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석 일지홀부터 6만 웸블리까지…BTS 콘서트 뒷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2021.04.01 12:59

업데이트 2021.04.02 00:01

플랜 A의 김상욱 대표가 쓰고 김윤주 디자이너가 그린『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의 일러스트. 방탄소년단 데뷔 쇼케이스부터 스타디움 투어까지 함께 한 뒷 이야기를 담았다. [그림 달]

플랜 A의 김상욱 대표가 쓰고 김윤주 디자이너가 그린『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의 일러스트. 방탄소년단 데뷔 쇼케이스부터 스타디움 투어까지 함께 한 뒷 이야기를 담았다. [그림 달]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와 ‘스피크 유어셀프’는 한국 콘서트 역사를 새로 쓴 공연이었다. 2018년 8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전 세계 23개 도시에서 62회 공연을 통해 206만 관객과 만났고 인터넷 생중계와 극장 상영 등을 통해 550만명이 관람했다. 한국 가수 최초로 진행한 스타디움 투어인 만큼 한국 공연 제작사 입장에서도 모든 게 처음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2013년 BTS의 데뷔 쇼케이스부터 스타디움투어까지 함께 한 콘서트 전문 연출팀 ‘플랜 A(PLAN A)’의 김상욱 대표는 지난 6년여의 공연 이야기를 중심으로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달)를 펴냈다.

데뷔부터 스타디움 함께 한 김상욱 PD
『케이팝 시대를 항해…』 연출기 출간
“세계관 덕에 서사 갖춰 3부작 공연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뭐든지 찾아봐”

플랜 A 김상욱 대표. 2012년 『김피디의 쇼타임』이후 9년 만에 새 책을 냈다. [사진 PLAN A]

플랜 A 김상욱 대표. 2012년 『김피디의 쇼타임』이후 9년 만에 새 책을 냈다. [사진 PLAN A]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 대표는 “보통 공연은 영상으로 기록되는데 텍스트로 비하인드를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연 연출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되길 바랐다고. “2002년에 아르바이트로 공연계에 첫발을 디뎠을 때는 ‘K팝’이라는 단어도 없었어요. 해외 투어를 가본 스태프도 거의 없었고. 지난 20년간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면서 산업 사이즈도 엄청나게 커졌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공연도 제법 틀을 갖추게 됐죠.” 드림팩토리 스쿨과 좋은콘서트 등을 거쳐 2010년 플랜 A를 설립한 그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게 됐다.

“3곡 위해 리허설만 9시간…완벽 기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은 2AM 콘서트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신인 아이돌 그룹 BTS의 데뷔 쇼케이스를 맡게 됐다. 250석 규모 일지아트홀에서 3곡을 위해 전날 7시간, 당일 2시간의 리허설을 하는 것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단다. “회사도 완벽을 기했지만 멤버들도 준비가 잘 되어 있었어요.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미처 몰랐지만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했죠.” 2015년 미니 3집 ‘화양연화 pt.1’의 타이틀곡 ‘아이 니드 유’로 음악방송에서 첫 1위를 하고 이듬해 발매된 정규 2집 ‘윙스’ 앨범의 판매량이 급증하던 시기를 ‘잠재력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변곡점’으로 꼽았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응원봉 아미밤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연출한 모습. [그림 달]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응원봉 아미밤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연출한 모습. [그림 달]

“사실 콘서트는 공연 중에서도 서사를 넣기가 가장 어려운 장르에요. 연극이 서사 그 자체라면 콘서트는 각기 다른 곡이 이어지다 보니 두 시간 동안 그냥 멋진 장면 20개만 나열하다 끝날 수도 있거든요. 스토리는 없고 비주얼만 남은 영화처럼 되는 거죠. 방탄소년단은 음악에 방대한 세계관이 녹아있다 보니 연출자 입장에서도 시도할 수 있는 게 많았어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3부작 콘서트’를 제안했다. 1부 ‘레드불릿’(2014~2015), 2부 ‘BTS 비긴즈’(2015), 3부 ‘윙스 투어’(2017)로 이어지는 식이다. 그 사이 공연장은 2000석 규모의 악스홀(예스24 라이브홀), 5000석 올림픽홀, 2만석 고척돔으로 커졌다.

“‘레드불릿’ 투어를 전반전과 후반전을 나눠서 굉장히 오랫동안 했어요. 보통 앨범 단위로 투어를 하니까 곡이 어느 정도 쌓이면 빼는 게 일인데 그때는 보여줄 게 진심밖에 없었죠. 1부랑 2부를 다 써놓고 시작했기 때문에 이 공연이 잘 돼야 3부까지 할 텐데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가장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는 ‘윙스’ 투어를 꼽았다.  앨범 전반에 걸쳐 “『데미안』의 성장 서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순수한 알 속의 존재부터 타락한 존재까지 펼쳐 놓은” 덕분에 무대 위에서 구현하기도 쉬웠다고. “고전부터 연극ㆍ뮤지컬은 물론 최신 예능까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라면 다 찾아봅니다. 놀이공원에 가는 것도 좋아해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거든요.”

“공연장 규모 클수록 디테일함 필요해”

‘디오니소스’ 무대에 등장한 12m 크기의 표범을 만드는 모습. [그림 달]

‘디오니소스’ 무대에 등장한 12m 크기의 표범을 만드는 모습. [그림 달]

공연장이 런던 웸블리(6만석) 등 스타디움급으로 커지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 불꽃놀이ㆍ드론쇼 등 야외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볼거리도 많아지지만, 날씨 등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도 늘어나는 탓이다. “5만명 규모 공연장이면 4만명은 아티스트 얼굴을 못 봐요. 그 4만명도 만족하게 하려면 스크린을 적절히 활용해야 해요. 더 디테일한 연출이 필요하죠.” 그는 뷔의 솔로곡 ‘싱귤래러티’를 예로 들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뒤 고프로로 촬영한 클로즈업 샷이 전광판을 가득 채우는 식이다. 반면 몸체만 12m에 달하는 표범 인형과 불기둥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디오니소스’처럼 스케일로 압도하는 무대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실 2018년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러브 유어셀프’ 첫 공연에서 런스루 리허설을 못 했어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태풍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거든요. 3주 전에 일산 킨텍스에서 10번 이상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다면 그날 공연은 엉망이 됐을 거예요.” 어떠한 순간에도 플랜 A를 실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셈이다.

‘러브 유어셀프’ 첫 공연을 앞두고 동선 리허설을 하는 모습. [그림 달]

‘러브 유어셀프’ 첫 공연을 앞두고 동선 리허설을 하는 모습. [그림 달]

“한국 공연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해외 프로덕션과 협업하다 보면 아쉬운 점도 많아요. 일단 인적 구성부터 차이가 크게 나요. 한국에서는 음향감독이 음향 디자인도 하고, 음향장비 설치도 하고, 케이블도 깔고, 철수도 다 하는데 영미권에선 음향 디자인과 실행만 해요.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퀄리티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거죠. 체조경기장이 K스포돔으로 리뉴얼되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문 공연장도 없고요. 지금 짓고 있는 창동 서울 아레나, 일산 CJ 아레나 등이 빨리 완공되어 아쉬움을 달래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지난해 에이티즈·데이식스 등과 온라인 공연을 진행한 그는 “어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서 다양한 팀과 오프라인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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