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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미사일→핵물질 재처리?…‘제 갈길’인가 ‘압박’인가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영변 핵단지에서 핵물질을 추출하는 시설을 가동중인 정황이 연이어 포착됐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30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과 화력발전소 건물에서 증기 또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 촬영됐다”고 밝혔다.

30일 위성사진서 영변 방사화학실험실 가동 징후 #핵물질인 플루토늄 추출위한 움직임인지는 불명확 #이달들어 영변 화력발전소 등 지속적인 활동

북한 영변 핵단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 캡처. 연합뉴스

북한 영변 핵단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 캡처. 연합뉴스

방사화학실험실은 핵탄두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사용후 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곳이다.

‘분단을 넘어’는 “방사화학실험실 굴뚝에서 증기 또는 연기가 피어 오르는 장면이 상업위성 사진에 자주 관측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것이 재처리 활동 자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이 건물에서 열을 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당장 핵물질 추출에 나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관련 건물에서 모종의 활동이 진행중이라는 뜻이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이달 들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대북 전문 매체인 38노스 등은 이달 3일과 10일 촬영된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에 증기를 공급하는 화력발전소가 가동징후를 보였다고 전했다. 화력발전소의 활동을 보이다 핵물질 추출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로 움직임을 이어간 모양새다.

특히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북한 고위 인사들이 최근 소나기 담화를 발표하며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21일과 25일 각각 순항ㆍ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반발하는 것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이 보인 일련의 모습들이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막바지 단계에서 압력을 행사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극도의 보안속에 진행하고 있다”며 “핵단지의 굴뚝에 연기를 보이는 건 실제 핵활동에 나선 것일 수도 있지만 미국이 위성으로 이 지역을 감시중인 사실을 역이용 하는 보여주기식 시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핵탄수 수 십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추가 핵물질 생산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 25일 함남 함주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북한은 신형전술유도탄)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0일 발표한 논문(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 전술ㆍ전략 무기 개발 동향과 핵 억제 교리 진화의 함의)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들의 핵탄두 탑재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문가들 평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30일 소집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을 규탄하면서도 공동성명이나 추가 제재 없이 끝났다. 조철수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지난 29일 담화에서 “(안보리 소집에 대해)기필코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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