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 유리창에 야구 경기가 펼쳐진다"…모비스가 공개한 '미래차'

중앙일보

입력

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엠비전 X' 콘셉트카.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엠비전 X' 콘셉트카. 사진 현대모비스

#1. 프로야구 개막 경기가 열리는 토요일 오후. 김 과장은 가족과 함께 서울 반포에서 기아의 자율주행 목적기반 차(PBV)를 타고 잠실야구장으로 향한다. '레벨4(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네모난 박스카에 오르자 차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모서리에 있던 4개의 시트가 '손님'을 맞기 위해 스르르 한가운데로 모인다.

#2. 김 과장 가족이 모두 자리에 낮자 차량 중앙에 있는 사각 '모노리스 버티컬 콕핏(기둥 모양의 인포테인먼트 제어장치)'이 시트 쪽으로 방향을 튼다. 4명의 가족이 각각 좋아하는 게임이나 영상을 즐기고, 에어컨 같은 편의 시설을 제어할 수 있다. 또 차의 4면의 유리창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바뀌며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김 과장은 시트에 느긋하게 앉아 프로야구의 지난 경기를 리뷰하며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검색한다.

현대모비스가 준비 중인 미래의 차 '엠비전 엑스(X)'의 모습이다. 상용화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맞게 될 미래 모빌리티다. 현대모비스는 31일 경기 용인 기술연구소에서 중장기 전략·신기술 발표 콘퍼런스를 갖고  미래 기술을 망라한 '엠비전 엑스(X)'와 '엠비전 팝(POP)'을 세계 최초로 공개 시연했다.

"스마트폰 차, '포빌리티' 선보일 것"   

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엠비전 X' 콘셉트카.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엠비전 X' 콘셉트카.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엠비전 X' 콘셉트카. 사진 현대모비스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카 엠비전 X는 목적 기반 4인용 모빌리티로 '사용자 맞춤형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자동차 유리창을 통해 영화·스포츠·공연을 시청할 수 있는 '버추얼 스페이스 월(Virtual Space Wall)'이 핵심이다. 360도 투명 유리창을 통해 전용 영화관에 온 듯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사각기둥 모양의 '버티컬 콕핏(Vertical Cockpit)'은 미래에서 온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사각 면이 각각 28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버티컬 콕핏은 제스처 인식기능을 이용해 자율주행 모드와 AI 스피커, 인포테인먼트 등 주행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엠비전 POP' 콘셉트카.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엠비전 POP' 콘셉트카. 사진 현대모비스

레벨4 자율주행이 가능한 2인승 모빌리티 엠비전 POP은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차다. 스마트폰을 운전대(스티어링 휠)에 꽂아야만 작동하고 모든 기능을 제어한다는 점에서 현대모비스는 '포빌리티(Phone과 Mobility의 합성어)'라고 이름 지었다.

운전대에 장착된 스마트폰은 그 자체가 자동차 콕핏이 되며,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화면을 차량 전면 디스플레이에 연동시켜 활용하고, 사용자 인식과 음성 인식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센서를 활용해 드론처럼 무선으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다. 또 네 바퀴가 각각 180도 회전하는 'e-코너 모듈'이 장착돼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꽃게처럼 옆으로 주차가 가능하다.

엠비전 X·POP이 미래 모빌리티라면 ‘엠빅스(MVICS)’는 개발을 완료하고 수주 단계에 있는 차세대 통합 콕핏 시스템이다. 레벨3(부분 자율주행) 이상 단계에서 조수석 전용 모니터, 이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멀미 저감용 LED 시트 조명'과 방향제 시스템 등이다. 이승환 현대모비스 크리에이티브 UX셀 리더는 "차가 달리면 시트 가장자리에 선으로 이어진 수십 개의 LED 램프가 속도에 맞춰 움직인다"며 "자체 연구·실험 결과 동반석 승객의 멀미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증빙이 됐다. 곧 학술지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율주행 리더와 레벨3·4 협업 

정수경 현대모비스 기획부문장이 31일 경기 용인 기술연구소에서 중장기 전략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정수경 현대모비스 기획부문장이 31일 경기 용인 기술연구소에서 중장기 전략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이날 현대모비스는 중장기 성장 전략인 '트랜스포메이션 X·Y·Z'에 대한 방향성과 전략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회사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통합하고, 플랫폼과 시스템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게 골자다. 정수경 현대모비스 기획부문장(부사장)은 “자동차 산업이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한 모빌리티 플랫폼 생태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모비스는 하드웨어의 장점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자율주행·로보틱스·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의 신성장 산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위해 미국의 라이다 제조업체인 벨로다인, 러시아의 IT기업인 얀덱스 등과 자율주행 협업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벨로다인과는 레벨3 주행 차에 들어갈 라이다 시스템 양산을, 얀덱스와는 레벨4 로봇 택시 개발을 각각 협업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같은 미래차 연구개발 투자도 연간 1조원에서 2025년엔 1조7000억원으로 확대한다. 특히 연구개발비 중 선행기술 연구비 비중을 현재 14% 수준에서 4년 후에는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관련기사

용인=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