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선' 오징어 국적 바뀔판···中어선 싹쓸이에 씨말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31 12:53

업데이트 2021.03.31 14:45

오랫동안 서민 밥상에서 사랑받아온 ‘국민 생선’ 오징어의 국적이 바뀌고 있다. 중국 어선의 남획, 해수 온도 상승 등으로 국내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 사 오는 오징어는 계속 늘고 있어서다.

3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징어 수입액은 4억6291만 달러로 전년보다 9.9% 증가했다. 2012년 오징어 수입액(1억6499만 달러)과 비교하면 거의 3배로 불었다. 전체 수산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2%에서 8.2%로 늘었다.

명태 보다 많아진 오징어 수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명태 보다 많아진 오징어 수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에 수입 수산물 품목 1위 자리도 오징어가 꿰찼다. 2017년까지 줄곧 한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수산물(금액 기준)은 명태가 부동의 1위였다. 제사상에 러시아산 명태가 올라가는 건 이제 일상이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오징어가 명태를 제치고 3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든 여파다. 국민이 즐겨 먹는 어종인 살오징어의 경우 2014년 16만4000t이었던 어획량이 지난해 5만5000t으로 3분의 2 가까이(65.9%) 줄었다. 결국 해수부가 올해부터 15㎝ 이하의 새끼 살오징어는 잡을 수 없게 규정을 강화할 정도다. 오징어는 국내에서 반찬·젓갈·튀김·술안주 등 다양한 먹거리로 쓰이고 있는데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결국 해외산을 들여오게 된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으로 국내에서 잡히는 오징어 개체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오징어는 난류성 어족으로 꼽히는데 가을~겨울 바다의 수온 상승으로 북쪽에서 머물던 오징어 어군이 우리나라 수역으로 내려오는 시기는 예년보다 늦춰지고, 남쪽에서 다시 올라가는 시기는 빨라졌다.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수협 송도활어위판장 앞에서 열린 '중국어선 동해안 북한수역 입어반대 결의대회'에서 전국 수협 21개 조합장과 어업인단체 및 어업인들이 정부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수협 송도활어위판장 앞에서 열린 '중국어선 동해안 북한수역 입어반대 결의대회'에서 전국 수협 21개 조합장과 어업인단체 및 어업인들이 정부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004년 북한과 공동어로협약을 맺은 후 동해안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불법개조한 선박으로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중국 어선들의 영향도 크다. 동해 북한수역에서 조업한 중국 어선은 2017~2018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 무렵 국내 오징어 어획량은 크게 줄고, 수입량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만 해도 210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북한수역에서 조업했다. 우리 관할구역을 벗어난 곳이라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대장을 맡고 있는 김윤배 박사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오징어는 주로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조경수역에서 큰 어군이 형성되는데, 이 수역이 우리나라 조업구역을 벗어난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며 “또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 길목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오징어를 싹쓸이하면서 우리 수역에서의 어획량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는 결국 오징어의 산란량을 줄이고, 이것이 다시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품목별로 수입이 많은 수산물은 오징어에 이어 명태(4억776만 달러)·새우(3억6895만 달러)·연어(3억5770만 달러) 순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체 수입금액은 56억2098만 달러로 전년보다 3% 감소했다.

수산물 수출 1위는 김, 2위는 참치

지난해 한국의 수산물 수출도 23억1876만 달러로 전년보다 7.4%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참치·전복·넙치 등 외식용 수산물의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집에서 식사하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조미김·김스낵·어묵 등 조제품(9.5%)과 참치캔 등 통조림(10.2%) 식품의 수출은 증가했다.

지난해 수산물 수출 상위 품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수산물 수출 상위 품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품목별로는 조미김 등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김이 역대 최고치인 6억147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보다 3.8% 증가한 금액으로, 김은 2년 연속 수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서구 국가에서 김은 양념을 입혀 맛을 내거나 김부각처럼 튀겨 만드는 스낵 형태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횟감용·통조림용으로 많이 쓰이는 참치가 5억2817만 달러로 2위를 차지했고 이어 게(1억475만 달러)·굴(7148만 달러) 순이었다. 해수부와 수협은 올해 수산물 수출을 늘리기 위해 온라인을 시장 개척의 판로로 활용한다. ‘한국 수산물(K-Seafood) 온라인 무역거래알선 플랫폼’을 확대해 700여개의 수출 유망상품을 전시한다. 아마존·쇼피 등 유명 온라인몰 내에 한국 수산물 판매 전용관도 연다.

박웅 수협 홍보실장은 “미국·일본·중국·대만 등 세계 7개국 10개 도시에서 운영 중인 수산물무역지원센터를 통해 시장 개척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며 “예컨대 연육 함량이 낮은 저가의 대만산 어묵과 연육 함량이 높은 고가의 일본산 어묵이 양분하고 있는 대만 어묵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10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을 내일 포항에서 개최한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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