가 최종 선정됐다. 천 후보자가 임명되면 문재인 정부의 대법관 14명과 헌법재판관 9명 전원 ‘비(非)검찰’ 출신으로만 구성된다.

특히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차원에서 1964년부터 시작된 검사 출신 대법관 임명 전통은 끊어지고 대신 민변 출신이 빈 자리를 채운 셈이 됐다.

천대엽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가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연구회 창립 발기인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는 모습. [뉴시스]

천대엽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가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연구회 창립 발기인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는 모습. [뉴시스]

2전 3기 천대엽, 대법관 최종 후보 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 수석부장판사의 임명을 제청했다. 대법원은 “천 후보자가 사법부 독립, 기본권 보장,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 대법관으로서 기본적 자질을 갖췄을 뿐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을 겸비했다”고 밝혔다.

천 후보자는 앞서 조희대,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을 정할 때도 물망에 올라 세 번 만에 대법관 최종 후보가 됐다. 부산 성도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5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2∼2014년 서울중앙지법과 2016년 서울고법에서 형사합의부를 맡는 등 ‘형사법 전문가’로 유명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재산 최소 'Mr.성실' 법관…"가장 무난한 후보"

2012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성폭력 사건 전담 재판부를 맡았을 때는 지적장애인 아동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 피고인에게 적용 가능한 형량 중 최고형인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피해자인 아동이나 지적장애인이 주요 피해 부분에 일관된 진술을 한다면 사소한 부분에 대한 진술이 부정확해도 신빙성을 함부로 부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출판기념회 형식으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336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학용 전 국민의당 의원을 뇌물죄로 처벌했다. 의원실 보좌관 급여 일부를 떼어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하는 관행에도 유죄를 내렸다.

천 후보자는 고위 법관 144명 중에서 가장 재산이 적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고위법관 재산 현황에 따르면 천 후보자의 재산은 2억7300만원이었다. 매일 새벽 4시 쯤에 출근해 퇴근은 늦게 하는 법원 내에서는 ‘Mr.성실’ 법관으로도 유명하다. 한 부장판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성실하고 재산도 적고 특정 성향이나 이념을 보인 적이 없어 가장 무난한 후보를 고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 6년만 '검사 전멸'…비(非)판사 출신 김선수 유일

법원행정처장인 조재연 대법관을 제외한 김명수 대법원장 등 13명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연합뉴스

법원행정처장인 조재연 대법관을 제외한 김명수 대법원장 등 13명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연합뉴스

검사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의 후임으로 천 후보자가 임명되면 6년 만에 다시 14명의 대법관이 모두 비검찰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2012년 7월 안대희 대법관이 퇴임한 뒤 2015년 박상옥 대법관이 임명되기까지 2년 10개월간 검찰 출신 전무하던 때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 대법원에서 판사 경력이 없는 대법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이 유일하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는 천 후보자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검사 출신 봉욱 변호사 등 3명을 새 대법관 제청 후보로 추천했다. 일각에선 ‘검사 출신 대법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봉욱 변호사가 유력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결국 판사 출신을 최종 낙점했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법원 내부의 검사 출신 대법관에 대한 반대 여론에다가 현 정부의 검찰 불신이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며 “학벌·성별 등 사법부의 다양화를 고려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검찰 출신은 싫다'는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9명의 헌법재판관 역시 민변 회장을 역임한 변호사 출신 이석태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이 판사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을 받아들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최종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이후 본회의 인준 표결을 거쳐 새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