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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성소수자 보호' 학생인권계획 확정…논란 커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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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회원들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강력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지원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회원들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강력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지원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부터 3년간 각 학교에서 적용되는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지원하는 내용이 담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학생들은 학교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트렌스젠더 개념과 함께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배울 수도 있다. 확정안은 지난해 12월 공개돼 일부 단체의 반발을 불렀던 초안과 비교해 일부 내용이 수정됐지만, 성소수자 같은 표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을 1일 발표했다.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지난 2017년 제정된 서울시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육감이 3년마다 수립한다. 교육청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각 학교에 적용되는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 및 지원’ 내용을 포함시켰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회원들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강력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지원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회원들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강력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지원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단체 반발 의식해 일부 내용 수정 

이번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확정안은 지난해 12월 공개됐던 초안과 비교해 일부 내용이 바뀌었다. 초안 공개 당시 불거진 보수‧기독교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초안과 달라진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초안에는 ‘성소수자 학생 보호 및 지원’부분에 ‘성인권 시민조사관을 통한 성소수자 피해 학생 상담‧조사 지원’이라고 명시했었지만, 최종안에서는 조사관 관련 내용이 빠졌다.

초안 공개 당시 성소수자 교육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성인권 시민조사관이란 정체불명의 조사관을 학교에 파견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교육청이 “성인권 시민조사관은 성인지 관점을 갖춘 외부 조사관으로 학교 내 성폭력‧성희롱 발생 시 상담‧조사와 모니터링에 참여한다”고 설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또 초안에 포함됐던 ‘성소수자 학생 인권교육 강화’ 부분도 최종안에서는 ‘성인식 개선 및 성차별 해소를 위한 성인권 교육 강화’로 바뀌었다. 내용도 ‘성인식 개선 및 성평등 교육 콘텐츠 개발‧보급’ ‘성인권 교육 실시를 통한 성차별 및 성별 고정관념 해소’에서 학생‧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한다는 좀 더 일반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백해룡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은 “학생들이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좀 더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성소수자 학생 보호‧지원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학생인권종합계획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학생인권종합계획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도 의견 엇갈려, 찬반 논란 커질 듯 

하지만 여전히 핵심 내용인 성소수자 보호와 인권교육이 그대로 포함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의 단체는 성소수자 인권교육에 찬성한다. “학교가 성소수자 혐오와 괴롭힘이 없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띵동은 지난달 4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더 강력하고 후퇴 없는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민희망교육연대는 지난 2월 1일 서울시교육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에 대한 개념 정립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교육을 하는 건 만용에 가까운 교육 폭거”라며 “찬반논란이 거센 정책을 수립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도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학교 보건교사도 “성소수자를 위한 교육을 일반학생으로 확대했을 때 감정 변화가 심한 청소년기 학생들이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충분한 연구‧검토를 거친 후 발달단계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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