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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장애인 일자리,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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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송호기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사장

송호기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사장

“제 일생에 가장 큰 소망 중 하나가 장애인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오며 장애인 복지와 일자리 확대에 힘을 쏟아온 조종란 전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비단 그만의 바람일까. 장애인 일자리 문제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공공기관과 기업이 안고 있는 고민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8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상시 고용하는 근로자 수의 3.4%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부담금이 부과된다. 법적 규정을 통해서라도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넓혀 나가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필요한 제도인 줄 알면서도 정부와 사회가 원하는 만큼 고용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공공기관의 특성상 저마다 하는 일이 다르다 보면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 분야를 마련하는 일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은 기관의 경우 전기시설의 검사와 점검 등 안전관리가 주요 업무인 까닭에 비장애인에게도 충분한 교육과 숙련이 필요하다. 뜻이 있어도 현실의 조건이 이를 가로막는 경우다.

막히면 돌아가라 했다. 지난해 우리 공사는 장애인고용공단과 협력해 장애인 적합 직무 발굴을 위한 컨설팅을 받았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전기안전 문화 공연단’을 결성하며 장애인 일자리의 새 모델을 만들어냈다. 구하면 길이 보인다. 공공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다면, 장애인 고용 확대는 물론 그 일자리의 수준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다. 질병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지만, 그 피해와 고통은 장애인과 같은 우리 사회 약자에게 더 깊이 뿌리내린다.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로, 듣고 보아야만 소통이 가능한 장애인들의 생활 어려움은 더 커졌다. 그 고립과 불편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얼마 전 시범 공연을 펼친 전기안전 문화공연단의 무대 영상을 유튜브에 담아 올렸다. 기대와 응원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지역 교육청에서도 공연 영상물을 특수학교 수업에 활용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문턱 없는’ 세상은 그런 여러 발걸음이 꿈꾸는 목적지일 것이다.

송호기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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