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담배소송서 패한 건보공단 "항소 이유서 제출" 공방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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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항소 이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1일 건보공단은 방대한 재판기록 검토를 거쳐 1심 판결의 오류 및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이유서를 2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배 이미지. 사진 pixabay

담배 이미지. 사진 pixabay

앞서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보험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53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청구액은 흡연과 인과성이 큰 3개 암(폐암 중 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환자 가운데 20년간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했고 기간이 30년을 넘는 3456명에 대해 건보공단이 2003~2013년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이다. 이후 6년 만인 지난해 11월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흡연자들의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본래 의무이고 담배와 질병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건보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과거 대법원이 흡연 피해자들을 상대로 내린 판례를 그대로 따랐다. 이에 건보공단은 판결 직후 “담배회사에 또 한 번 면죄부를 줬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공단은 담배는 국민 개개인의 건강은 물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본다. 공단 측은 “담배의 위험성과 폐해를 은폐‧왜곡해온 담배회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흡연 질환으로 누수된 건강보험재정 지출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개인 또는 집단이 ‘흡연 피해’를 주장하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벌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공단이 소송주체로 나서고 6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법원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한 편의점에 교체된 경고그림을 부착한 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뉴스1

한 편의점에 교체된 경고그림을 부착한 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뉴스1

건보공단은 본격적인 항소심에 앞서 1일 오후 1심 판결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소송 대응 방향 등을 논의하는 담배 소송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상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행 대법원 판결 사안과 당사자가 다르고, 주장과 증거들이 상이함에도 재판부가 기존 판결을 거의 기계적으로 복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특이성․비특이성 질환을 임의로 구분해 피해자들에게 엄격한 증명 책임을 지움으로써 결국 유해물질로 발병되는 질환에 관한 인과관계 증명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담배회사들에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정작 담배 제품의 위험성과 피고들이 제조·수입·판매할 당시에 알고 있었던 위험성에 대해 전혀 판단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역학의 철학’ 저자인 요하네스버그대 알렉스 브로드벤트 교수는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발병했다는 사실 자체는 합리적 추론”이라며 “흡연 이외 다른 원인으로 위 암종이 발병했다는 점을 증명하란 것은 가해자가 총을 쏴 피해자가 죽은 상황에서 총알 이외 다른 원인으로 죽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란 주장과 같다”고 말했다. 다른 원인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면 그 증명을 담배회사가 해야 한단 것이다. 서울대 이두갑 교수는 “담배가 담배회사의 이윤을 위해 ‘중독 설계되는 제약상품과 같은 것인데 담배회사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 왜곡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공단 소송에서는 미국 법정서 명확히 밝혀진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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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이사장은 “담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그 인식이 사법제도를 통해 인정되기가 힘들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공단 담배 소송은 담배로 인하여 건강과 생명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구제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길이므로, 마지막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앞서 지난 1월 담배소송 항소심의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선임해 서울고등법원에 위임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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