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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세계4위" 오세훈 "100위권"…백신접종률 누구 말 맞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나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두고 박영선, 오세훈 두 서울시장 후보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뉴스1

우리나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두고 박영선, 오세훈 두 서울시장 후보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뉴스1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내 백신 접종률을 두고 박영선, 오세훈 두 서울시장 후보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누구 주장이 맞는걸까.

韓백신 접종 100위권 vs 4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9일 열린 1차 TV토론에서 “우리나라가 백신 접종을 105위로 시작했다. 늦은 것 아니냐”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질문에 “(백신 접종은) 인구 대비 4위로 올라섰다. K백신 주사기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지난 26일(현지시각)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과 화상 대담에서도 “한국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속도는 이스라엘, 덴마크, 영국에 이어 세계 4위다”라고 주장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박영선 후보가 토론회에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다”며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 4위라고 얘기했는데, 실제로는 100위권이다”며 “토론회에서 한 거짓말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이 100위권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다. 31일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은 1.62명으로 111위에 해당한다. 세계 평균은 7.24명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인구대비 백신 접종률이 세계 4위라는 박 후보 주장의 근거는 뭘까. 박 후보 캠프에 확인을 요청하자, 캠프 관계자는 지난 12일 한 온라인 매체가 보도한 ‘백신 접종 보름, 0.97…한국 초기 속도, 영국만큼 빠르다’는 기사 링크를 제시했다. 해당 기사는 ‘아워 월드 인 데이터’를 통해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13일째 되는 시점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자를 따졌다. 접종 시작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 시점도 차이가 크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20일, 미국·캐나다는 12월 26일, 이스라엘은 12월 31일, 한국은 올 3월 10일 시점의 접종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는 100명당 0.97명으로 이스라엘 11.53명, 덴마크 1.96명, 영국 0.99명 다음 4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나라별로 13일이 지난 시점에서의 ‘백신 접종 속도’를 주장하고, 오 후보는 현재 백신 접종 완료된 인구를 놓고 비교하다 보니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다만 박 후보가 주장했던 백신 접종 시작 후 13일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인구는 50만635명으로 전체 인구의 1%가 되지 않았던 때이다. 현재 백신 수급 2차 물량이 미뤄질 위기에 있다는 점 역시 반영하지 않은 주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비교 대상에 오른 나라 대부분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국민 3명 중의 1명, 이스라엘은 절반 이상이 이미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 “이스라엘이 한국에 배웠다” 발언도 논란 

백신 접종을 둘러싼 두 후보의 설전은 30일 열린 2차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오 후보는 “선진국 중엔 벌써 상반기에 백신 접종률이 높아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백신 여권 얘기까지 나오는 정도다”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접종 경쟁에서 뒤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정부는 분명하게 발표하지 않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박 후보는 “오늘(30일) 일본 언론이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집단면역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스라엘 총리가 ‘한국에서 배웠다’고 답했다. 이 답으로 오 후보 질문한 모든 걸 다 설명해 드릴 수 있을 듯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외신에서 이스라엘 총리 해당 발언이 전해진 건 올해가 아닌 지난해 3월이었다. 당시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스라엘이 코로나19 검사를 강화하는데 본보기로 삼은 것이 한국이다”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검사 태세를 한국 등 대책이 앞선 나라로부터 배웠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철근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31일 논평에서 “NHK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전한 것은 지난해인 2020년 3월 25일이었고, 29일 한국 언론에서도 다뤘다. 모든 팩트가 잘못된 명백한 여론 호도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일자 박 후보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인이 전날 페이스북에 링크된 (국내) 기사를 보내줬는데, 날짜만 확인하고 연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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