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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국·윤미향 콕 집은 美인권보고서 "부패도 인권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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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스캇 버스비 국무부 민주주의,인권, 노동국 수석부차관보 대행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슬

스캇 버스비 국무부 민주주의,인권, 노동국 수석부차관보 대행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슬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2020년 국가별 인권 관행 보고서’를 펴냈다. 한국ㆍ북한을 포함한 전세계 약 200개국의 인권 상황을 종합한 연례 보고서다.

미 국무부, 韓·北 포함 200국 인권 보고서 #작성 맡은 버스비 수석 부차관보 대행 인터뷰 #韓은 조국·박원순·윤미향 등 혐의도 거론 #"부패는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 남용" #"대북전단 금지 우려…자유로운 정보 중요" #"인권, 대북 정책에서 큰 부분 차지할 것"

올해 ‘한국 인권 보고서’에서는 미국은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등 한국 정부의 대북 활동 제한에 우려를 드러냈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성추행 사건도 거론했다. ‘북한 인권 보고서’에서는 북한 당국에 의한 살해, 강제 실종이 벌어지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방대한 인권 보고서 발간을 지휘한 국무부 민주주의ㆍ인권ㆍ노동국의 스콧 버스비 수석 부차관보 대행은 이날 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응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북한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 정책의 중요한 요소”라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번 전했다. 또 조 전 장관 등의 부패 혐의를 상세히 기술한 데 대해선 "부패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남용하는 것으로 인권과 관련된 문제" 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위 공직자 부패 혐의를 실명으로 거론했는데, 공교롭게 모두 여당 소속 정치인이다. 
“여느 나라처럼 한국에 부패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몇몇 사례를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특정 그룹의 부패 사건만 골라서 보고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부패 문제에 있어서 전형적인(emblematic) 사례를 택했을 뿐이다. 각 인권 침해 사례에서 유형에 따라 몇 가지 구체적인(illustrative) 사례를 적시했다.”
부패 문제를 왜 인권 보고서에 다뤘나.
”부패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남용하는 것이다. 공직자가 부당하게 일을 처리하고, 관료가 부패했을 때 국민의 이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패는 인권과 관련 있다. 국민은 정부가 온전하게, 정직하게 대표해주기를 원한다.“
인권 보고서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
“인권보고서는 개별 국가에 권고나 제안을 하지 않는다. 다만, 보고서에 담은 아이템이 우리 관심사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 해당 국가가 그 문제를 다뤄야(address) 한다고 제안하는 것인가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다.” 

버스비 수석 부차관보 대행은 국무부는 개별 국가의 인권 상황을 직접 비판하거나 권고하지 않지만, 많은 사건 중에 무엇을 담을 것이냐는 국무부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에 제기된 문제에 대응하라는 제안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 보고서는 조 전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부패 및 정부의 투명성 결여’ 항목에서 상세하게 다뤘다. 지난해 10월 현재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씨, 그 가족과 연관된 이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으며, 앞서 2019년 12월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해 뇌물수수와 부당이득, 직권남용, 공직자윤리법 위반 및 기타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적었다.

윤 의원에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재직 기간에 사기, 업무상 횡령, 직무유기 및 자금유용과 기타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9월 검찰에 기소됐다”고 적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차별, 사회적 학대, 인신매매’ 항목에 들어있다. 국무부는 한국에서 성추행은 중요한 사회 문제이고,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건을 포함해 수많은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 전 시장은 전 비서가 경찰에 고소한 다음 날 목숨을 끊었고,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신체를 접촉하고 부적절한 메시지와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 등을 보내고 집무실에 연결된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고 요구했다고 상세히 적었다. 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여성 부하 직원에 대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시인한 뒤 사임했다“고 전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어느 정도인가.
“최근 한국 정부가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을 상당히 우려스러운 문제로 인식한다. 북한으로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다. 이 법이 외부 정보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지원하려는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 

북한 인권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북한은 계속해서 세계 최악의 인권 기록을 갖고 있다"면서 "인권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정책 검토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대북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라 너무 앞서가지는 않겠다. 다만, 북한 인권 문제가 북한 정책 검토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은 말할 수 있다.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북한으로 유입시키고, 북한에서 나오는 정보를 원활하게 공유하는 범위 안에서 인권 침해를 기록하고, 북한에서 나오는 정보를 활용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세계인을 교육하는 것이 우리의 오래된 정책이다. 인권 보고서는 인권 침해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의 시작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리사 피터슨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도 "우리는 전세계 최악 중 하나인 북한의 지독한 인권(침해) 기록에 대해 계속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 정부가 지독한 인권침해에 대해 계속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북한 인권 문제를 경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게 국무부의 거듭된 공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일 워싱턴 DC 인근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3자 전략 대화를 열어 대북 정책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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