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거의 이겼다"던 이해찬, 이번엔 "져도 대선엔 별 영향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1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며칠 남았는데도 TV 토론을 잘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1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며칠 남았는데도 TV 토론을 잘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훨씬 더 순탄하게 갈 수 있는 걸 약간 장애물이 생긴다고 보면 되겠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4·7 재·보선 결과와 관련한 대선 전망에 대해 한 말이다. 김씨가 “보궐선거에 지면 다음 대선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를 우리 쪽(민주당)에서 이기면 좀 순탄하게 대선까지 가는 것이고 만약에 잘못되면, ‘비포장도로’로 간다고 보면 된다”며 “(왜냐하면) 저쪽(국민의힘) 후보 중에서 대선 후보감이라고 볼만한 사람이 눈에 안 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자 민주당에선 “이번에 지면 내년 대선까지 어려울 수 있다”(민주당 당직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자 이 전 대표가 직접 나서 대선 영향 차단론을 편 것이다.

보궐선거 사전투표(4월 2~3일) 하루 전 전격적으로 등판한 이 전 대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메시지도 선명하게 내놨다. 이 전 대표는 “지금부터가 각자 지지 세력이 결집할 때라서 아주 중요한 시기”라며 “내부 여론 조사상으로 (박 후보와 오 후보 간 격차가) 좁아지는 추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방영된 MBC 서울시장 보궐선거 토론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방영된 MBC 서울시장 보궐선거 토론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당내에서도 “지지층 결집 보다 이탈 유발” 우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위기론에 더 방점을 뒀다. 그는 “아직은 민주당 후보가 좀 뒤처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 봐서는 꼭 역전을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결과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 일선에선 투표 권유를 하는 분위기가 시작되는 거 같다”며 “우리(민주당) 지지층이 강한 데가 40대(부터) 50대 중반까지다. 그분들이 어느 정도 (사전투표를) 하는가를 보면 (판세가) 짐작이 갈 것”이라며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선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새 돌아가는 거 보니까 거의 뭐 선거는 이긴 것 같다”고 했었다. 13일 만에 판세 전망이 ‘긍정’에서 ‘위기’로 바뀐 셈이다.

이에 서울의 한 친문 성향 의원은 “예전엔 지지층에 자신감을 주며 흐트러진 결속력을 높이고자 한 메시지였고 이번엔 유보적인 지지층에게 ‘어려우니 사전투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사전투표에서 기세를 잡고 본 투표에서 중도층 싸움으로 승부수를 띄우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 문재인 정부를 지켜야 한다. 여기가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라고 말했었다. 유튜브 캡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 문재인 정부를 지켜야 한다. 여기가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라고 말했었다. 유튜브 캡처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재등판에 대해 당내에선 우려도 나온다. 전날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에 이어 이날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도 “민주당이 부족했다. 다시 한번 민주당에 기회를 달라”며 자성론을 펴는 기조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 등장에 강성 지지층은 환호하겠지만, 이들 대다수는 어차피 적극 투표층이어서 표를 추가하는 데 도움은 안된다”며 “반면 이 전 대표 등판에 비판적인 지지층의 이탈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극성 친문 지지층이 장악한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도 “보선 망치려고 나섰느냐”라거나 “민주당에 도움 안되는 발언은 삼가달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 전 대표가 “내부 여론조사상 좁아지는 추이”라고 한 발언도 구설에 올랐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 전 대표가 언급한 것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등록 여론조사가 아니므로 어떤 곳에서도 결과를 공표하면 안된다”며 “서울시 선관위는 선거 질서를 교란하는 모든 행위를 엄격하게 제재해 달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밀리는 민주당 입장에선 이 전 대표 등판 카드 외엔 마땅한 사전투표 독려 카드가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이 전 대표가 가진 강성 이미지 탓에 되레 중도층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