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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노린건 LH만이 아니었다…그들의 교묘한 '탈세 꼼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세청이 1일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지역 탈세혐의자 165명에 대해 우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국세청이 1일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지역 탈세혐의자 165명에 대해 우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대규모 개발예정지구에 땅을 노린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일부 공직자만이 아니었다. 국세청이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광명 시흥) 일대 일정 금액 이상 토지거래를 분석한 결과 교묘한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땅을 산 사례가 다수 나왔다.

1일 국세청은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지역 탈세 혐의자에 대한 1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에는 ▶가짜 농업법인으로 세금회피(3명) ▶토지 취득 자금 불분명(115명) ▶법인 자금으로 토지 매입(30명) ▶매출 누락 기획부동산(4명) ▶중개수수료 누락 중개업자(13명) 등 총 165명이 포함됐다.

LH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개발예정지역 토지 대부분은 농지다. 현행 농지법상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고 세금 혜택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한 탈세 혐의자들은 이 점을 노려 아예 ‘셀프 농업회사법인’을 만드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개발예정지 탈세혐의 사례_농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개발예정지 탈세혐의 사례_농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3기 신도시 예정지인 하남시 교산에 농지를 가진 A씨는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원래 가진 농지를 이 회사에 팔았다. 농사를 짓는 농업회사에 농지를 팔면 양도세가 감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세청 검증결과 해당 회사는 농사를 지은 적이 없는 ‘서류상’ 회사에 불과했다. A씨는 해당 법인 주식을 자녀가 주주로 있는 다른 회사에 저가 양도해 증여세도 탈루한 혐의를 받았다.

개발예정지 탈세혐의 사례_증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개발예정지 탈세혐의 사례_증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아파트 같은 다른 부동산 사례처럼 취득자금이 불분명한 사례도 다수 나왔다. 실제 제조업체를 수십 년간 운영한 B씨는 30대 자녀 2명과 함께 남양주시 왕숙에수십억원 상당 토지를 샀다. 하지만 자녀들의 소득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편법 증여를 의심받고 있다.

개발예정지 탈세혐의 사례_법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개발예정지 탈세혐의 사례_법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자기 돈이 아닌 법인자금으로 땅을 산 사례도 있었다. 법인 대표인 C씨는 자신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것처럼 허위로 꾸민 뒤 회삿돈을 빼돌렸다. 그런 다음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고양시 창릉에 상업용지와 빌딩 등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사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기획 부동산 탈세 혐의도 포착했다. 실제 이들 부동산은 개발예정지에 땅을 산 뒤 이를 쪼개서 파는 방식으로 원래 산 가격보다 3~4배 정도 이득을 봤다. 하지만 판매 수입 금액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법인세 등을 내지 않았다.

또 역시 3기 신도시 예정지인 부천시 대장에서는 고가 토지거래를 중개하고도 중개수수료를 누락한 중개업자(13명)가 세무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에 대한 세무조사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국세청은 오늘 발표한 지역은 물론 최근에 땅투기 의혹을 받는 세종 스마트산업단지 등 31개 개발예정지역 및 산업단지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세무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실제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국세청은 지방국세청 조사 요원 175명과 개발지역 세무서 요원으로 구성된 전국 단위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을 설치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조사과정에서 허위계약서나 차명계좌 사용 등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등 엄정조치할 계획”이라며 “토지를 타인 명의로 취득한 경우 등 법령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과징금 부과 등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관계기관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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